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청화 당초문병 白磁靑花唐草文甁 높이 31.7cm :
2012년9월26일 서울옥션 제125회 미술품경매 No.422번, 9300만원 낙찰
미술시장에서 흔히 내사병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병다.
내사(內司)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쓰는 쌀, 베, 잡물, 노비 등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관청을 말한다.
궁중의 뒷일을 도맡아 하는 관청이지만 이곳은 궁중에 소용되는 도자기의 관리나 제조 등에
관한 일과는 무관하다.
이런 임무를 맡는 곳은 임금과 대궐안의 식사나 연회에 관련된 일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사옹원이 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사병이라고 쉽게 불린 것은 화려하고 정교하기가 궁중에서 쓰는 도자기에 딱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이 병은 조선시대 도자기로서는 이례라고 할 만큼 장식적이다.
조선 도자기는 세계 어느 곳의 도자기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장식 내지는 문양에 무신경한 도자기하다.
대범하다고 할 정도로 ‘척척’ 혹은 ‘쓱쓱’하고 붓질 몇 번으로 문양을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선 이 병은 특이한 사례이다.
그리고 그 특이함으로 인해 지체 높은 궁중에서 쓰는 병이라는 의미로 내사병이라고 불렸다고 할 수 있다.
이 병의 문양은 올 오버 페인팅이라고 할 정도도 빈틈이 없다.
구연부의 여의두문과 굽과 이어지는 아래쪽에 연판문을 제외하면 당초문이 목에서부터 몸통 전체에 꽉 차있다.
당초문은 풀잎이나 반복되면서 이어지는 문양을 말하는데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풀잎이나 나뭇잎을
뜻하지는 않는다.
동일한 식물 패턴에 줄기를 중심으로 무한히 반복되는 고도화된 추상문양이다.
당초문의 추상적인 성격과 조선도자기에 대범 혹은 무심 또는 무신경하게 ‘쓱쓱’ 그은 식물문양의 추상적
성격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고도로 패턴화된 반복 문양은 그 자체가 자연과 무관한 추상적 권위와 직결된다.
하지만 조선 도자기의 간결무쌍한 채 추상적으로 보이는 장식 문양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잔상과 함께
자연주의를 일깨워준다.
그런 점에서 이 당초문 병은 이 무렵 중국의 어떤 특정한 문양에 영향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여겨지고
아울러 보는 입장에서도 그와 같은 지적이 십분 느껴지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떤 중국의 영향을 받았는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궁중의 어떤 용도를 전제로 하면서 분원에 특별 주문된 특별한 병이란 점은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올 오버 페인팅식이 장식이 든 도자기는 조선 후기에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깨의 부풀어 오르고 목이 짧은 점은 중국의 천구병(天球甁)을 일견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와는 별도로 이 병의 당초문의 발색과 뉘앙스는 매우 탁월해 19세기 전반 분원의 전성기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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