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소식

김민선 개인전 - <펼쳐진 돌> / Flattened Stone

썬필이 2023. 12. 13. 00:03

전시제목 : 김민선 개인전 - <펼쳐진 돌> / Flattened Stone
전시기간: 2023.12.09(토) - 12.17(일) (12:00-5:00pm)
장소: TACT(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35, 2층)

전시평 : 김민선 개인전 <펼쳐진 돌>... 자연을 애도하고 자유를 얻었다

땅은 생명의 기본 단위이면서 자연의 이치와 맥락을 이루는 근본이다. 
지주의 지표를 구성하는 흙과 암석은 하나의 몸에서 출현한 동질의 혈통이다.
흙을 구워 기물을 만든다는 것은 암석 즉, 퇴적암, 화강암, 변성암의 입자를 재구성하고 다시 유약으로 
도포해 불변의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매우 단순하고도 단조로운 작업이다. 
이는 형태와 기능으로 의미를 부여하지만 광물에게는 초미세한 변화일 뿐이다. 
하지만 의식의 주입으로 상징성을 유도하고, 의미를 부여해 본질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그저 인간의 초월적 욕망에 다름 아니다.

▲ 전시 <펼쳐진 돌>. 흙의 질감과 색채의 질량이 공간과 어우러져 있다

.올봄 도예가 김민선이 굳이 북극의 아이슬란드로 향했던 이유는 흙을 굽고, 형태를 변조하고, 의미를 
생성하는 일련의 행위에 모종의 불합리와 부작용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또한 자신의 작업에 대한 뿌리를 탐험하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천년이 지나도, 만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물질을 마치 조물주인 양 만들어 냈다 - 
신체의 감각이 더 세밀해질수록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나의 마음은 반대로 더 무거워졌다”
북반구의 어느 지표가 열에 녹아가는 과정과 흔적을 목도한 작가에게, 대지는 그녀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작가는 초년 시절에 여느 누구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창조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충만했을 것이다. 
더 완전하고, 더 새로워야 한다는 욕망은 도자의 표면 위의 먼지 한 점조차 허용할 수 없었을 것이고,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물질세계에 가두거나 박제해야 창조의 끝이라 다짐했을 것이다.

▲ 흙의 질료가 의외성을 띠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작가는 자신에게서 멀어졌고 어둠에 갇히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미 다 이뤄진 세상의 이치는 선명한데 우리 인간만이 그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한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스스로를 실망하거나 자포자기의 상태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김민선은 매일 자연을 말하고, 자연을 만들면서 그 마침표는 결코 자연적이지 않음에 지쳐갔다.
가상의 자연과 가상의 사물이 작업실을 채우는 현실 앞에서 주눅 드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북극으로 향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재를 지나 화산의 심장에 이르러 목도한 것은 용암의 생명성과 물질의 순리였다,
1250도의 뜨거운 마그마는 모든 물질을 녹여냈다. 질퍽이고 울렁이는 대지의 시조들은 다시 퇴적하고 
굳어 암석이 되었고, 변질되고 분해되어 흙으로 지구의 표면을 도포했다. 
그 현상 앞에 김민선은 좌절하고 자각했고 동시에 자신을 재구성했다. 마치 암석이 1억 년 후에
미생물과 바람에 의해 흙이 되듯이.
전시 <펼쳐진 돌>은 작가 자신에게 던진 화두에 대한 작은 답이다. 광활한 대지의 이치에 돌은 한 점은 
먼지로 분쇄되어 지표의 구성 인자가 되듯, 김민선의 마음과 작업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 그대로의 
물질이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 김민선 작가의 신작은 물질의 재량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끈적이는 피와 같은 유약에 흙과 돌이 뒤범벅되어 스스로 이룬 색과 질감과 형태는 작가는 존재하지만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경계를 지난 무간섭의 자리에 김민선은 자리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먼 여행지에서 본토로 귀향한 작가는 여유로웠고 당당했다.
이는 무위(無爲),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행한 자의 여유로움에 비친 자유함이다. 
완전한 것으로부터의 도피는, 작가라면 한 번은 치러야 할 제례의식이다.
전시장 작품의 표면은 거칠고, 색은 다채롭고, 형태는 자유자재로 그 어느 것 하나 작가의 의도를
따른 것이 없다. 
작가가 소외된 작품은 마치 미술의 단색화처럼 제 스스로 아름답다. 
기포, 요철, 흠집, 크랙 때문에 무참히 산산조각 난 그간의 작업물에 대해 작가는 서서히
애도식을 준비를 해야 한다.
‘늘 새 바람이 그녀 쪽으로 불어오는 나날’을 기다린 도예가 김민선의 바람은 여전히 차가운 북서풍이겠지만 
작품은 이미 봄의 향연을 누리고 있었다.

▲ 전시장 풍경

김민선은 도록에서 “내가 만드는 도자기는 가상의 어떤 화산 지대의 표면일 수도, 좌표상 
존재하지 않는 해양지각의 단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만 년의 작용을 흉내 내면서 지구의 시간을 압축하고 편집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만약에 우주의 이치를 깨달았다면, 그것은 시작이면서 끝을 통과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전시는 TACT(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35, 2층)에서 12월 17일까지 열린다.

전시평 : 김민선 개인전 <펼쳐진 돌>... 자연을 애도하고 자유를 얻었다 (woodplanet.co.kr)

 

전시평 : 김민선 개인전 <펼쳐진 돌>... 자연을 애도하고 자유를 얻었다

땅은 생명의 기본 단위이면서 자연의 이치와 맥락을 이루는 근본이다. 지주의 지표를 구성하는 흙과 암석은 하나의 몸에서 출현한 동질의 혈통이다.흙을 구워 기물을 만든다는 것은 암석 즉, 퇴

wood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