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다신전 茶神傳

썬필이 2018. 6. 26. 20:48

차를 대하는데 특별한 예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가짐만은 여유롭고 풍족하게 가지면 좋을 것이다. 

이하의 글,  초의(艸衣)선사 (1786-1866)의 <다신전(茶神傳)>은 단지 참고만 하면 될 것이다.
<다신전>은 초의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청나라 모환문(毛煥文)이 쓴 <만보전서(萬寶全書)>의 다경채요(茶經採要)

등초한 것이며, <경당증정만보전서(敬堂增訂萬寶全書)> 卷之十四, 채다론(採茶論)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 책의 원전은 1595년경에 장원(張源)이 쓴 <장백연다록(張伯淵茶錄)>이다. → 이하 昭菴 譯 옮김

(한글Windows98에 없는 한자는 한글로 적고 그 뒤에'?'를 붙였음)

1. 채다(採茶 : 찻잎을 따는 법)

採茶之候 貴及其時 太早則香不全 遲則神散 以穀雨前五日 爲上 後五日 次之 再五日 又次之 茶芽 紫者

爲上  而皺者 次之 團葉者 次之 光而如篠葉者 最下 徹夜無雲 읍?露採者 爲上 日中採者 次之 陰雨下

不宜採 産谷中者 爲上 竹林下者 次之 爛石中者 又次之 黃砂中者 又次之

차를 따는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너무 빨리 따면 맛이 온전하지 못하고, 너무 늦게 따면 다신(茶神)이 흩어진다. 곡우(穀雨 : 陽 4.20) 닷새

전에 딴 것이 제일 좋고, 곡우 닷새 후에 딴 것이 다음이며, 다시 닷새 후면 그 다음이다.

차싹은 자색(紫色)을 띠는 것이 가장 좋고 잎에 주름이 있는 것이 다음이요,

잎이 말려 있는 것이 그 다음이며, 빛깔이 가는 대나무 잎 같으면 가장 질이 낮은 것이다.

밤사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 이슬을 머금은 것이 상품(上品)이고, 한낮에 딴 차가 그 다음이며, 비가 내릴

때에는 따지 말아야 한다.

산골짜기에서 딴 것이 제일 좋고, 대나무 밭에서 딴 것이 다음이요,

자갈밭의 차가 그 다음이며, 황사(黃砂) 가운데 딴 것이 하품(下品)이다.
2. 조다(造茶 : 차를 만드는 법)

新採 揀去老葉及枝梗碎屑 鍋廣二尺四寸 將茶一斤半 焙之 候鍋極熱 始下茶急炒 火不可緩 待熱方退火

徹入수?中 輕團枷數遍 復下鍋中 漸漸減火 焙乾爲度 中有玄微 難以言顯 火候均停 色香美 玄微未究

神味俱妙

차나무에서 딴 찻잎 중에 늙은 잎, 줄기, 부스러기 잎을 잘 골라내고 넓이 두 자 네 치쯤 되는 가마솥에 차

한 근 반을 넣고 덖는데, 솥이 잘 달구어졌을 때를 기다려 찻잎을 넣어 급히 덖되 이때 불을 느슨하게

때어서는 안 된다.

잘 덖어지면 솥에서 꺼내어 멍석이나 돗자리에 털어 부어서 가볍게 비벼 몇 번 턴 다음, 다시 솥에 넣고 천천히

불을  줄이면서 덖고 말리는데 정도가 있어야 한다.

그 가운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오랜 기술과 경험,그리고 육감 등).

적당한 불 조절이 잘 이루어지면 차의 빛깔과 향기가 지극히 아름답다.

