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이야기

청자상감 국모란문 과형주자 靑磁象嵌菊牧丹文瓜形注子

썬필이 2019. 9. 13. 15:09

청자상감 국모란문 과형주자  靑磁象嵌菊牧丹文瓜形注子 13세기 높이22cm :

2017년5월31일 서울옥션 제15회홍콩옥션, No.117 70만 홍콩달러 낙찰

청자의 푸른색은 흔히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이라 합니다. 청자를 만드는 흙은 강가의 고은 진흙입니다.

여기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붉게 보입니다.

이것으로 형태를 빗어 가마에 넣고 구운 게 청자입니다.

하지만 노천에서 그냥 구운 게 아니라 밀폐된 가마 속에서 고온으로 굽습니다.

고온에서 유약은 유리막 코팅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용광로처럼 뜨거운 불길은 철의 화학식까지 바꿉니다.

(제2산화철을 제1산화철로 바꿉니다) 철의 붉은 색은 여기서 파란 색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청자색입니다.

파란 청자색은 흙 속의 철분 농도, 불의 온도에 정해지므로 사람의 힘과는 무관합니다.

그래서 자연이 만든 색이 됩니다.

따라서 가마 속에서 나오는 색은 일정치 않기 일수여서 원하는 색을 내기까지 많은 공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만큼 청자 감상은 무엇보다 색이 으뜸이 됩니다. 문양은 두 번째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문양 시도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첩화(貼花)정도가 있습니다. 첩화는 문양을 별도로 빗어서 붙이는 것입니다.

즉 외형 자체에 변화를 주어 즐긴 것입니다.

청자상감 국모란문 과형주자의 양면

이것만 봐도 청자의 푸른색에 더해 흑백(黑白)이란 제2, 제3의 색을 구사한 상감 기법이 얼마나

탁월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상감청자 주전자는 기법면에서 상감 이전과 이후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근사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형태입니다. 주전자 몸통에 참외처럼 골을 팠습니다.

전문가 이 선생의 말에 따르면 청자 주전자는 애초에 둥근 것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2세기 중반에 길쭉한 참외형이 등장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청자의 색만 즐겼습니다.

아무런 문양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13세기 들어 상감 문양이 들어간 것입니다. 

이 주전자에서는 상감 기법의 또 다른 발전단계인 인화(印花)기법이 시도돼 있습니다.

이는 상감 문양을 하나하나 판 것이 아니라 문양을 새긴 나무 조각을 가지고 도장을 찍듯이 연속적으로

문양을 찍고 그것을 상감 처리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력화(省力化) 시도를 한 것입니다. 

이런 생산성 추구는 양날의 칼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손맛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득도 있습니다.

원하는 문양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점은 다분히 매력적입니다.

이 상감청자 주전자에는 그런 매력과 위험이 공존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고적도보』수록 청자상감 국모란문 과형주자

국화꽃은 다분히 문양도장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화 줄기의 꼬부라진 멋은 균형 감각이 발군인 장인의 에스프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제 강점기때 명품도자기 도록처럼 만들어진 『조선고적도보』에 비슷한 작례가 실려 있습니다. - 스마트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