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草庵)이 뜻하는 것
구불구불한 소나무를 목재로 이용하여 짓는 집에는 반드시 필요한 또 다른 재료가 있는데 짚을 잘게 썰어 넣어 으깬
흙이 그것입니다.
벽체에 흙을 바르고, 지붕엔 알매를 얹는데 온대기후인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무더위와 겨울의 혹한을 막아주는
훌륭한 천연 재료이지요.
벽체를 만드는데는 정해진 규칙이 있습니다.
뼈대집의 벽체를 짜기 위해서는 기둥에 구멍을 뚫어 인방(引枋)을 꿰고 꽂이를 박아 고정합니다.
이어 대략 상방 하방으로 나눕니다.
상방과 하방 사이에는 일곱 치 정도의 거리를 띄우고 힘살을 여럿 박아 넣지요.
힘살이 세워지면 가로로 외(누리)를 엮는데, 외는 겨릅, 반으로 쪼갠 대, 싸리나무, 수수깡을 쓰지요.
칡넝쿨, 댕댕이, 가는 새끼줄로 힘살에 연속해서 묶습니다. 그런 다음 안쪽에서 먼저 밖을 향하여 흙을 쳐 바릅니다.
흙이 굳어지고 나면 밖에서 맞벽을 붙이지요.
벽 바르기는 안과 밖을 모두 초새, 재새로 나누어서 두 번 바르는 것이 옳지만 한 번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나드는 방문은 하나 뿐이며 좁고 작아서 허리를 잔뜩 숙여야 합니다.
출입문 외의 문이 없이 사방이 흙벽으로 둘러쳐져 있기 때문에 방안은 어둡습니다.
어두운 방안으로 빛을 들이기 위해 흙벽 가운데를 뚫어서 구멍만 내고 안으로 종이를 발라서 만든 봉창(封窓)을
만들기도 합니다.
알매를 얹은 지붕은 짚으로 이엉을 엮어 덮는데 초가지붕이 그것이지요.
방안에서 쳐다보이는 천장은 따로 만들지 않고 울퉁불퉁 튀어나온 소나무 서까래가 반쯤 드러나 보이도록 서까래
사이에 흙을 바릅니다.
이때 벽체나 서까래 사이에 바르는 흙은 초새와 재새에 따라 섞는 재료가 다른데, 초새에는 짚을 넣어 섞지만 재새
때는 흙을 쇠어레에 쳐서 밀가루 풀과 모래를 반반 섞어 씁니다. 그래야 벽면이 곱습니다.
초당, 초가에 사용되는 건축 재료, 즉 뼈대로 쓰이는 목재 대부분이 소나무라는 점,
벽체를 짜는 방법과 흙을 바르는 법, 지붕의 알매 얹기와 초가지붕, 천장을 손질하는 법, 좁고 작은 방문,
봉창 만들기 등은 일본 초암차에서 말하는 초암(草庵)의 모습과 매우 닮았습니다.
초암이란 명칭은 출가한 승려들이 사는 집으로, 깊은 산중에 짓거나 청빈한 수행자가 수도하기 위해서 지은
암자(庵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庵子라 하지 않고 굳이 초암이라 한 것은 수행자가 지녀야 할 검소하고 청빈한
무욕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같은 초암이 지닌 상징성은 세속 생활에도 영향을 끼쳐 가난한 선비들에게 모사(茅舍), 초려(草廬)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한적한 언덕이나 강가에 지어졌지요.
사대부가 풍류를 즐기거나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하여 검소함과 청빈의 의미를 담은 초정(草亭), 모정(茅亭),
초루(草樓)라는 이름의 정자를 지은 것도 초암의 영향이었습니다.
왕이나 세자가 능제(陵祭)를 모시기 위해 임시로 머무는 집이나 조용하게 쉬면서 독서하는 곳으로 지은 집을
모옥(茅屋), 초옥(草屋)이라 했던 것도 이같은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그런가하면 가락국의 수로왕이 최초로 지은 궁궐을 모자(茅茨)라 불렀던 사실도 불교와의 관련을 추측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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