보이지 않는 차의 신비는 끝이 없고 다신(茶神)과 맛은 오묘하기 이를 데 없다.
3. 변다(辨茶 : 차의 품질 식별)

茶之妙 在乎始造之精 藏之得法 泡之得宜 優劣 宜乎始鍋 淸濁 係水火 火烈香淸 鍋乘神倦 火猛生焦

柴疎失翠 久延則過熟 早起却邊生 熟則犯黃 生則著黑 順那則甘 逆那則溢 帶白點者 無妨 絶焦者 最勝

차의 묘(妙)는 처음 만들 때 정성을 들여야 하며, 저장할 때와 물을 끓일 때 법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차의 품질이 좋고 나쁜 것은 가마솥에 넣을 때 시작되고, 차맛이 좋고 나쁜 것은 물과 불에 관계된다.

덖을 때 불의 온도가 알맞으면 차의 향이 맑고, 솥이 타면 차의 싱그러움이 떨어진다.

불이 너무 맹렬하면 겉만 타고, 연료를 약하게 때면 푸른빛을 잃고, 불을 오래 지피면 너무 익으며,

너무 빨리 꺼내면 설익는다.

차가 너무 익으면 황색이 되고, 설익으면 검은빛이 띤다.

법제대로 순리를 따르면 차맛이 좋고 이를 거스르면 나쁘게 된다.

흰 반점이 있는 것도 괜찮고 타지 않은 것이 제일 좋다.
4. 장다(藏茶 : 차를 저장하는 법)

造茶始乾 先盛舊盒中 外以紙封口 過三日 俟其性復 復以微火 焙 極乾 待冷 貯담?中 輕輕築實 以약?친?緊

將花筍약?及紙 數重封緊담?口上 以火외?전?冷 定壓之 置茶育中 切勿臨風近火 臨風易冷 近火先黃

차를 만들어 처음 말릴 때는 먼저 오래 쓰던 차함(盒 : 차 담아두는 그릇)에 넣어 종이로 입구를 막고 사흘이

지나 차의 본래 성분이 회복되기를 기다린다.

다시 약한 불로써 살짝 덖어 말린 다음, 잘 식은 뒤 담(차 보관하는 그릇)에 넣되 가볍고 성글게 채워 넣고 죽순

껍질이나 종이로 병 입구를 몇 겹 밀봉한다.

불에 구운 벽돌을 식혀 그 위에 얹고 다육(茶育 : 차 저장 장소) 안에 저장하며 바람을 쏘이거나 불기 가까운

곳은 피해야 한다. 바람을 쏘이면 냉해지기 쉽고 불기에 닿으면 누렇게 변한다.
5. 화후(火候 : 불을 다루는 법)

烹茶旨要 火候爲先 爐火通紅 茶瓢始上 扇起要輕疾 待有聲 稍稍重疾 斯文武之候也 過於文則水性柔

柔則爲茶降 過於武則火性烈 烈則茶爲水制 皆不足於中和 非烹家要旨也

차를 달이는 요령은 불을 가늠하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

화로에 불이 벌겋게 달아오르면 다관을 얹고 가볍게 부채질 하다가 물 끓는 소리가 들리면 한층 세게 부치는데

이것을 문무지후(文武之候)라고 한다. 

불 기운이 너무 약하면(文) 물이 유연한데, 물이 유연하면 다신(茶神)이 가라앉는다.

불 기운이 너무 세면(武) 불이 극렬한데, 불이 극렬하면 물이 너무 끓어 노수(老水)가 되고 차가 눌리게 된다.

이는 모두 중화(中和 : 中正)를 잃은 것으로 다인(茶人)이 취할 바가 아니다.
6. 탕변(湯辨 : 끓는 물의 상태)

湯有三大辨 十五小辨 一曰形辨 二曰聲辨 三曰氣辨 形爲內辨 聲爲外辨 氣爲捷辨 如蟹眼 蝦眼 魚眼

連珠 皆爲萌湯 直如湧沸 如騰波鼓浪 水氣全消 方是純熟 如初聲 轉聲 振聲 驟聲 皆爲萌湯 直至無聲

方是結熟 如氣浮一縷 浮二縷 三四縷 亂不分인?온? 亂縷 皆爲 萌湯 直至氣直沖貫 方是純熟

물 끓이는 데에는 세 가지로 크게 구별하는 방법과 열다섯 가지로 작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첫째는 물 끓는 모양으로 알아내는 방법, 둘째는 물이 끓는 소리로 알아내는 법, 셋째는 끓어오를 때 김으로

알아내는 방법이다. 물이 끓는 모양은 안쪽을 분별하고(內辨), 끓는 소리는 바깥쪽을 알아차리며,

물이 끓어서 김이 나면 재빨리 알게 된다.

