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2) 봉황이건 선학이건 용이건 그 본질은 ‘보주를 중심으로 한 우주의 순환’이다.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고려청자를 천하제일‘이라 부른다.
원래 송나라 태평노인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책 ≪수중금(袖中錦)≫의 ‘천하제일(天下第一) 조’에서
‘고려비색(高麗秘色)’을 천하제일이라 했다.
또한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온 서긍(徐兢)이 ‘도기의 푸른빛을 고려인은 비취색 나는
비색(翡色)’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로지 색이 신비스러워 천하제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고려청자를 모르고 하는 말이고 오히려
고려청자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중국 청자에도 고려청자와 어깨를 겨눌만한 자기가 있기도 하지만, 고려청자만큼 ‘우주관을 장엄하게
문양으로 표현한 자기’는 천하에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제는 송나라 사람들의 헛된 말을 인용하지 말자. 앞으로 필자가 처음으로 왜 우리나라 자기가 고려청자뿐만
아니라 조선자기들 모두가 참으로 천하제일인가를 특히 ‘문양’을 해독하며 만천하에 밝히려 한다.
고려 상감청자 항아리의 문양에서 우선 선학을 만나 글을 쓰고 있다.
그처럼 선학과 구름모양을 표현한 청자는 많은데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고자 한다.
고려 상감청자 운학문 접시를 보면 두 선학이 순환하고 있다(도 1). 물론 구름은 구름이 아니고 영기문이다.
중심의 것은 보주로 역시 순환하는 형상이 있다.
입 주변의 영기문이 역시 상감기법으로 추상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런 영기문도 다음에 채색분석하여
밝히려 한다. 그리고 봉황도 선학과 같은 성격의 영조이므로 그런 표현의 고려자기를 보여드린다.
역시 순환하는 봉황이고 구름모양이지만 기기묘묘한 영기문이다. 매우 역동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그 중심에 또한 보주가 있고, 보주 안에 다시 보주를 중심으로 두 봉항이 순환하는 조형이
반복하고 있다(도 2-2).
거듭 말하거니와 ‘도자기에는 현실에서 보는 것은 일체 없다.’ 지난 회에서 선학의 입에서 보주가 나오고
보주에서 번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보주에서 번개가 나온다는 설명은 시간이 걸리므로 일단 미뤄 두고,
순환하는 선학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설명해 보기로 한다.
순환의 철학
‘순환의 철학’은 도자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도자기는 물론 다른 장르들도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처음에 본 둥근 영기창 안에 하나의 선학이 표현되었다고 해도 ‘순환하는 두 선학’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선학의 본질은 두 선학이 회전하는 모습이다. 선학은 회전해야 하는데 회전하는 순간 ‘순환’으로 승화된다.
즉 두 학(두루미)이 회전하는 순간, 현실에서 보는 학은 ‘영화(靈化)된 세계의 선학’으로 변모하고 회전도
순환으로 바뀐다.
영화된 세계란 초월적 세계를 가리킨다.
그런 조형을 구례 천은사 극락전 천정 반자의 선학을 다루어 보자(도 3-1.)
이 역시 채색분석해 보아야 세부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우선 순환하는 두 선학을 빼고 허허로운 허공을 그려서 채색분석해 본다(도 3-2). 네 귀에 보주가 있고
보주에서 생겨난 연이은 제1영기싹 영기문이 영기창의 윤곽을 이루고 있다.
채색분석에서 연두색으로 칠한 부분 전체가 영기창이다. 하얀 바탕은 우주로 열린 허허로운 공간인데
한국 건축학계에서는 마루판이라 부른다. 어찌하여 하늘을 마루판이라 부르는가.
사진에 자세한 것을 따로 설명해두었으므로 반복하지 않는다.
전체를 채색분석해보면 두 선학이 중앙에 보주를 두고 순환하고 있다(도 3-3). 도 1, 도 2의 도자기와 같다.
그런데 이 고려자기에서는 선학의 입에는 보주가 아니라 각각 다른 것을 입에 물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를 모란이라고 말하고, 다른 하나는 연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수많은 문양의 형태를 그려서 채색분석해 보는 동안, 그리고 불상회화와 불상조각,
그리고 다른 장르의 문양을 밝히면서 조형예술에서 표현된 연꽃은 현실에서 보는 연꽃이 아니고,
모란도 현실의 모란이 아님을 알았는데 두 가지 조형은 모두 보주를 상징하므로 선학의 입에 보주가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앞으로 특히 민화를 통해서 그런 진리를 증명해 보일 것이다. 모든 꽃은 씨앗을 잉태한다.
