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 김시영의 소우주 展
전시기간 : 2024.5.22(수) – 2024.8.9(금)
전시장소 : 스페이스 이수(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84 1층)
운영시간 : 월요일–금요일, 오후 1시–6시 (토, 일 및 공휴일 휴관)
이수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스페이스 이수’는 2024년 5월 22일부터 8월 9일까지
«김시영의 소우주»전을 개최한다.
«김시영의 소우주»는 부단한 불의 실험을 통해 우리 땅의 흙을 무한한 공간감과 찬란한 빛을
담은 소우주로 변환하는 김시영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이다.
흙과 불이 만나 탄생한 우주를 형상화했다는 의미에서 ‘플래닛(Planet)’으로 불리는 김시영의
작업은 무수한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계획된 작가의 의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마 속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우연이 결합하여 마치 빅뱅과 같은 폭발력을 응축한 듯한
소우주를 도자 안에 담아 두는 일이다.
이번 개인전은 ‘불의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최근의 대형 조형 작업을 중심으로 대표작인
‘흑자 달항아리’와 ‘흑자 다완’, ‘흑유 도판’까지 아울러 전시하며 흙 외의 재료들까지도 다루는
파격적인 물성 실험 작업도 소개함으로써 37년간 흑자(黑磁)의 동시대적 해석과 변주에 몰두해
온 김시영의 작업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마치 여러 작은 행성들이 저마다의 빛을 내며 궤도를 달리고 있는 천체에 들어가듯 구성된
«김시영의 소우주»전을 통해 우리가 매일 밟는 땅속에 감춰졌던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우고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보기를 제안한다.
김시영은 재료 과학을 기반으로 불을 통한 물성의 변화라는 요변 현상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요변(窯變)’이란 도자기를 구울 때 불꽃의 성질 등 여러 요인으로 가마 속에서 변화가 생겨
예기치 않은 색깔이 나타나거나 모양이 변형되는 일을 말한다.
김시영은 198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가마의 불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자신만의
‘구조색(構造色, structural coloration)’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면, 2010년대 중반부터는 도자라는
전통적 매체의 기존 문법과 체계를 넘어서는 물성 실험으로 한층 더 나아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신작인 ‘플래닛 메타포(Planet Metaphor)’와 그 원형이 되는
‘플래닛 트래디셔널(Planet Traditional)’, 평면에 달항아리를 그린 흑유 도판,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기 위해 쓰이는 붕판 자체에 유약을 발라 화염으로 그림을 그린 듯한 최근의 실험적
작업 등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찬란한 구조색부터 형태적 변주까지 다양한 요변 실험을 접목한
작업의 특징과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신작 ‘플래닛 메타포’는 불에 의해 이지러지는 형태나 거친 질감을
극대화한 ‘불의 조각’이다.
마치 달의 표면이나 거대한 암석을 닮은 작품들은 작가가 대학 시절 알프스산맥 등반 중
조난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매달렸던 거대한 암벽이나 금속을 황금으로 바꿔준다는 신비로운
연금술의 재료인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을 떠올리게 한다.
김시영의 전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변화’이다.
흙과 불이 만나서 물질의 색과 형상, 속성이 변한다.
단순한 말이지만 무한하게 펼쳐지는 변화, 변형, 변환의 스펙트럼을 이루는 데에 그는
평생을 바쳐 왔다.
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원, 공장장으로 일했던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김시영은 때로는
과학자처럼 때로는 연금술사처럼 물질이 불을 통과하며 변화되는 과정 그 자체에 이끌린다.
‘국내 유일무이한 흑자 도공’, ‘고려 흑자를 계승한 도예가’, ‘불의 작가’, ‘화염의 마술사’ 등의
다양한 호칭처럼 김시영은 과학과 예술, 일상과 예술, 전통과 현대의 견고한 경계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러한 김시영의 작업은 흙과 불의 조화를 통해 자연과 우리 삶의 순리를 사유하며 작은 찻잔
속에 깃든 광활한 우주처럼 머나먼 우주에 대한 동경과 미시세계로의 경이로운 모험을 우리의
일상에 선사한다. 포스트휴먼의 시대에 «김시영의 소우주» 전시에서 크고 작은 항아리와
찻잔 안에 담긴 작은 우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매일 밟고 다니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지천의 흙 속에 감춰졌던 광물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발하며 들려주는 미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시영(b.1957)은 화염의 예술의 극치인 흑유도자(흑자, 黑磁)만을 고집하며 흑자 달항아리와
흑자 조각 작업을 한다.
흑자라고 하면 검은색의 도자기를 떠올리기 쉬우나, 김시영의 흑자는 오색 찬란한 색상을 갖는다.
비단벌레의 날개, 공작 깃털, 무지개와도 같은 환상적인 자연의 빛깔을 띤 김시영 흑자는 자연의
영역인 흙이, 과학적인 실험과 탐구가 축적된 불길과 만나 이루어진 예술과 과학의 결정체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금속공학 학사와 세라믹공학 석사를 수학했고, 1987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1990년에 ‘가평요(加平窯)’를 설립하며 작가의 길을 시작했다.
맥이 거의 끊긴 고려 흑자의 재현을 시작으로 198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가마의 불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그만의 독창적인 ‘김시영 구조색’을 실험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기존의 도자기 패러다임을 넘어서 ‘요변(窯變)’ 현상에 집중해 물성을
실험하고, 이는 대형 조각으로 형상화된다. 1999년 도자공예 부문 최초 ‘경기 으뜸이’로 선정이
되었으며, 2019년 대한민국 화관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의 흑자 달항아리는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A, Victoria and Albert Museum)과
프랑스 기메 뮤지엄(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Guimet) 등에 소장되어 있다.
최근의 주요 전시로는 «검고 뜨거운 차고 빛나는»(갤러리밈, 2024),
«묵상»(신세계갤러리 청담, 2024), «낙선재유―이음의 요량»(창덕궁 낙선재, 2023),
«프리즈 마스터스 서울»(악셀 베르보르트, 2023),
«사물을 대하는 태도»(밀라노 푸오리살로네, 2023),
«DISCOVERY»(학고재 아트센터, 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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