물이 끓으면 모양이 마치 게의 눈알 같고, 새우 눈 같고, 물고기 눈 같으며, 구슬이 이어진 모양은 모두

맹탕(萌湯)이다.

끓는 물이 용솟음치고 파도처럼 솟고 북 치듯 해서 물 기운이 완전히 소멸되었을 때 이것을 순숙(純熟)이라 한다.

물이 끓을 때 나는 첫소리, 구르는 소리, 떨리는 소리, 소낙비 같은 소리는 모두 맹탕이다.

끓는 물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이것을 결숙(結熟)이라 한다.

물이 끓을 때 김이 한 줄기, 두 줄기, 서너 줄기가 떠오르고 어지럽게 실타래처럼 끓어오르는 것은 맹탕이다.

그러다가 바로 김이 솟구쳐 오르면 이것이 순숙(純熟)이다.
7. 탕용노눈(湯用老嫩 : 끓는 물의 구분 - 註 : 여기서의 老嫩은 찻잎이 아니라 탕수를 말한다)

蔡君謨 湯用嫩而 不用老 蓋因古人製茶 造則必연? 연?則必磨 磨則必羅則味 爲飄塵飛粉矣 於是和劑

印作龍團 則見湯而茶神硬浮 此用嫩而不用老也 今時製茶 不假羅연? 全具元體 此湯須純熟 茶神始發也

故 曰 湯須五沸 茶奏三奇

채군모(蔡君謨)는 "끓는 물을 쓸 때 눈(嫩)은 마시고 노수(老水)는 쓰지 않았다" 고 하였다.

그 이유로 옛 사람들의 차 만드는 방법은 반드시 맷돌로 갈고 체로 거르므로 미세한 가루가 맛이 있다.

이를 법제해서 용단(龍團)을 찍어 만들면 탕를 끓이게 될 때 다신(茶神)이 강하게 떠오른다.

여기에 완전히 익은 눈을 쓰고 노수를 쓰지 않는다 하였다.

요즈음 차를 만들 때 맷돌질이나 체질을 하지 않고 덩어리 차를 쓰므로 끓인 물이 순숙이라야 차의

싱그러움이 생긴다.

그러므로 "탕은 다섯 번 끓어야 차의 삼기(三奇 : 色, 香, 味)가 우러나온다" 고 하였다.
8. 포법(泡法 : 차를 끓이는 법)

探湯純熟 便取起 先注少許壺中 祛湯冷氣 傾出然後投茶 葉多寡宜酌 不可過中失正 茶重則味苦香沈

水勝則色淸味寡 兩壺後 又用冷水蕩滌 使壺凉潔 不則減茶香矣 관?熱則茶神不健 壺淸水性當靈

稍俟茶水沖和然後 冷시?布飮 시?不宜早 飮不宜遲 早則茶神未發 遲則 妙馥先消

탕이 완잔히 끓은 것을 알았으면 곧바로 내려서 먼저 다관에 조금 부어서 냉기를 가신 뒤에 찻잎을 넣되,

알맞게 넣어 중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차의 분량이 너무 많으면 쓴 맛이 나고 향이 묻혀 버리며, 물이 많으면 색깔이 묽고 맛이 싱겁다.

다관을 사용한 후에는 다시 물로 씻어 깨끗이 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향이 줄어든다.

