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소식

강인순 찻그릇 전 - ‘파도는 타는 거야’

썬필이 2024. 5. 23. 08:04

전시제목 : 강인순 찻그릇 전 - ‘파도는 타는 거야’
전시기간 : 2024.05.18(토) ~ 06.02(일)
전시장소 : 서울의원 3층(제주시 구좌로 51)

저는 마음에 어려움이 생기면 항상 작업에 의지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어느때보다 더 집중하여 저를 침식하는 생각들을 잊으려 했습니다. 
새로운 흙을 사용하여 변화도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결과물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제가 피난처로 삼았던 작업마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잠시 절망에 빠졌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어려움이 계속 생기는 걸까,생각하며 잠시 작업을 멈추고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음을 다 잡는 동안 새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기회가 아닐까. 포도가 부서져야만 포도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저는 폐기하려고 했던 그릇을 다시 만져보며,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려는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일부 작품은 소성을 다섯 번이나 반복하며 수정하고 보완했습니다. 
처음부터 잘 만들어진 그릇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완성된 그릇을 보았을 때 전과는 다른 종류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묘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자인 저의 시선으로 보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힘든 과정을 견뎌낸 아이들과 제 자신이 대견합니다. 
이것은 타인의 시선보다 제 마음에 충실했던 결과물입니다.

작업을 마치고 제 속에 가득했던 모진 것들이 파도에 씻겨가듯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제목에서 빌려왔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거센 파도를 맞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이라고 믿습니다. 
이 전시에서 제가 파도를 탔던 그 흔적들이 여러분들에게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전시장: 제주시 구좌로 51 서울의원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