[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2> 차만들기와 다도
세상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요란하다. 전쟁터가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다.
모든 정보가 소통되는 우리의 일상자체가 바로 전쟁인 것이다.
하루 하루 터지는 메가톤급 충격들은 사회지도부들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의 삶까지도 황폐하게 하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는 언젠가 ‘동티’가 나게 마련이다.
서로 자기 몫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계층과 계층의 갈등이 우려스러울 만큼 그 진폭이 커지고 있다.
탄탄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정보화시대라 할지라도 인간의 감성과 이성까지는 통제하기 어렵다.
극단적인 감정의 증폭은 극단적인 일탈행위를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들, 어린자식들과 함께 자살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조카의
전재산을 가로채고도 모자라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는 삼촌.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다.
참담한 우리 현실의 요체는 바로 잘못된 견해와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결국은 올바른 마음의 결여에서 모든 것들이 비롯된다는 것을 지금 세상의 갈등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차를 한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다.
나와 자연, 나와 객체, 나와 주변인들과 그 맑고 청아한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다.
그 나눔속에는 차가 가진 진실한 삶의 투명성과 그속에 깃든 건강성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기도 하다.
초의스님은 청아한 찻자리속에 깃든 삶의 투명성과 건강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성인 가신지 3천년/도는 사라져 세상은 혼돈스럽네.
홀로 한가로운 세월을 보내고자/문닫고 시서에 충실하네.
마음은 오래전부터 천진하고/덕스런 공업 충과 효도 드높였지.
아름다운 소문 한 시대 흔드니/높은 분의 발걸음 누추한 집 문에 멈추네.
굳게 사양하고 스스로 자취를 감추어/세상 사람의 논평 받기를 피했네.
끝내 인간사를 던져 버리고/구름 걸친 숲속으로 시끄러움을 피해왔네.
내가 은둔해 산다는 말을 듣고/구름 헤치고 송헌에 이르렀네.
샘물 길어 뇌소를 끓이고/향을 사르고 청담을 나누었다네.
영특한 자태 학인 양 고고하고/맑은 담론은 이슬이 서린 듯 하네.
저녁별도 장차 저물려 하니/세월이 빨리 달아남을 한탄하네.
마치 숲속의 난초가/장차 그 풍성함을 하직할 듯하네.
장부가 만약 도가 있음을 알았다면/마땅이 ‘조문도’란 말을 되새겨야 하리.
이미 깊고 얕음을 알 수 있다면/모름지기 참과 거짓을 구별해야 하리.
사라지고 자라는 이치를 자세히 탐구하여/죽음과 삶의 뿌리를 뚜렷이 밝혀야지.
미세하고 오밀함을 자세히 연구하면/곧 양생의 이치를 깨닫게 되겠지.
청정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남의 도움을 무엇하러 바라겠나.
부귀는 하늘이 준 복이 아니고/꾸밈도 본래의 향기는 아니라네.
영대가 원래 튼튼한 터전이니/슬기로운 몸은 원래 청정한 근원일세.
마음은 백옥경에 노닐고/이름은 자미원에 빛났네.
이로움을 찾던데서 고개 돌려 보면/하늘과 땅이 곧 하나의 울타리인 것을”
조선시대 고절한 선비 중 한분이었던 김인항과 차담을 노래한 초의스님의 시다.
뛰어난 선비였던 김인항은 인간사를 내던져버리고 은인자중하며 시서에 충실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심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초의스님은 그런 김인항의 삶과 죽음에 대해,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속세의 갈등에 대해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청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일지암 찻자리에서 갈파하고 있다.
고절한 삶을 살아가는 두사람이 아름답게 가꾸는 찻자리에서 진정한 차인들의 나눔은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행다’즉 차를 하는 행위의 핵심은 바로 삶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함께 나누며 공유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찻자리는 그런 점에서 근원적으로 마음의 가라앉힘이며 쉼이다.
차를 끓이는 방법인 행다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잎차를 우리는 팽다법(烹茶法), 말차에 푹익은 물을 부어 휘젓는 점다법(點茶法), 차를 물에 넣어 끓이는
자다법(煮茶法)이 있다.
우리는 흔히 팽다 점다 자다 모두를 뜻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전다(煎茶)라는 말을 써왔다.