다관의 물이 너무 뜨거우면 차가 싱그럽지 못하고 다관이 맑으면 물 맛이 좋아진다.

차와 물이 잘 어우러진 뒤에 약간 식혀 마포에 걸러 마시되, 너무 일찍 거르지도 말고 너무 늦게

마셔도 안 된다.

빨리 거르면 차의 싱그러움이 나오지 않고 너무 늦게 마시면 오묘한 향기가 사라진다.
9. 투다(投茶 : 차를 넣는 법)

投茶行序 毋失其宜 先茶湯後 曰下投 湯半下茶 復以湯滿 曰中投 先湯後茶 曰上投 春秋

中投 夏上投 冬下投

차를 넣는 데도 차례가 있으니 적절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다관에 먼저 차를 넣고 그 다음에 끓인 물을 붓는 것을 하투(下投)라 한다.

다관에 끓인 물을 반쯤 붓고 차를 넣은 뒤 다시 끓인 물을 가득히 붓는 것을 중투(中投)라 하며,

먼저 끓인 물을 붓고 다음에 차를 넣는 것을 상투(上投)라 한다.

봄 가을에는 중투, 여름은 상투, 겨울은 하투로 한다.
10. 음다(飮茶 : 차 마시는 아취)

飮茶 以客少 爲貴 客衆則喧 喧則雅趣乏矣 獨철?曰神 二客曰勝 三四曰趣 五六曰泛 七八曰施

차를 마실 때에는 사람 수가 적을수록 고귀하게 여긴다.

차 마시는 사람이 많으면 소란스럽고 소란스러우면 차를 마시는 고상한 취미가 사라진다.

혼자 앉아 마시면 신비롭고, 두 사람이 함께 마시면 고상하고, 서넛이 마시면 그냥 취미가 되고, 오륙 인이 모여

마시면 그냥 평범하고,칠팔 인 이상이 마시면 서로 찻잔을 주고받는 것일 따름이다.

11. 향(香 : 차의 향)

茶有眞香 有蘭香 有淸香 有純香 表裏如一 曰純香 不生不熟 曰淸香 火候均停 曰蘭香 雨前神具 曰眞香

更有含香 漏浮香 間香 此皆不正之氣

차에는 진향(眞香), 난향(蘭香), 청향(淸香), 순향(純香)이 있다.

안과 밖이 똑같은 것을 순향이라 하고, 설지도 않고 너무 익지도 않은 것은 청향이라 하며, 불 기운이 고르게

든 것을 난향이라 하고, 곡우 전 차의 싱그러움이 충분한 것을 진향이라 한다.

또한 함향(含香), 누부향(漏浮香), 간향(間香)이 있으나 모두 좋지 못한 향기다.

12. 색(色 : 차의 빛깔)

茶以淸翠爲勝 濤以藍白爲佳 黃黑紅昏 俱不入品 雲濤爲上 翠濤爲中 黃濤爲下 新泉活火 煮茗玄工

玉茗水濤 當杯絶技

차는 맑고 푸르러야 가장 좋고, 무노리는 연한 쪽빛에 하얀 빛이 도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누런빛, 검정빛, 붉고 어두운 빛깔은 품질이 낮아서 좋은 차에 들지 못한다.

찻잔에 하얀 구름과 같은 무노리가 떠오르는 것은 상품, 파르스름한 것이 중품, 누르스름한 것은 하품이다.

신선한 샘물에 활활 타는 숯불로 차를 달이면 능통한 기술자(玄工)요,

품질 좋은 차와 거품이 잘 난 무노리는 명주(名酒)에 못지 않은 맛을 내는 절묘한 기예이다.
13. 미(味 : 차의 맛)

味以甘潤爲上 苦滯爲下 차의 맛은 달고 윤기 나는 것으로 으뜸을 삼고, 쓰고 먹기 거북한 것은 하등이다.
14. 점염실진(點染失眞 : 오염되면 차의 참맛을 잃는다)

茶自有眞香 有眞色 有眞味 一經點染 便失其眞 如水中着鹹 茶中着料 碗中着薑 皆失眞也

차는 스스로 참된 향기와 빛깔, 맛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 번 다른 물질에 오염되면 차의 참맛을 잃게 된다.

