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의 역습] ② 한겨울 경기, 한여름 자산시장… "가격조정, 시한폭탄 될수도" - 조선비즈니스 - 2021.01.04
유동성 확대로 부동산·주가 올랐지만, 소비·고용 IMF 수준
자산가격 상승에 양극화 심화… "유동성 속도조절이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5년여만에 양적완화의 시대로 회귀했다.
중앙은행들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는 동시에 각종 유동성 공급책을 내놨고, 각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지출에 돌입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올해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은 벌써 부풀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유동성 파티'도 끝내야 해 이제는 유동성의 역습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뜨거웠다.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는 287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로 2020년 장을 마감했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4.42%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다.
시중에 풀린 돈도 3150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정 지출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고 있다.
문제는 생산·고용·소비 등 실물이 뒷받침 되지 않은 채, 자산시장에만 자금이 쏠리면서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유동성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라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로 근로 소득자와 자산가 사이의 빈부격차가 더욱 늘어나고, 자산 역시 기업의 실적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버블(거품)’이라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급격한 자산가격 조정이 오면 양극화와 자산거품이 우리 경제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도 넘치는 유동성… 주식예탁금 65조·토지보상금 30조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통화량(M2·평잔)은 3150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4조7000억원(1.1%) 증가했다. 2018년 10월과 비교하면 9.7%(277조6100억원) 늘었다.
1년 사이 시중에 풀린 돈이 이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이 포함된다. 지난해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지속된 데다 저금리에 돈을 은행에 묶어두기
보다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자금 위주로 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급등세도 이러한 배경 탓이다.
그 결과 지난해 전체 IPO 시장에는 약 300조원이 몰렸다. 이슈만 생기면 ‘떼돈’이 몰려다니는 현상이 속출했다.
작년 9월에는 카카오게임즈가 1525.85대 1이라는 경쟁률로 58조5543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경쟁률과 증거금 규모 모두 사상 최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로 은행에 저축할 유인이 낮아졌고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투자
여건도 만만치 않다"며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우려로 투자 수익이 발생할 곳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주식
시장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분위기"라고 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주식을 매수하려는 대기 자금은 여전히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5조5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배 급증했다.
비슷한 성격인 개인투자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담긴 돈도 57조9862원으로 같은 기간 30% 늘었다.
또 올해부터는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된 약 30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도 풀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금의 유동성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만 돌면서,
사실상 연구개발(R&D), 시설투자, 고용 등 차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과 자산거품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유동성에 빈부격차 심화… 유동성 풍선 터질까 조마조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유동성 확대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가 시행되면서 가게 문을 닫는 등 먹고 살기조차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일일 확진자수가 1000명대를 넘는 등 확진세가 잡히지 않자 거리두기는 2.5+α 단계로 상향됐고,
상인들은 "돈 구경하기 힘들다. 유동성은 다른 나라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시장에 돈은 많지만 ‘투자→소비→고용→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당장 실물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3차 재확산으로 0.9% 감소하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3%)는 늘었지만 의복, 신발 등 준내구재는 6.9%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외출과 소비가 줄면서 옷이나 신발마저 구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고용 악화도 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취업자는 272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3000명 줄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21년여 만에 최장 기간
감소세를 기록했다. 12월에는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저금리 시대에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쓰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를 수밖에 없다"며 "자산을 가진 사람은 부가 커지는데, 그렇지 않은 계층은 소득이 계속 줄어드니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 풍선이 언젠가는 터질 수 있다"며 "문제는 올해에도 코로나19가
지속하는 만큼, 금리를 올리는 등 유동성을 당장 줄이지 못 할 수 있다.
빚이 과도하게 늘면 부실이 커지고 기업과 가계의 파산, 나아가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주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까지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유동성을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속도조절’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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