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청화 모란문 주전자 白磁靑華牧丹文注子 높이 17.6m : 2015년6월15일
서울옥션 제136회 미술품경매 No.175번 1150만원 낙찰
19세기 후반 어느 격조 있는 양반집의 정갈한 주안상에 올랐던 싶은 주전자이다.
흰 바탕에 여유롭게 그려진 모란 문양이 더 없이 싱그럽다.
거기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외형도 흠잡을 데 없다.
동그랗게 몸체를 만든 다음 장식을 모두 빼고 손으로 빗은 그대로 주구(注口)를 달았다.
그렇다고 품격과 관계있는 치장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뚜껑 바깥쪽으로 뇌문(雷文)을 둘러 구획을 분명히 했다.
뚜껑 면에도 모란 잎을 그려 넣어 전체의 통일을 꾀했다.
그런 다음에 뚜껑 한 가운데 작고 앙징 맞은 강아지로 손잡이를 달아 보는 사람의 눈길을 떼지 못하게 했다.
화룡첨정처럼 올라앉은 이 작은 강아지로 인해 맑고 순수한 인상을 통째로 손에 넣게 됐다.
무심한 채로 빗은 주구 그리고 뚜껑 손잡이로 만든 강아지도 그렇지만 이 주전자 전체에 맑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백자의 색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흰 백토 바탕에 살짝 담청색이 도는 유약이 발라진 위에 부드러운 느낌의 청화색이 한데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맑고 시원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할 수 있다.
담청색의 유약은 분원 후기의 특생이다.
이는 흔히 설백색(雪白色)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보다 앞서 약간 노란 색 느낌이 나는 유약 분위기를
유백색(乳白色)이라고 한 것과 구별한 것이다.
설백색 유약은 분원 후기에 주로 많이 쓰였다.
그리고 이 술주전자에 대해 보면 백자 술병은 전시대에 거쳐 만들어졌지만 주전자는 경우가 다르다.
우선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병의 제작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해결해야할 기술적인 난점이 있다.
몸체와 주구 그리고 뚜껑과 손잡이. 이 모두가 가마 속에서 정확한 비례로 수축되어야만 애초에
도공이 머릿속에 그렸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쨌든 술병을 넘어서 술 주전자가 백자로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19세기 들어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술상의 이유와는 별개로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 시대가 되면 보다 운치 있는 그리고 어느 면에서는 사치스럽고 호화롭다고 할
주연이 베풀어진 때문이다.
도자기는 시대를 앞서가기도 하지만 시대를 추종해 시대가 요구하는 물건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이 시대는 18세기 이후부터 시작된 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사회 내에서 부(富)의 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와 같은 부를 배경으로 보다 격조 높고 정교 하며 보다 솜씨를 부린 백자가 등장한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솜씨를 보인 분원 후기의 이 청화백자 주전자 역시 그와 같은 사회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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