만일, 차 끓이는 물에 소금기가 함유되어 있거나, 차에 다른 물감이 따라 붙거나, 차 사발에 과즙 같은 것이

붙으면 모두 차의 참됨을 잃는다.
15. 다변불가용(茶變不可用 : 변질된 차는 쓰지 않는다)

茶始造則靑翠 收藏 不得其法 一變至綠 再變至黃 三變至黑 四變至白 食之則寒胃 其至 瘠氣成積

차를 갓 만들어 놓으면 그 빛이 푸르다. 그러나 차의 저장법을 잘 갖추지 못하면 색깔이 변한다.

첫 번째 변색은 녹색이 되고, 두 번째는 황색이 되고, 세 번째는 흑색, 네 번째는 백색으로 변한다.

만일 변질된 차를 달여 마시면 위(胃)가 냉해지는 증세가 생기고, 심하면 기운이 없고 적병(積病)이 생기게 된다.
16. 품천(品泉 : 물의 등급)

茶者 水之神 水者 茶之體 非眞水 莫顯其神 非精茶 莫窺其體 山頂泉 淸而輕 水下泉 淸而重 石中泉

淸而甘 砂中泉 淸而洌 土中泉 淡而白 流於 黃石爲佳 瀉出靑石無用 流動者 愈於安靜 負陰者 勝於陽

眞原 無味 眞水 無香

차는 물의 신(神)이요 물은 차의 본체다.

좋은 물이 아니면 신이 나타나지 않고 좋은 차가 아니면 본체를 엿볼 수 없다.

산마루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가벼우며, 지하 샘물은  맑으나 무거우며,

돌 사이에서 나는 석간수는 맑고 달며, 자갈샘은 맑고 차갑다.

땅 밑 샘은 담백하고 황석(黃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좋은 품질이지만, 청석(靑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쓰지 말아야 한다.

흘러내리는 물은 고여 있는 물보다 좋고, 음지에서 나오는 물은 양지에서 나오는 물보다 참된 물이다.

오염되지 않은 참된 샘의 근원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아무 맛이 없고, 참된 물은 아무런 향기가 없다.
17. 정수불의다(井水不宜茶 : 우물물은 차에 좋지 않다)

茶經云 山水上 江水下 井水最下矣 第一方 不近山 卒無泉水 惟當春積梅雨 其味甘和

乃長養萬物之水 雪水雖淸 性感重陰 寒入脾胃 不宜多積

우물물은 차 달이는 데 적당하지 않다. <다경(茶經)>에 이르기를, "산에서 나는 물이 으뜸이고 강물은 하등이며

우물물은 최하품이다" 라 하였다(중국과 우리나라는 자연 환경이 달라 맞지 않다).

다만 도시 가까운 곳에 산이 없고 좋은 우물 물마저 없다면 봄의 매실(梅實)이 익을 때 내리는

빗물을 써도 괜찮다.

그때 내린 빗물은 맛이 달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모든 생물을 길러 주는 생명수이기도 하다.

눈이 녹은 물은 맑기는 하나 물의 성질이 너무 차가워 비위(脾胃)에 찬 기운이 들어가므로 많이

마시면 해를 입는다.
18. 저수(貯水 : 물을 받아 놓는 법)

貯水甕 須置陰庭中 覆以紗帛 使承星露之氣 則英靈不散 神氣常存 假令 壓之以木石 封以紙약?

曝于日下  則外耗散神 內閉其氣 水神弊矣 飮茶 惟貴 夫茶鮮水靈 茶失其鮮 水失其靈 則與溝渠何異

물 받는 항아리는 반드시 정원의 그늘진 곳에 두고 비단으로 덮어 밤이슬을 맞게 하면 물의 신령함이 흩어지지

않고 신통한 기운이 항상 남아 있다.

