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정 도예전: GROUND :: Recollection Tools :: 식도구 재해석Ⅱ
전시기간 : 2022-10-05(수) ~ 2022-10-13(목)
전시장소 : 갤러리 다솜(인천광역시 연수구 경원대로 73 인천광역시교육청평생학습관 2층)
<전시소개>
안나 정 작가는 뉴욕 주(New York 州)의 알프레드 대학교에서 세라믹(도예)을 전공했으며
2018년 이후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작업은 절구의 형태로 표현한 오브제의 설치작업이다.
오래된 식도구 '절구'…향기를 더해 안식을 준다
<문화 인터뷰> 도예작가 안나 정,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다솜’갤러리서 첫 번째 개인전
[ 경인방송 = 여승철 기자 ]
"인류의 오래된 식도구인 절구에 넣은 재료를 손에 쥔 작은 방망이인 절굿공이로 곱게 갈아
가루사이의 향을 쫓아 추억을 반추하려 했습니다.
또 절구와 절굿공이가 가진 단순하지만 뭉근하게 짓이기는 강렬한 질감을 현대 주방과 조화
또는 대비를 통해 일상의 안식이나 사물의 탈바꿈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다솜'에서 첫 번째 개인전 'GROUND-Recollection Tools-식도구의
재해석 II'을 열고 있는 도예 작가 안나 정(Anna Jung·정혜진)은 '절구'를 주제로 그녀가 성장기와
청년시절을 보낸 이국 생활에서 순간순간 거쳐온 주방이나 음식점 등의 공간에 있었던 식도구와
향신료를 통해 잊혀진 향과 어릴 때 기억으로 남아있는 향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의 'GROUND'는 '갈려진'이라는 뜻과 'background(배경)'에서
따온 말입니다.
"실용성이 있는 식기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식기가 가지고 있는 문화나 이야기를 제 이야기에 녹여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절구와 향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향신료를
믹서기로 가는 것보다 절구로 빻거나 갈면 향이 훨씬 더 강렬하게 올라옵니다.
관객들이 전시된 작품이나 체험존에서 절구와 향신료에 대한 자신들의 추억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나 정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고 남다른 소질을 보여줬습니다.
10살 때 부모님의 유학 권유와 기대감으로 이모가 살고 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로 건너가
그곳에서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를 나온 뒤 뉴욕의 유명 예술대학인 알프레드 대학교
(Alfred University)에서 학사 학위(Bachelor of Fine Arts)를 받았습니다.
알프레드 대학은 1836년에 설립된 뉴욕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로 도자기분야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입니다.
그녀는 대학 졸업한 다음 해 독일 도자기회사인 바이마르 포젤란(Weimar Porzellan)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했습니다.
바이마르 포젤란은 1790년 설립되어 독일 왕실도자기로 명성을 떨치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고수준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도자기 회사입니다.
창립 때부터 기품있는 디자인과 최상의 세공기술이 스며든 고품질의 도자기로
국제적인 도자기 애호가들 사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어릴 때 유학은 저에게 디아스포라를 경험하게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동안 나만의 문화와 안식처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즐겨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제 입맛에 맞고 예전에 제가 먹었던 음식을 기억나게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어려웠던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고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반면에 2018년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겉으로 보기에는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었지만 제가 느끼는 감각들이
편치많은 않았고 오히려 또 하나의 길고 긴 여행이 시작된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고향'이라 소리치는 향을 찾아 기억을 더듬어 보았고 그 기억 속 향과 함께 자리하고 있던 물건은
작은 절구였습니다.
특히 오랜 외국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왔을 때 가장 큰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손길이었습니다.
어릴 때 제몸과 감각에 스며들어 녹아있던 할머니의 체온과 할머니의 집에서 함께 했던 향으로
디아스포라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독특한 구성인 그녀의 '향신료 기록'은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송편을 빚으며 절구로 갈았던
'깨'를 비롯해서 10살 때 유학가서 예중, 예고를 다녔던 미국 서쪽지역인 샌프란시스코의 기억이
남아있는 육두구(nutmeg), 고수, 타코시즈닝, 라벤더 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미국 동쪽지역인 뉴욕에서 치열하게 보낸 대학시절 함께 했던 커피원두와 강황, 바질, 페페론치노와
대학 졸업 후 일했던 바이마르 포젤란(Weimar Porzellan)이 있던 독일 블랑켄하인(Blankenhain)
지역의 계피, 팔각, 정향도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이들 향신료는 절구에 갈아 도자기 병에 담겨 있어 관람객이 향을 맡아볼 수 있습니다.
또 깨를 다양한 형태의 사발 모양을 띤 절구에 각자 손에 맞는 절굿공이로 갈아 향을 맡아보는 행위는
일종의 퍼포먼스이며 그녀의 경험을 함께하려는 의도입니다.
전시장의 한 켠에는 어느 주방에나 존재하는 식도구인 '숟갈'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CANOODLE-식도구의 재해석Ⅰ'이라는 제목으로 '절구'와 이어지는 형식입니다.
"숟갈은 지역이나 종족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입니다. 음식을 푸고 뜨고 담아왔던
세월만큼 꾸준히 진화되어 다양한 용도에 맞게 디자인되어 왔습니다.
저에게는 각 지역의 수많은 생활양식과 주방문화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 식도구의 기능과
미학적 역할에 대해 더 숙고하게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녀는 둥글고 우묵한 머리와 가늘고 기다란 몸통으로 이루어진 숟갈의 단순한 형상을 음식을 먹는 행위,
먹는 장소 등을 대변해주는 함축적 '기호(symbol)'로 읽었습니다.
디자인의 측면에서 숟갈은 그녀의 유희본능을 자극하며 기존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를 탐구합니다.
손과 손가락의 연장으로 숟갈로부터 파생되어 자연, 유체, 또는 여성 신체의 일부를 그리는
그릇인 동시에 그릇을 초월한 오브제가 됩니다.
"모든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구인 숟갈은 단순한 물체지만 숟가락이 손에서 이어지는 연장선이 됩니다.
손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신체의 어떤 어떤 곡선의 이미지일 수 있으며 어쩌면
이런 형태는 현대의 식문화로부터 벗어난 다소 퇴행적인 행위를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도자기를 생명체처럼 어루만지고 쓰다듬거나 식탁을 벗어난 장소에서 자유롭게
식사하는 다소 금기시된 행위들을 유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세라믹 아티스트 안나 정은 2015년 미국 SUNY Student Art Exhibition에서 Best in Show Award를
수상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9년 홈테이블데코페어에서 혁신디자이너상을 수상했습니다.
2018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경기도 일산에 차린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번이 첫 개인전이지만 그동안 미국 Parks Exhibition Center와
한국에서는 양구백자박물관, 363스튜디오갤러리아, 갤러리 라보 등에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그녀는 올해 말 홈테이블데코페어에 참가 한 뒤 내년부터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이번에 전시된 절구와 숟갈 작품이 사물을 담거나 푸는 용기를 넘어 자연의 소리를 듣는 귀가 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 속의 거울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저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저마다
새로운 감각적 체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된다면 그것은 제가 원하는 예술적 소통
그 이상일 것입니다.” - 정말뉴스 인천 (i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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