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뒤흔든 新 랜드마크 ③ 채석장처럼 생긴 ‘신의 건축’ 카사 밀라
“직선은 인간의 것이고, 곡선은 신의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프로축구팀(FC바르셀로나)과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다.
바르셀로나에는 ‘20세기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유려한 곡선 건축물이 여럿 세워져 있다.
이 건축물들은 워낙 기발하고 독특해 한번쯤 꼭 들러볼만한 세계적 명소로 자리잡았다.
실제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나 다름없어서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폐병과 관절염으로 고생했던 가우디는 노새의 등에 업혀 등교할 정도로 허약했다.
몸이 불편하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인간을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움에도 주목하게 됐다.
자연의 곡선미와 섬세함에 매료된 가우디의 생각이 반영되면서 일반적인 직선 형태가 아닌
곡선 형태의 건물들이 탄생한 것이다.
가우디의 곡선을 대표하는 건축 중 하나가 ‘카사 밀라(Casa Milà)’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사업가인 로제르 세지몬 데 밀라의 의뢰를 받아 지은 연면적
약 1만584㎡, 지상 8층(중간층 포함)짜리 연립주택이다.
그가 맡은 주거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크며, 임대층(1~4층)은 네 가구가 살도록 나눠져 있어
총 16 가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러 번의 리모델링을 거친 탓에 현재는 1층 3가구, 2층 4가구, 3층 4가구, 4층 4가구로 이뤄졌다.
지상층에는 각종 상점이 입점해있다.
카사 밀라는 의뢰인 이름을 딴 ‘밀라의 집’이란 뜻이다.
밀라는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Casa Batlló)’를 보고 첫 눈에 반해 가우디에게 주택 건축을 부탁했다.
1906년 착공해 1910년 완공했다.
카사 밀라는 ‘라 페드레라(La Pedrera·채석장)’로도 불린다.
멀리서 건물을 보면 커다란 바위나 암벽을 깎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카사 밀라는 철골(鐵骨) 구조 외부에 돌을 입히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당대에는 최신 시공법이다.
다만 손으로 일일이 6000개 이상의 돌을 쪼아 유려한 곡선으로 만든 후 각각의 돌을 물결처럼 연결하는
작업은 매우 복잡하고 힘든 일이었다.
돌이 잘 맞춰지지 않는 부분은 일일이 갈아내야 했다.
울퉁불퉁 기묘한 외관 때문에 실용성이 없을 것 같지만 이 건물 내부에는 엘리베이터, 냉난방 시스템 등
주거에 필요한 설비가 모두 있다.
지어질 당시 바르셀로나 최초로 지하주차장을 갖추기도 했다.
돌로 만들어진 카사 밀라는 지어질 당시에는 최신식 건축물이었으나, 1930년대에 들어서며 철근
콘크리트 건축이 대세가 되면서 1960~1970년대에는 슬럼화된 상태로 방치됐다.
허름한 채로 버려져있던 카사 밀라의 가치를 알아본 카탈루냐 카이사 은행 측이 건물을 매입해 관리하다가,
현재는 민간 공개하고 있는 부분은 카탈루냐주 소유, 임대 주택층에 속한 각 가구는 개인 소유로 이뤄졌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로 뻥 뚫린 원형 중정(中庭)이 시선을 붙든다.
카사 밀라에는 두 개의 중정이 있다.
이 중정들은 건물 곳곳에 햇빛이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카사 밀라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3개층만 관람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다채로운 굴뚝과 조각상이 있는 옥상층, 건물의 골격과 가우디의 건축 작품을 소개하는 박물관층,
당대 중산층에 유행하던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는 주택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내리면 외계인처럼 생긴 굴뚝과 환기구를 마주한다.
옥상 바닥은 건물 외벽처럼 울퉁불퉁한 곡선으로 이뤄져 관람객들은 옥상을 걷는 내내 쉴새 없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한다.
굴뚝과 환기구는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가우디가 상상력을 발휘해 일일이 디자인했다.
영화 ‘스타워즈’를 연출한 조지 루카스는 투구를 쓴 듯한 모형의 굴뚝을 보고
‘스타워즈’의 악당 ‘다스베이더’ 캐릭터를 구상해냈다
옥상 바로 아래층인 6층 다락에는 ‘에스파이 가우디(Espai Gaudi)’라는 공간이 있다.
가우디의 건축 작품 평면도를 전시하고 관련 슬라이드를 상영하는 등 박물관처럼 쓰이는 곳이다.
카사 밀라 모형과 카사 바트요, 구엘 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 가우디가 설계한 다른 건축
모형도 소개하고 있다
주택층에는 침실, 부엌, 욕실, 재봉실 등 실제로 카사 밀라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내부 구조 역시 가우디가 직접 설계했다.
심지어 문고리조차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다소 기이해 보이지만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돼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콘크리트와 철근을 사용해 박스형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20세기 초, 정형화하지 않은 가우디의
작품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특히 카사 밀라의 특하다 못해 괴이한 구조와 외형은 건축가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줬지만 일반인에게는
희화화되고 조롱 받는 등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틀에 박힌 양식을 따르지 않고도 건축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줬다는 점에서 카사 밀라는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만큼 모두에게 건축학적 의의를 인정받게 됐다.
편의상 구불구불하고 장식성이 강해 아르누보 양식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어느 양식에도
속하지 않는 ‘신(神)의 건축’으로 불리기도 한다.
- 조선일보 2018.05.22. http://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1/20180521030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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