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이야기

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7) 영기화생의 극치,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썬필이 2022. 1. 7. 21:16

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7) 영기화생의 극치,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영기문을 받든 6명의 동자들
도가사상, 신선과 깊은 관계
승반에서 주전자가 영기화생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투각문양 주전자와 승반'

이 작품을 2007년 8월 25일 자세히 촬영했고, 14년 지나서 2021년 7월에 그 사진들로 밑그림을 그리다가

결정적인 열쇠를 바로 이 작품에서 파악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앞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온 금제 영기문 투각 도자기를 훨씬 뛰어넘는 이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이제 고려청자의

조형적 성립과정을  완전하게 밝힐 수 있게 되었다. 2021년 7월 21일 밤 10시.
◆영기문 줄기 받들고 있는 동자상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투각문양 주전자와 승반>은 이름이 좀 길지만 도리가 없다.

도자기 전공자들은 <청자투각 연화동자문 주자>라고 부르지만,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명칭을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포도 넝쿨 모양 영기문과 동자상이 함께 있는 고려청자는 더러 보았어도 연꽃모양 영기문 줄기를

받들고 있는 동자상을, 그것도 투각한 작품은 물론 처음 본다.
승반과 주전자가 한 세트인 이 작품은 2007년 8월 25일 실물을 앞에 놓고 마치 불상조각을 조사하며 사진

촬영하듯,  이 고려청자를 모든 면에서 촬영했음을 알고 내심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이미 그 당시 그리도 깊었단

말인가, 스스로 놀란다.

이 작품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그리도 철저히 조사했단 말인가.

그러면 오늘날 이 도자기 연재 대 기획을 용감하게 도전하게 된 것도 이런 작품을 정교하게 조사했던

까닭이었단 말인가(도 1-1, 1-2).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투각문양 주전자와 승반'&nbsp;

지금까지 다루어 온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고려청자는 <순청자→음각문양→상감문양→금속투각 문양→

자기 투각 문양> 등의 현상에서  보다시피 청자에 문양을 나타내려는 단계적인 의지를 읽어볼 수 있다.
모두가 11~12세기에 일어났기 때문에 그 선후 관계는 알 수 없으나 문양을 뚜렷하게 표현하려는 끊임없는

치열한 노력을 충분히  읽어볼 수 있다. 문양을 경시한 연구는 도자기의 영기화생하는 근원을 무시하여 온

셈이니  도자기 연구는 지금부터라 할 수 있다.

여러분은 이제 필자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선정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금이나 은으로 영기문을 투각하여 도자기를 감싸 안은, 유례가 없는 고려청자의 기법이 금속을 쓰지 않고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자기로  입체적으로 투각 영기문을 만들어 주체인 고려청자를 감싼 것은 그만큼 영기문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저 도공이 심심하여 이런 어려운 기법을 시도한 것이 아니다.

투각 영기문 사이로 안의 자기 형태가 힐끗힐끗 보일 뿐 투시촬영하지 않아 분명히 모르지만 둥근 모양임은

짐작해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이 청자의 네 면을 각각 채색분석하여 보면 어떤 성격의 청자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도 2-1, 2-2) (도 3-1, 3-2) (도 4-1, 4-2) (도 5-1, 5-2).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투각문양 주전자와 승반'의 네 면을 각각 채색분석하여 보면 어떤 성격의 청자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도 2-1, 2-2) (도 3-1, 3-2) (도 4-1, 4-2) (도 5-1, 5-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투각문양 주전자와 승반'의 네 면을 각각 채색분석하여 보면 어떤 성격의 청자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도 2-1, 2-2) (도 3-1, 3-2) (도 4-1, 4-2) (도 5-1, 5-2).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투각문양 주전자와 승반'의 네 면을 각각 채색분석하여 보면 어떤 성격의 청자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도 2-1, 2-2) (도 3-1, 3-2) (도 4-1, 4-2) (도 5-1, 5-2).
'고려청자 연꽃모양 영기문을 받든 동자들 투각문양 주전자와 승반'의 네 면을 각각 채색분석하여 보면 어떤 성격의 청자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도 2-1, 2-2) (도 3-1, 3-2) (도 4-1, 4-2) (도 5-1, 5-2).


투각 문양을 보면, 연꽃 모양이 있으나 이런 모양은 연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연잎’ 모양을 보고 있으면 연꽃이라고 더욱 확신한다. 그러나 연잎 모양을 보면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연잎과 크게 다르다.

지나치게 붕긋붕긋하게 표현하며 크게 네 갈래로 하여 문양화했다.