하지만 가령 이것을 나무나 돌로 누르고 종이와 죽순 껍질로 봉해 햇살을 쏘이면 곧 밖으로 물의 신기(神氣)

사라지고 안으로 살아있는 기운이 막혀서 수신(水神)사라진다.

차를 마심에 오직 귀한 것은 신선한 차와 신령스러운 물이니 차가 신선하지 못하고 물이 신령함을 잃으면

개울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19. 다구(茶具 : 차 달이는 그릇)

桑苧翁 煮茶 用銀瓢 調(謂)過於奢侈 後用磁器 又不能耐久 卒歸於銀 愚意 銀者 貯朱樓華屋 若山茅齋舍

惟用錫瓢 亦無損於色味也 銅鐵忌之

상저옹(桑苧翁 : 육우)은 차를 달이는데 물 끓이는 그릇으로 은 제품을 썼으나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에 도자기

그릇으로 바꿨는데 오래 쓸 수가 없어 다시 은 제품을 쓰게 되었다.

나의 못난 생각으로는 은 제품은 부잣집에서 장만하고 살림이 어려운 사람들은 주석으로 만든 그릇을 써도

차의 빛깔과 맛에는 손색이 없다. 그러나 구리 제품과 쇠 제품은 쓰지 말아야 한다.
20. 다잔(茶盞 : 차 마시는 잔)

盞 以雪白者 爲上 藍白者 不損茶色 次之

찻잔은 눈처럼 하얀색이 가장 좋고, 푸른 빛이 감도는 흰색은 차의 빛깔을 해치지 않으므로 그 다음이다.
21. 식잔포(拭盞布 : 차의 행주 수건)

飮茶前後 俱用細麻布 拭盞 其他物 穢不堪用

차를 마시는 전후에는 모두 고운 마포(麻布)를 사용해서  잔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

다른 종류의 천은 쉬이 더러워져서 사용할 수 없다.
22. 다위(茶衛 : 차의 위생관리)

造時精 藏時燥 泡時潔 精 燥 潔 茶道盡矣

차를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하고, 차를 저장ㆍ보관할 때는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하며, 물을 끓여 차를 달일 때는

청결하여야 한다. 정성 들여 만드는 정(精), 차에 습기가 들지 않게 하는 조(燥), 차를 달여 마실 때 청결히 하는

(潔)로 다도(茶道)는 완성된다.

후기

戊子雨際 隨師於方丈山 七佛啞院 騰抄下來 更欲正書 而因病未果 修洪沙彌 時在侍者房 欲知茶道 正抄

亦病未終 故禪餘 强命管城子 成終 有始有終 何獨君子爲之 叢林 或有趙州風 而盡不知茶道 故抄示可畏

무자년 어느 비오는 날, 스승을 따라 지리산 칠불 안 아자방에 갔다가 이 책자를 등초(騰抄)하여 내려왔다.

곧바로 다시 정서(正書)하여 책으로 묶으려고 했지만 몸에 병이 나 끝을 맺지 못하였다.

사미승 수홍(修洪)이 마침 시자실(侍者室)에 있으면서 다도를 배우고자 하여 정초(正抄)하였으나

또한 병으로 이루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좌선하는 틈틈이 짬을 내 힘겹게 붓을 들어 완성한 것이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일이 어찌 유학자들만의 일이겠는가.

총림(叢林)에서 혹 조주풍(趙州風, 쉼터의 끽다거 참조)이 있기는 하나 다도(茶道)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이를 초록하여 후학들에게 전하는 바이다.

庚寅 中春 休菴病禪 雪窓擁爐 謹書경인년(1830) 3월 봄, 휴암병선(休菴病禪=艸衣)은 눈 쌓인 창가에서

화로를 안고 삼가 이 글을 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