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무너졌다…韓증시 흔든 24세 ‘AI 투자천재’의 몰락 - 중앙일보 - 2026.08.02

‘AI의 노스트라다무스’, ‘AI 황금아이(golden child·기대를 받는 샛별)’로 불리던 24세 투자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월가의 스타에서 순식간에 실패한 투자자로 추락했다.
그가 세운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SA)’는 7월에만
자산이 67% 급감했고, 결국 핵심 주식 포트폴리오를 켄 그리핀이 이끄는 헤지펀드 시타델에 넘겼다.
그의 몰락은 단순히 한 천재 투자자의 실패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AI 전망이 틀려서가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노스트라다무스’의 탄생
독일 출신인 아셴브레너는 19세에 컬럼비아대를 경제학과 수학·통계학 전공으로 수석 졸업한 뒤
FTX 퓨처펀드와 오픈AI ‘슈퍼얼라인먼트’ 팀을 거쳤다.
월가 운용 경험은 없었지만, 2024년 발표한 165쪽 분량의 에세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상황 인식):
향후 10년’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는 범용인공지능(AGI)이 수년 안에 등장하고 AI 반도체와 전력·데이터센터 인프라가 AI 확산의 핵심
병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단숨에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에세이는 실리콘밸리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투자자들이 먼저
돈을 맡기겠다며 찾아왔다.
그해 11월 그는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로부터 1억 달러를 유치하며 몸집을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펀드는 올해 5월까지 수수료 차감 후 약 27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은 1000%를 넘어섰다. 운용자산(AUM)은 한때 45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성공을 만든 전략이 몰락도 만들었다
문제는 AI 전망이 아니라 투자 방식이었다.
NYT는 SA 투자설명서에 “투자 대상이나 투자 집중도, 사용할 레버리지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었다고 전했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SA는 자기자본의 3~4배, 많게는 그 이상을 차입하고 옵션까지
활용하는 공격적인 고(高)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했다.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권(ADR)을 비롯해 샌디스크, 블룸에너지, 네비우스 등 AI 인프라 기업에
집중 투자했지만 7월 들어 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기관의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이 이어졌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강제 매도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AI의 미래는 맞췄지만 금융의 과거는 잘못 읽었다”고 평가했다.
NYT도 이번 사태를 “모든 세대가 한 번씩 배우고도 다음 세대가 다시 잊는 월가의 오래된 교훈”이라며
AI처럼 새로운 투자 테마를 앞세운 헤지펀드는 눈부시게 성장하지만 때로는 급격히 무너지며 시장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고 짚었다.
전환점은 시타델의 등장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시타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SA가 보유한 약 16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할인된 가격에 인수했다.
이번 거래는 SA가 금융기관의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성사됐다.
SA는 약 50억 달러 규모의 AI 기업 앤스로픽 지분 등 비상장 자산은 그대로 보유한 채 펀드 운용을
이어가기로 했다.

왜 한국 증시까지 흔들었나
FT는 이번 거래를 “월가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신속하게 이뤄진 주식 포트폴리오 거래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와 월가는 또다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으며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자자에게 막대한 자금을 맡겼다”며 “모두가 언제나 다음 ‘황금아이’를 찾으려 한다”는
한 헤지펀드 임원의 말을 전했다.
FT는 시타델의 인수가 AI 관련주를 짓눌렀던 매도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WSJ도 추가 강제 매도 우려가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고,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AI 기술주
반등의 배경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실제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SK하이닉스는 가격제한폭(29.95%)까지 치솟았고
삼성전자도 26.81% 급등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17.91% 오르며 사상 최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외국인은 하루 동안
7조21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결혼식 직전, 월가와의 밤샘 협상
공교롭게도 그가 최대 위기를 맞은 시점은 결혼식을 불과 이틀 앞둔 때였다.
WSJ에 따르면 아셴브레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멀에서 여러 날 일정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도
하객들이 도착하는 사이 월가 투자사들과 밤새 자산 매각 협상을 이어갔다.
FT는 “협상은 자정을 훌쩍 넘겨 이어졌고, 다음 날 새벽 시타델이 거래를 따냈다”고 전했다.
그의 신부는 과거 FTX 퓨처펀드에서 함께 일했고 현재 AI 기업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비서실장인 아비탈 발윗이다.
협상 직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그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은 “이번 달에 저희가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렸습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그는 “매우 값비싼 상처였지만 이를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 다음 기회를 위해 다시 싸우겠다”고 적었다.
이어 “포트폴리오를 위험 기준 안에서 운용하려 했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리하게 움직였고
유동성까지 말랐다”며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뱅크런과 같았다. 취약성이 더 큰 취약성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주식 포트폴리오의 차입 투자는 모두 정리했으며 앞으로는 은행 차입 없이 전액 납입
방식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결혼식은 예정대로 8월 1일 열렸다.
8월 반도체주 분위기 달라질까
국내 증권가에서는 7월 급락을 키운 글로벌 디레버리징(차입 투자 축소)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가 6월 중순 이후 강도 높은 디레버리징을 거치며 개인과
글로벌 헤지펀드의 차입 포지션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고 분석했다.
강제 매도에 따른 수급 악순환이 완화되면서 한국 증시도 다시 투자를 고려할 만한 가격대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등을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AI 투자 수익성 논란과 미국 장기금리 상승,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얼마나 빠졌는가보다 금리 안정과 AI 투자 지속, 실적 신뢰 회복 등 반등
조건이 갖춰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무너졌다…韓증시 흔든 24세 ‘AI 투자천재’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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