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항아리
커다란 순백자 항아리는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계속해 제작되었다.
그런데 커다란 항아리라고 해도 자세히 구분하자면 위로 기다란 것과 옆으로 펴져 둥그스름한 것 두 가지가 있다.
한자어로 우리말 항아리를 표기하면 호(壺) 또는 준(樽, 罇, 尊)이 된다.
한자로 호라고 한 항아리는 옆으로 볼륨이 있는 형태를 가리키며 준은 위로 키가 큰 것을 가리킨다.
옆으로 퍼진 호 항아리의 용도는 대개 마른 곡식 따위를 넣어 보존하는 용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준의 경우를 보면, 궁중의 의궤 등을 그린 그림에서 꽃을 꽂아두는 용도로 쓴 사례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옆으로 볼륨이 있어 둥그런 항아리도 실은 자세히 보면 종류가 여럿이다.
위아래와 좌우의 비율이 대체로 비슷해 보름달처럼 둥실한 것이 있는가 하면 둥글기는 하되 위아래로 잡아
늘인 것처럼 기다란 것이 있고 또 반대로 아래위에서 누른 것처럼 좀 납작한 것도 있다.
위아래 균형을 잘 갖춘 달 항아리는 특히 금사리 가마에서 주로 제작됐다.
질 좋은 백토를 잘 정련해 만든 이들 달 항아리의 몸체 색깔은 뽀얀 유백색이다. 또 주둥이가 굽보다 넓어
옆에서 보면 당당하고 늠름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달 항아리를 만들 때 보면 물레를 사용해 위쪽과 아래쪽을 따로 만들어서 붙인다.
그래서 몸체 한 가운데를 가로 지르며 서로 이어붙인 자국이 남아있다. 이렇게 이어붙인 자국으로 해서 바로
달 항아리 고유의 특징이 나타난다.
즉 이어붙인 곳은 안쪽에 태토로 덧대게 되는데 이렇게 덧댄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는 두께 차이로 인해
구을 때 자연히 수축률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굽고 난 항아리는 이 차이로 인해 전체가 약간 불규칙하게 일그러지게 된다.
천연이 빗어낸 이 곡선이 바로 달 항아리의 깊고 그윽한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다.
금사리에서 만들어진 달 항아리는 그 숫자가 많지 않은 데에도 불구하고 현재 4점이 국보
(제261, 262, 309, 310호)로 지정돼 있으며 4점은 보물(제1437, 1438, 1439, 1441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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