행다란 한발짝 더 나아가 차를 끓여서 대접하고 마시는 일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다는 기교나 멋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다는 차를 잘 우려마시는 질서를 갖추는 것을 의미하지만 근원적으로는 마음과 정성을 담은
행위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행다는 차의 품성에 맞춰 차 고유의 맛을 내는 데 정성을 들이며,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분수에 맞는 넉넉함이 있으며, 물과 불 차와 다구 손님과 주인 등이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즐기는 것이다.
행다는 우선 찻 자리에 있는 그 누구 한사람이라도 불편함이 없이 편안해야 한다.
풍요롭고 행복한 기운이 나는 가운데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모든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흐르는 동선이 간결하고 과장됨이 없어야 한다.
차의 예절법이 풍요롭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쉼터 같은 것이 될 때 진정한 행다가 되는 것이다.
행다와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투다법이다. 투다(投茶)란 차를 내는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다.
다관의 물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차의 맛과 향 그리고 색은 크게 달라진다.
또한 차를 먼저 넣느냐, 나중에 넣느냐에 따라, 또는 계절에 따라 마시는 방법을 나눈 분류법이다.
먼저 상투법(上投法)이다. 상투법은 다관에 먼저 일정량의 물을 붓고 어느정도 식힌 다음에 차를 넣는다.
차를 물위에 떨어뜨린다고 해서 상투법이라고 한다.
햇차가 나오기 전인 봄과 초여름에 많이 이용하는 상투법으로 우려낸 차는 찻잎의 밑부분만 우러나기
때문에 담백하고 은은한 차향이 난다.
중투법(中投法)은 다관에 먼저 우려낼 물을 반쯤 붓고 그 다음에 찻잎을 넣고 다시 남은 반은 물을 붓는
방법으로 차를 우려내는 것을 말한다.
중투법은 중정의 묘를 상징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발상까지 깃든 투다법 중 하나로 흔히 가을에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중투법은 차를 잘 우려내기 위한 기교적인 측면이 강하다.
중투법은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다.
먼저 다관에 물을 붓고 차를 넣어 우려내는 하투법(下投法)은 우리가 현재 일상에서
흔히 쓰고 있는 방법이다.
하투법은 계절을 가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차의 빛깔과 향 그리고 맛의 작용을 가장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적절한 차의 음용법이라고 본다.
상투법은 다관에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낼 수 있는 알맞은 온도로 낮춘 다음 차를 넣어 우려낸다.
이같은 방식은 차가 물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투법이나 중투법에 비해 우려내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행다를 위한 기본적인 다구와 다례 절차다.
행다를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최소한의 다구는 다음과 같다.
찻주전자인 다관, 찻잔과 찻 잔받침, 퇴수기, 물식힘 그릇인 숙우, 찻물 그리고 차다.
일상생활에서 다도는 간편성이다.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마시는 데 최소한의 다구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본다구가 갖추어진 다음에는 다구를 배치하고, 다구를 청정하게 하고 예열한다.
그리고 차 넣기, 차 우리기, 차 따르기, 차 마시기, 다과먹기, 재탕, 우리기, 마무리 등 순서에 따라
다례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모든 절차가 생략된 일상생활다례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약다법과 점다법은 바쁜 현대인들이
사무실에서 차를 마셔야만 되는 직장인들에게 알맞은 방법 중 하나다. 먼저 약다법이다.
물을 끓인후 다관과 찻잔을 헹군다.
탕수를 식힌 후 차를 넣는다. 탕수를 붓고 찻잔을 비우고 숙우에 따른다. 그리고 첫차를 마신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며 재탕 삼탕을 함께 마시는 것이다.
다음은 말차를 마실 수 있는 기본점다법이다. 먼저 물을 끓인다. 그리고 찻솔을 적신다.
유발과 다완을 행군 후 유발에 말차를 떠넣는다.
탕수를 조금 부은후 휘저어서 진한 죽다를 만든 후 탕수를 다시 붓는다.
그리고 재빨리 휘저어 유다를 만든 후 다완에 따른다.
차를 마신 후 유발을 씻고 닦은 후 탕수를 나누어 마신다.
우리의 전통적인 의식다도는 28가지에 이르는 많은 종류의 다구를 사용해 30여가지 절차로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시도 읊었을 뿐만 아니라 춤과 음악을 듣고 보는 다악공연도 함께 펼쳤다.
