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 웅천 최웅택 이도다완 거장전
전시기간 : 2026.06.09(화) ~ 06.21(일)
전시장소 : 차와문화갤러리(서울 종로구 계동길 103- 4)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이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북촌 계동 길목을 포근히 감싸 안는 유월의 오후.
새로 문을 연 ‘갤러리 차와문화’의 전시장 문을 열자, 바깥세상의 소란함은 이내 가라앉고 묵직한
정적과 함께 흙과 불이 빚어낸 아득한 시간의 향기가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매거진 차와문화가 주관하는 '웅천 최웅택 거장전'의 현장은, 전시가 시작된 이래 전국의
차인(茶人)들과 도예 애호가들이 끊임없이 발길을 들이며 소리 없는 탄성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선 시대 웅천(熊川)의 거친 숨결을 품은 가마터의 역사적 맥을 짚어내는 이번 자리는, 평생을 바쳐
웅천 찻사발의 복원과 예술적 승화에 헌신해 온 최웅택 거장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뜻깊은 무대다.
국내 최초로 오직 ‘이도다완(井戶茶碗)’이라는 하나의 테마에만 깊이 몰두한 전문 전시이기에,
전시장 안을 흐르는 공기의 밀도부터가 남달랐다.
눈꽃으로 피어난 13가지의 독창적인 매화피, 가슴을 치다
전시장 내부에 들어서면 투박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지닌 이도다완들이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과거 조선의 이름 없는 무명 도공들이 거친 손으로 빚어냈으나, 바다를 건너가 일본의 국보가 될 만큼
세계적인 미학을 인정받은 우리 고유의 유산. 최웅택 거장은 수백 년 전 도공들이 흘린 땀방울,
흙의 성질, 그리고 가마 속 불길의 변수를 온몸으로 체득하며 사라졌던 웅천 사발의 원형을 마침내
이 자리에 고스란히 복원해 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전시장 중심을 지키고 있는 13점의 다완들이다.
유약이 가마 안에서 말려 뭉치면서 생기는 눈꽃 같은 현상인 '매화피(가이라기)'. 거장은 인위적인
기교를 철저히 배제한 채, 거친 흙과 유약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자연의 섭리대로 어우러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결과, 13점의 다완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13가지의 독창적인 표정으로 매화피를 피워내며 보는
이들의 깊은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피어난 거친 듯 부드러운 매화피의 자태는 시대를 초월한 자연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스크랩북 속 동경이 찬란한 경외심으로 바뀌는 순간
전시장 한편, 이틀 연속 묵직한 가방을 메고 오랫동안 붙박인 듯 서 있는 스물여덟 살의 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전국 내로라하는 도예가들의 사발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오직 웅천 최웅택 선생의 다완만은
인연이 닿지 않아 그간 선생의 작품 자료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스크랩해왔다는 청년이었다.
간절히 염원하던 실물 작품들을 마침내 마주한 청년은 한참 동안 숨을 죽인 채, 마치 연인의 얼굴을
보듯 다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기대했던 대로, 역시 현존하는 최고의 이도다완 작가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오직 이도다완이라는 깊고 좁은 외길에 몰두한 이 최초의 전시가, 한 청년의 오래된 스크랩북 속에
갇혀 있던 아득한 동경을 눈앞의 찬란한 경외심으로 바꾸어 놓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박물관 유리창을 깨고 나온 ‘살아 숨 쉬는 예술품’
최웅택 거장의 다완이 지닌 참된 가치는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는 이도다완 고유의 완벽한 비례미와 대담하게 깎아지른 굽의 특징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적인 주거 공간과 차 문화의 흐름에 어울리는 세련된 조형미를 더했다.
전통이라는 단단한 뼈대 위에 현대적인 선과 감각적인 색채의 해석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다완들은 박물관 차가운 유리창 속에 갇힌 유물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차인들의
손때를 타며 차를 나누고 삶을 나누는,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다완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었다.
흙과 불, 그리고 한 예술가의 지독한 집념이 만들어낸 이번 거장전은 전시장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오랜 세월 외롭고 묵묵하게 외길을 걸어오며 우리 도자 문화의 자부심을 일깨워준 최웅택 거장.
유월의 푸르른 날, 갤러리 차와문화를 찾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그의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한 깊은
울림과 결코 잊지 못할 찬란한 감동의 자국을 새겨 넣고 있다.
출처 : 차와문화(https://www.teacul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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