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 정재효 개인전 - 陶畫 · 도화
전시기간 : 2023-02-14(화) ~ 2023-03-08(수)
전시장소 : 갤러리완물(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141길 9)
정재효 개인전 [陶畵 도화] 전시작품은 한국도자재단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의 2022년 기획초청전
[이 계절, 形의 기억]에 출품되었던 작품을 주축으로 구성하였고, 전시 도록 ‘정재효 편’에 실렸던
미술평론가 홍지수의 글을 빌어와 정재효 작품세계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향토와 전통에 뿌리를 둔 자유로운 교차와 접목
정재효의 작업은 향토와 전통에 근을 둔 ‘자유로운 교차와 접목’이 특징이다.
전통 도자 유형 중에서도 분청과 백자를 위주로 자신의 미감을 표현한다.
그는 옛 분청과 백자의 기형과 수법 등을 참조하되, 하나의 매체, 수법, 재료에 국한되지 않는 너른 표현과
현대성을 추구한다.
전통 분청 수법을 백자 바탕 위에 화장토 대신 청화 안료나 산화철로 재료를 바꿔 달리 적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조선 백자 제기 형태를 분청의 기형으로 응용하기도 한다.
작업을 하면서 기도해 보고픈 바가 생길 때마다, 적합한 재료와 구법을 고르고 격 없이 자유롭게 섞는 것이
정재효의 창작 방법이다.
그의 작업 목표가 특정 전통도자의 유형을 정해두고 요즘 재료와 수법으로 재현 혹은 변형하여
새로운 계통을 잇거나 발전시키는 데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재효의 작업은 주요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영남지역의 문화적 정서와 특징이 잘 살아있다.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영남지역은 고려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자기 제작 공급지로 청자에 이어
분청에서도 인화, 상감 기법 등이 발달했다.
영남은 조선시대 여당의 세력과 학문의 중추적 역할을 한 유학의 근거지로서 법도와 충효를 바탕으로 한
엄격한 유교문화가 발달했다.
국가 권위의 옹립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뚜렷한 주체 의식과 강직한 학자적 소양을 중시했던 영남 신비 문화가
인화, 상감 기법의 단정하고 정연한 표현을 낳았다.
또한 영남 분청은 환원소성으로 잿빛 바탕과 아이보리색 화장토, 약간의 푸름을 머금은 청연하고 경쾌한
유색이 한데 어우러진 시원함이 특징이다.
비정제된 바탕, 덜 다듬고 과감하게 생략한 표현, 물성이 한데 어우러져 칼칼하면서도 모던한 기운도 엿보인다.
그에 반해 호남 분청은 귀얄, 덤벙, 선각이나 박지 기법 등이 발달했다.
영남 분청이 같은 문양을 반복하여 규격과 규칙을 지켜 얻는 정연함과 반듯함을 특징이라면, 호남 분청은
유연하고 간드러진 멋이 있다.
지역색의 반영은 도자뿐 아니라 판소리, 음식 등 우리 문화 전반이 갖고 있는 다양성의 원천이다.
작가는 청년기 시절 학업을 이유로 잠시 타지에 나가 있기도 했지만, 유년기부터 인생의 대부분을 영남에
자리를 잡고 작업하며 살고 있다.
덕분에 정재효의 작업은 동시대 작가들의 분청 표현과 달리, 영남지역의 말투나 음식의 맛, 풍경 등이
공유할 만한 지역의 정서와 특색이 잘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어두운 방탕에 백토로 굵은 점을 툭 툭 찍거나 가늘고 짧은 풀비네 화장토(안료)를 묻혀 표면을
흩뿌리듯 시문한 표현은 거친 바탕과 어울리며 소탈함과 거침없는 자유분방함이 함께 느껴지다.
여기에 간드러짐과 감칠맛 같은 감아쥐고 휘도는 멋은 없다.
그가 꾸준히 다른 지역의 작가들과 교류하고 현대미술, 디자인 등의 다양한 이론과 표현을 수용하면서도,
영남의 문화색이 작가의 작업 면면에 생생한 것은 그만큼 작가가 오랫동안 영남 지역에서 태어나 살며 몸과
정신에 형성된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근기가 되고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이자 색[色]으로 드러난
덕분이 아닌가 한다.
둘째, 정재효의 작업의 수법이나 아이디어는 전통에 근하면서도 형태와 장식은 모던함을 추구한다.
그는 전통도자에 즐겨 등장한 꽃, 나무, 구름 등 구상 도안보다 점, 선, 면 등 단순한 기하학적
도안을 즐겨 시문한다.
손목 스냅을 경쾌하게 움직여 그린 포물선, 어둡고 거친 바탕에 도칼로 진선을 지그재그 반복해 그은 직선,
면을 대범하게 깎은 백자 표면에 청화 안료로 툭툭 찍은 점 이 모든 표현은 공예 장식이 아니라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정재효의 점, 선, 면은 단순한 문양 혹은 상징이 아니다.
누군가는 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꽃 무더기나 별을 볼 것이요,
포물선의 군집에서 바람결에 누운 갈대밭을 연상하거나, 지그재그 음각선의 반복을 보며 우레나 산등성이의
높고 낮음을 보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맞기도 하고 틀린 것이기도 하다.
정재효의 점 선, 면은 압축된 자연이요,
기운생동의 응축된 표현이다. 그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도 아닐 수 있는 비정형이다.
동양, 특히 한국인들은 모든 예술과 건축에서 자연을 본보기로 삼되 대상의 형상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표현에
자연 본연의 질서와 도를 담고자 했다.
언제나 눈은 외양이 아닌 실체를 보려 했다.
자연을 잘 닮게 그리기보다 대상이 담고 있는 기운과 생동을 간략한 점, 필획만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우리 공예에 즐겨 시문된 꽃, 나비, 어류, 초목 역시 자연을 모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옛사람들이 자연의 형상에 견주어 희구하고 염원했던 것이다. 유독 우리 전통 도안에 인간사 길흉화복과
희로애락에 관련된 상징이 많은 이유다 그것은 옛사람들이 바라고 담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시대의 예술에 담고자 하는 것과는 다르다.
옛 기형과 도안을 다시 가져와 재현하거나 변형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시대가 현대 공예품에 담고자 하는
정신과 미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용[有用]을 담을 방법이 없는 이유다.
정재효는 새로운 우리 시대의 공예를 위해 첫째, 공예 사물은 마땅히 태어난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미적 감각,필요를 담아야 하고 둘째, 하나의 유형에 안주, 고정되기보다 다양한 전통도자의 형식과 유산을
격이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고 접목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며 셋째, 외양이 아닌 우리 미술이 함의한
정신을 보아 그것을 형상과 유영한 사물로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작가다.
즉, 우리 시대가 공예품에 담고 표현해야 할 것 그리고 자신만이 전통으로부터 도모할 아름다움과 유용함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늘 격을 허물고 뒤섞기를 거듭하는 이가 ‘정재효’다.
정재효 鄭再孝 JUNG JAE HYO
정재효 작가는 1963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부산공예고등학교에서 도자전공(1981년 졸업)을 시작으로
도예계에 입문하여, 故고영재 선생을 사사(1979-1982년)하고, 1983년부터 10여년간 故신정희 선생을
사사한 바 있습니다.
도예작업을 병행하면서 1990년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2000년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석사
졸업했고, 1993년부터 울산에서 작업실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200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2015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 경기도자박물관 『동아시아 전통도예』, 같은 해
프랑스 파리 장식기물관 『한국공예전』,
2018년 호림박물관 『자연의 빛깔을 담은 분청』,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등 50회 이상의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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