그 씨앗이 승화된 것이 보주이다. 씨앗에 우주의 생명이 응축되어 있음을 익히 알고 있으나 보주에는 우주의
생명과 기운이 더욱 강력하게 응축되어 있다. 보주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모양도 여러 가지다.
이런 조형은 우주에 가득 찬 기운이 순환한다는 옛 조상들의 우주관에서 비롯되어 표현된 것이다.
그런 우주관이 가장 단순화된 것이 태극이다. 세계의 모든 것이 순환한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순환하고, 인간 체내의 순환계, 사계절의 순환, 이러한 순환의 원리는 만유의
존재법칙과 존재 양상의 가장 근원적인 이치다.
그러면 이어서 선학과 같은 성격을 지닌 봉황을 건축의 단청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선학과 봉황은 형태적으로 비슷하며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보주를 모르면 조형예술의 어느 것도 풀리지 않는다. 필자가 보주의 실상을 밝혀서 인류가 창조한 일체의
조형을 밝히고 있다.
여래와 보살도 모두 보주임과 예수님이 보주를 들고 있는 것이나 마리아의 머리가 보주임도 차차
증명해 보일 것이다.
양산 통도사 용화전(龍華殿)의 천정에 표현된 봉황을 분석해 보자(도 4-1, 4-2).
봉황 문양을 분석해보니 봉황과 용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봉황은 용처럼 귀가 뚜렷하다.
그리고 몸에 용처럼 지느러미가 있다. 그리고 한결같이 입에서 보주를 발산한다.
각각 보주를 입에서 발산하고 있으므로 보주를 발산하는 선학의 성격과 위상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보주로부터 긴 영기문이 발산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자(도 4-3).
일단 보주가 입에서 분리되어 나왔으며 보주에서 영기문이 나와 봉황의 밑 부리에 걸쳐 길게 율동적으로
흐르듯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영기문의 조형이며 모든 부분에 제1영기싹의 모티브가 숨겨져 있다.
제1영기싹이란 가장 단순하게 도르르 말린 모양으로 생명의 새싹이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조형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형언어의 음소(音素)이다.
조형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음소가 ‘제1영기싹’이다.
필자가 기적적으로 찾아낸 조형언어는 ‘인류가 창조했으나 잊혀진 언어’이므로 1년간 계속해서
설명해 나갈 것이다.
소란(小欄)은 영기창(靈氣窓)이다
고려청자에는 갖가지 영기창이 있으며 건축에도 갖가지 영기창이 있다. 도자기와 건축의 극적인 만남이다.
사찰건축 법당 천정의 천정반자 구조를 살펴보자.
필자는 세계적으로 건축학을 처음으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건축사학자이다.
그래서 사찰건축은 물론 서양의 그리스 신전건축의 세계적 권위자가 되었으며, 고딕 건축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역시 무슬림의 모스크 건축도 연구하고 있다.
모든 조형이 문양이며 문양을 세계 최초로 밝혀나가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안상(眼象)이란 이상한 용어가 쓰이고 있지만 ‘우주의 창문’이라 할 성격이고 창문이 영기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영기창(靈氣窓)’이라 부르고자 한다.
그런 구조를 통도사 용화전 천정뿐만 아니라 모든 법당 천정에서 명료히 볼 수 있다.
영기창 너머로 우주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하나의 선학이나 봉황이 날고 있다. 비록 작은 사각 부분이지만
각각 하나가 소우주를 상징하고 있다.
그 영기창에서 두 선학이나 두 봉황이 보주를 중심으로 순환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 영기창 부분을 건축학계에서는 소란(小欄)이라 부른다.
소란은 청판(廳板) 즉 마루판이 떨어지지 않도록 밑에서 막아 준다고 해서 소란이고 전체를
대란이란 부른다고 한다.
비록 기능적으로 전체 반자를 만들어나갈 때, 위에서 판자를 까는 것이어서 학계에서는 청판 즉 마루판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고 매우 실망했다. 차라리 절망이었다. 위에서 까는 판이라 바닥의 마루로 인식한 것이다.
천장은 하늘을 막는다고 인식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 자리를 빌려 천장(天障)은 천정(天井)으로 부르고자 하는데 그래서 격자문 천정을 우물천정이라고
부르는 우리말이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소란은 영기창으로 바꾸어 불러야 옳다. 이처럼 도자기는 광활한 우주를 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려청자의 선학을 바라보아야 올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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