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초암차실 - 작은집

썬필이 2020. 3. 5. 10:39

예천 삼강 주막

센노리큐가 깨달은 차선일미(茶禪一味)란 어떤 변화도 ‘새로움’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에

현실적 변화들을 모두 긍정적으로 쓸어 안는 정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차선일미는 웅장한 규모의 집이 아니라 비가 새지 않을 정도면 족한 작고 소박한 초가에서

생겨나는 정신입니다.
괜히 복잡하고 요란스런 형식 보다는 차를 배우고 행하는 이의 마음이 더 중요하며, 호화롭고 완벽한 형태를

갖춘 차도구가 아닌 눈에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소박한 차 도구와의 조화에서 차선일미의 미학을 발

견해 내는 정신입니다.
이런 초암차 정신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원천을 그는 이렇게 설정했습니다.
①차실의 크기를 더욱 줄였는데, 종래의 4첩 반을 2첩으로 줄인 뒤 이를 다시 1첩의 매우 작은 방으로 줄였지요.
2첩 넓이의 차실은 2㎡가 채 못되는 좁은 공간인데, 센노리큐의 사상이 집대성 되어진 초암차실로서

야마자키 묘키얀 (山崎妙喜庵)안에 있는 차실 타이얀(待庵)이 그렇습니다.
②차실 내부는 모두 흙벽이지요. 타케노 쇼오 때까지 고급 벽지를 바르거나 정교하게 짜 맞춘 미닫이 문이었던

안쪽 벽체를 모두 흙벽으로 바꾸어 폐쇄적인 느낌을 갖게 합니다.
벽을 바른 흙에는 짚을 썰어 넣어서 흙이 마른 뒤 균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③차실의 뼈대를 이루는 나무 기둥, 기둥과 기둥 사이에 가로로 걸쳐 힘과 균형을 잡아주는 목재들의 몸이

드러나도록 흙벽을 발라서 차실을 유지시키는 목재의 골격을 눈으로 확인하게 합니다.
④천장은 매우 낮아서 손을 뻗으면 닿습니다. 일본의 기후는 고온 다습하며 특히 여름은 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차실의 서늘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위해서 다케노 쇼오, 무라타 슈코는 비록 차실 공간은 좁지만

천장 높이는 3곒 정도를 유지했지요.

그런데 센노리큐는 폐쇄적이라 할만큼 좁은 방, 낮은 천장을 만들었습니다.
⑤차실 내부에 세우는 기둥은 반드시 소나무를 쓰는데 자연스럽게 굽고 휘어진 것을 선택했습니다.
⑥차실의 지붕은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서 덮고 용마루도 틀어서 얹었습니다.
⑦차실로 들어가는 문은 좁고 낮아서 무릎과 가슴이 닿도록 잔뜩 몸을 구부리고 손으로 문턱을 짚고

들어가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⑧문 밖에는 신발을 벗어 얹어두는 돌을 놓아 두는데, 사람의 손길로 다듬지 않은 자연석입니다.
⑨하얀 맹장지를 바른 테두리 없는 창문인 다이코부스마(太鼓웧)가 흙벽에 나 있습니다.
⑩마루 귀틀은 옻칠을 거의 하지 않아서 나무의 자연스런 결 무늬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11. 차도구는 흠집이 있거나 깨어져 금이 간 것도 소중하게 사용합니다.
12. 차실 바닥으로는 풀잎으로 만든 자리를 이용합니다.
13. 차실 안에 앉아 있으면 정원의 돌로 만든 물통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데, 이는 차실 주위의

     샘물에서 대나무를 통하여 끌어들인 물이지요.
14. 손님이 차실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기다리는 대합실인 마치아이(待合)가 있고, 대합실과 차실을 연결하는

      잘  정돈된 뜨락이 있는데 노지(露地)라 부르지요.
      대합실에서나 차실에서 바라보면 싱싱하게 푸른 상록수나 활엽수들이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이 작은 뜨락은 태고의 신비와 고요를 느낄 수 있도록 괴석(怪石), 이끼, 괴목 분재, 향기 짙은

      꽃나무 등을 심습니다.
      대나무를 이용하여 끌어들인 물이 계곡을 연상시키고, 물기 머금은 이끼와 괴석은 깊은 숲속을

       떠올리게 하지요.
15. 화려한 중국의 청동 꽃병, 청자꽃병 대신에 투박하고 검은 빛깔이 나는 조선에서 들여온 씨앗을 넣어두거나

     숙주를 키우는 질그릇 단지를 꽃병으로 쓰지요.
      그러다가 굵은 대나무로 만든 꽃병이나, 칡넝쿨 등으로 엮어 만든 꽃병을 차실에 두었지요.
16. 꽃은 살아있는 느낌을 갖게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하며 줄기를 길게 뽑아내어 꽃송이에서 흘러내리는

      선을 감상하도록 하지요. 꽃은 한 송이만 꽂습니다.
17. 문에는 창호지를 바릅니다.
18. 땅화로를 만듭니다.
19. 숯을 담아두는 통은 박을 이용하거나 유약을 입히지 않은 초벌구이만 한 맨몸의 그릇을 사용합니다.
20. 차도에 와카(和歌)를 끌어들여 차와 차인의 마음가짐으로 삼았습니다.
21. 농차(濃茶)를 펼때는 반드시 이도차완을 사용합니다.
센노리큐가 설정한 이 초암차의 조건들은 모두 조선의 암자나 초가집 또는 초당에서 응용해 온 것들입니다.
먼저 2첩 넓이의 다이얀(待庵)부터 살펴보지요.

이 차실은 ‘주옥(珠玉)의 소우주(小宇宙)’ 또는 ‘일본미(日本美) 중의 일본미’로서 숭상하고 찬양되는

일본 초암차실의 상징입니다.
이 차실의 설계자로 알려진 센노리큐는 그의 스승 다케노 쇼오가 죽고 난 뒤부터 사카이와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차인으로 대우 받았지요.
그의 명성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에게 알려져 센노리큐 나이 58세 때인 1578년 노부나가의 차 스승으로

추대받게 됩니다.
5년 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차도 스승으로 추대받아 3천섬의 봉록을 받습니다.

차도를 정치에 이용한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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