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매월당과 일본 초암차

썬필이 2020. 3. 10. 21:21

매월당과 일본 초암차

우리나라 차 살림은 세 갈래 정신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맨 먼저 챙겨야 할 것이 풍류(風流) 정신입니다.

상고사(上古史)로 일컫는 신정(神政) 시대의 제천의식에서 비롯된 선교(仙敎) 정신이지요.

선도(仙道)를 수련하여 도달하는 선인(仙人), 신선(神仙), 신인(神人)의 경지는 우리 옛 사람들이 꿈꾸었던

이상향이었습니다.
고구려에서는 선도 수련을 선인도랑(仙人徒郞)이라 했고, 신라에서는 풍류도(風流道), 풍월도(風月道),

화랑(花郞)이라 불렀습니다.
이렇듯 제천의식을 바탕하여 성립된 선도를 수련하는 데 있어 술(酒)이 아닌 차(茶)가 중요한 수련 방법으로

쓰여졌습니다.
차의 정신사를 이루고 있는 두 번째는 선차일여(禪茶一如) 정신입니다.

흔히 말하는 북방불교를 중심 삼을 때는 중국 불교에서 수행방법으로 삼아 온 선차를 들 수 있겠고,

남방불교를 중심 삼을 때는 가야의 건국과 관련된 차 살림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북방불교의 선차와 남방불교의 차법은 약 400년이란 시간의 차이가 있어서 우리나라 차 살림 역사를 살피는 데

여간 신중하지 않으면 안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유가(儒家) 철학과 관련된 선비들의 좌망(坐忘), 망형(忘形) 정신입니다.
고요히 앉아서 잡념을 버리고 현실 세계를 잊어, 절대 무차별의 경지에 들어가는 정신세계를

좌망(坐忘)이라 했습니다.
망형(忘形)이란 겉으로 드러난 형상, 즉 얼굴 생김새, 옷차림새, 직위, 재력, 소리, 빛깔, 냄새 등에 이끌리지

않고, 자기 잊어버린 채 상대와 하나가 되는 마음을 말합니다.
선비들이 추구했던 좌망, 망형 정신과 차선일여 정신을 동시에 구가했던 대표적 인물이 매월당 김시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시습은 한국 선차(禪茶)와 일본 초암차(草庵茶)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그의 차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일본 초암차의 미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됩니다.
김시습과 일본 초암차 사이에서 생겨난 비밀스런 인연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조선통신사와 이에 상응한

일본국왕사 (日本國王使) 관계를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통신사(通信使)란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은 조선 태종 13년이던 1413년부터 였습니다.

조선의 사절단이 아시카가(足利막부장군(幕府將軍)에게 파견되면 일본은 이에 상응하는 일본국왕사

(日本國王使)를 조선으로 보냈습니다.

이때 조선으로 왔던 일본국왕사 일행들이 조선에서 어떤 일을 하고 돌아갔는지를 알아보면

김시습과 일본 초암차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 나타납니다.
임진왜란 이전 조선으로 파견되었던 일본국왕사 일행들의 이름과 그들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국왕사로 오는 일행의 인적 구성은 매우 특이했습니다. 아시카가 정권이 무사집단으로 핵심을 이루고

있었는데도 일본국왕사를 대표하는 인물은 물론 중요한 직책에 임명된 많은 이들이 승려였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칼을 차고 군복을 입은 무사는 거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