문양화했다는 것은 영화(靈化)시켰다는 말이며, 무엇인가 화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다.
‘문양화된 연잎’ 즉 ‘영화된 연잎’의 중심에는 작은 둥근 모양의 보주 표현이 있고, 잎줄기는 보주에서 발산하는

기운을 나타낸 것이다.

그 꽃과 잎은 줄기로 연결되어 있는데 동자 6명이 줄기를 받들고 있다.
◆동자상은 도가사상과 밀접한 관계
어느 경우든 왜 동자가 함께 등장하고 있을까.

흔히 그저 그런 형상을 무미건조하게 서술하고 마는데, 왜 그런지 의문을 내며 깊이 생각해보면 엄청난 상징을

회복해 지닐 수 있다.

왜 하필이면 여러 동자상이 있을까.
그러면 이런 투각 문양을 전후좌우 부분을 그림으로 그려보자. 반드시 그려서 채색분석해봐야 작품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자상을 보면 얼굴에 눈, 코, 입을 분명하게 표현해 두었고 배와 하반신에 걸쳐 수건 같은 것을

둘렀음을 볼 수 있다.

만일 필자가 15년 전에 접사하여 촬영해두지 않았다면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자상은 흔히 도가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무릇 불교미술은 모두 도가사상 및 도교와 관련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도자기 전공자들 중 도자기가 그런 사상적 종교적 배경에서 도자기가 성립되어 있다고 말한 학자를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필자는 원래 불상 조각과 불상 회화 전공자이므로 그런 사상적 배경을 금방 파악해 볼 수 있다.
고구려 벽화의 문양들을 처음으로 밝혀나가는 동안 그 모든 문양이 모두 도가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았기에 도가사상의 고전인 「老子」를 늘 머리맡에 두고 정독을 거듭해왔다.

도가사상에서는 동자(童子)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동자는 신선과 깊은 관계를 지닌다. 동심(童心)을 가장 이상적인 마음의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신선사상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주자(注子)는 그렇다고 치고 승반(承盤)은 왜 따로 만들었을까요?

이런 물음은 아마도 필자가 유일하게 던지는 것이리라.

승반은 받치는 대라는 뜻이므로 받침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나 받침대가 아니다. 즉 단지 승반이 아니다.

승반은 연꽃잎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흔히 말하지만, 자세히 보며 그려보면 연꽃잎이 아니다.

연꽃잎 모양을 문양화 즉 영화시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영기문으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받침대에 주자를 놓으면 ‘승반에서 주전자가 영기화생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주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므로 주전자로 부르기로 한다.

받침대에 주자를 놓으면 승반에서 주전자가 영기화생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승반의 입가의 연이은 빨간 보주 역시 매우 중요(도 6-2).

이처럼 두 가지를 만들어 주전자의 영기화생이라는 장엄한 광경을 보여주므로 주전자 맨 밑 부분 자체에는

영기문이 표현되지 않은 것이다! 다음 회에서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대망의 이 작품에 대해 쓰면서 필자도 새로 알게 된 고려청자의 비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받침대를 채색분석하다가 수많은 수술을 알아보는 순간, 주전자와 승반의 관계가 문득 풀렸으며 도자기와

영기문의 관계가 더욱 뚜렷이 부각되는 감격을 누렸다(도 6-1, 6-2).
연잎은 영화되었음으로 이미 연잎이 아니다.

승반 입가의 작은 점들을 확인해 보니 수술도 이미 수술이 아닐 것이며, 모두 보주를 나타낸다는 것을 기와를

연구하여 이미 알고 있는 터라 바로 승반에서 주전자가 화생하는 것을 직감했다.

채색분석하며 더욱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문득 주전자를 다시 다른 방법으로 분석해 보았다(도 7-1, 7-2).

즉 투각 문양 속에 있음직한 자기 모양의 윤곽을 그려서 청색을 채색해보았다.

그랬더니 둥근 모양 즉 보주 모양이 아닌가. 마침내 우리는 보주의 본질에 이르렀다. 주전자가 아니라 보주이다!

주전자를 다시 다른 방법으로 분석해 보았다(도 7-1).
파랗게 칠한 부분이 둥근 보주모양. 도 6-2를 거쳐 도 7-3에서 화생한다(도 7-2).
승반에 둥근 보주(주전자의 실체)를 그려보니 감격스러운 광경이다(도 7-3).

앞으로 항아리이든 주전자이든 접시이든 자발이든 모든 도자기는 여러 가지 보주임을 깨닫는 결정적인

순간을 체험할 것이다.

그래서 승반에 둥근 보주(주전자의 실체)를 그려보니 감격스러운 광경이다(도7-3).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채색분석한 것을 스스로 관찰하여 보기 바란다. 필자의 설명만을 따르지 말기 바란다.

필자의 설명이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

작품 자체에서 정답을 구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