그같은 의식다도는 현대인들의 삶과는 너무도 큰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에서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차를 고르고, 물은 잠재운 수돗물이나 생수를 이용해 정돈된 마음의 질서를 유지하며
차를 마시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일상다례인 것이다.
번거로운 절차를 피해, 간략하면서도 격식을 유지하며 차를 마시고 그 차를 통해 몸과 정신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상 차인의 길이다. - 일지암 암주
■ 다구와 용어들
우리가 차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차용어들은 매우 소수다.
그러나 다관에서부터 물의 종류 그리고 차의 종류와 관련해 무수히 많은 차의 용어들이 있다.
대부분 과거의 말로 이루어진 차의 용어들은 많은 부분 수정되거나 개편되어야 한다.
이 중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설명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다구다.
다구를 살펴보면 기본다구와 보조다구로 나눌 수 있다.
기본다구로는 찻잔 다관 탕관 찻술 차통 찻솔이며 보조다구로는 유발 퇴수기 잔받침 다상 다반 다상보 다건
다포 다과그릇 등이 있다.
다관은 끓인물에 잎차를 넣어 차를 우려내는 주전자 모양의 차우림 그릇이다.
다관은 형태에 따라 손잡이가 옆으로 꼭지와 직각을 이룬 상태로 붙어있는 것을 다병(茶甁), 손잡이를
꼭지의 뒤쪽 반대방향에 상하로 접착시킨 것을 다호(茶壺), 손잡이를 대나무 뿌리 등을 사용해 따로
꼭지와 뒤편에 연결해서 부착시킨 것을 다관이라고 한다.
물식힘 그릇인 숙우 또는 유발은 귀때사발 귀때그릇 귀탕기 차귀뎅이 귀대차사발 등으로 부르며 사발의
한쪽에 귀가 달려 있다. 물식힘 그릇을 흔히들 수구로 알고 있으나 정확하게는 숙우이다.
숙우란 말은 당나라의 육우가 (다경)에서 끓인 물을 담아두는 그릇으로 지칭하고 있다.
찻잔이란 차를 마실 때 쓰는 그릇인 잔(盞)의 총칭으로 은 동 나무등의 재료로 만든다.
찻잔의 종류는 매우 많다.
그런 점에서 찻잔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과 빛깔의 찻잔을 사용하고 있다.
찻잔으로는 찻종, 다완, 찻종지, 찻사발, 뚜껑찻잔, 용수찻잔 등이 흔히 쓰인다.
차를 담아 보관하는 그릇을 차통이라고 한다.
차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위해 차를 덜어서 사용하는 그릇이며 차 나눔 그릇, 흑은 차호로 부르기도 한다.
다탁(茶托)은 찻잔을 받치는 데 쓰이는 다구로 찻잔받침이라고도 한다.
뜨거운 찻잔을 맨손으로 가져가기 곤란하여 받침그릇에 잔을 얹어가는 가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찻물을 끓이는 용기가 바로 탕관이다. 탕관은 돌솥이 으뜸이며 다음으로 자기와 옹기가 좋다.
탕관은 물끓이는 소리가 맑은 것일수록 좋다.
차 솥은 찻물을 끓이거나 차를 덖는 솥으로 생김새에 따라 다정(茶晶·다리가 달린 솥), 다리가 없는 솥인 다부,
주전자와 같이 생긴 솥인 철병 등이 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전기포트나 주전자를 대용해 쓰고 있다.
다음은 찻솔로 불리는 다선이 있다.
다선은 말차용 다구로 다완에 찻가루를 넣고 탕수를 부은 다음에 찻가루와 물이 잘 섞이도록 휘젓기 위해
대통을 가늘게 잘라 만든 것으로 차전이라고도 한다. 차전은 대개 80본 100본 120본 세종류가 있다.
다음은 차를 뜰 때 쓰는 숟갈인 차시, 또는 차측, 물버림 그릇인 퇴수기, 숯불을 피워 차솥이나 탕관을 올려놓고
찻물을 끓이는 다구인 다로, 찻잔등 다구의 물기를 닦는 마른행주 다건, 다판에 까는 무명 또는 삼베 등 천으로
만든 다포, 차를 다룰 때 쓰는 상인 찻상 등이 있다.
이밖에도 우리가 흔히 쓰는 차용어로는 중국의 다구인 여러 가지 다호들, 그리고 중국의 명차·우리나라 차의
이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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