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 박민숙 도자 개인전 - 감정선 Emotional Line
전시기간 : 2024-11-05(화) ~ 2024-11-16(토)
전시장소 : Gallery LVS(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27길 33)
< 작가노트>
하얀 흙을 종이 삼아 선을 새긴다. 표면에 선을 그리는 대신 흙을 파내고 그 안에 다른 색의
흙을 넣는 전통 상감 기법을 응용하는 작업 과정은 내가 담고자 하는 작품의 가치
형성에 기반한다.
‘선’은 하나의 획 만으로도 무형의 가치를 품을 수 있는 무한한 요소로, 얇은 선을 반복해서
음각하고 얕은 속을 채워 또렷이 드러나게 하는 것은 길고 고된 인내의 시간과 나의 정신적,
육체적 힘을 서서히 담아간다.
또한 흙을 계속해서 비우고 채우는, 또 채워져 있어야 비울 수 있다는 순환의 과정을 매번
마주하며 인내하는 마음은 작업하는 삶에 있어 큰 동기이자 원동력이 되어 나를 반영하는
동시에 나를 대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끔은 너무 직설적으로 보이는 그 흔적이 부끄러울 때도 있으나 나의 힘과 마음을 담은,
그리고 솔직한 표현을 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하나 둘 이야기가 생기고
그렇게 가치를 만들어간다.
단순한 선의 구성으로 손 끝의 힘과 마음의 결을 따라 드러나는 장식을 통해 새로운 조형적
미감을 제시한다.
수천, 수만번의 선이 밀집되어 구성되면 그 깊이와 길이에 따라 음영과 같이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 효과가 나타나게 되고, 같은 선의 구성이라 할지라도 정형된 기물의 형태에 따라
시각적으로 전혀 다르게 표현되어 보이기도 한다.
작업의 주된 색상인 흑색(黑色)은 매일을 보내며 지나치는 어느 순간 느낄 수 있는 찰나의
감정이 모두 섞인 색으로, 나는 감정이 소실된 무감정의 상태 또한 이에 포함하고 있다.
진실된 마음의 색으로 여기는 검은색의 흙을 선 속에 새기며 나는 매번 나의 감정들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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