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이야기

분청사기 철화삼문 장군 粉靑沙器 鐵畵蔘文 獐本

썬필이 2019. 8. 24. 20:09

분청사기 철화삼문 장군 粉靑沙器 鐵畵蔘文 獐本 16세기전반 길이26cm :

2007년7월12일 서울옥션 제107회미술품경매 추정가 4500만-5000만원

『베스트셀러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베스트셀러라는 말은 1889년 미국에서 처음 쓰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베스트셀러라는 말은 없어도 그런 현상은 16세기부터 있었다고 말합니다.
도자기에도 베스트셀러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룡산에서 만든 도자기 가운데 인삼잎처럼 생긴 문양의 분청사기는 가히 당대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이선생의 말에 따르면 만들기는 계룡산 가마뿐 이지만 거의 전국적으로 이 삼엽문(蔘葉文) 분청사기가

출토된다는 것입니다.

교통과 운송에 제한이 많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베스트셀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분청사기가 어디에서 출토되었는지는 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삼문 내지는 삼엽문입니다.

마구리 쪽에  선을 그은 것이나 물부리 아래에 꽃잎 모양을 그린 것은 계룡산 철화 에 공통되는 요소들입니다.

(원래는 물부리를 꽃잎 모양의 화창(花窓)으로 감싼다는 것이 길쭉해지며 꽃잎 그 자체처럼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래쪽에 몇 가닥 선으로 들풀을 그리고 그 중 두 줄기를 길게 뻗게 해 삼엽문을 그렸습니다.

잘 그린 것은 아닙니다.

훤칠하게 큰 키에 쓱쓱 그린 것이 자연 그대로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청자철채퇴화 삼엽문(蔘葉文) 매병 12세기중엽 높이27.5cm 국립중앙박물관

그런데 삼문 내지는 삼엽문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인삼 삼(蔘)자를 써서 마치 인삼 잎을 그린 문양이라고 생각하게끔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와전(訛傳)의 결과입니다.

철채 청자 가운데 애초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문양이 있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청자 철채퇴화삼문 매병(靑磁 鐵彩堆花蔘文 梅甁)입니다.

12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이 매병은 철채 안료를 꽉 차게 발라 태토의 질이 좋지 않은 것을 카무플라주했습니다.

그 위에 백토를 볼록하도록 발라 풀잎을 그려 넣었습니다. 풀잎은 정확히 한 줄기에 3개씩 그렸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줄기를 거쳐 뿌리로 여겨질 부분까지 그렸습니다.

분청사기 철화삼문 장군, 106세기 길이25.7cm 2009년6월29일 서울옥션 제114회미술품경매 추정가 4000만-5000만원

이것이 오해의 발단입니다. 일제 때 상인이고 애호가고 이 뿌리를 보고 박수를 쳤습니다.

일본이 인삼 재배에 성공한 것은 18세기말 19세기 들어서입니다.

그래도 인삼하면 당연히 고려, 조선의 수입품을 최고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고려자기에 인삼 뿌리처럼 보이는 것이 그려져 있으니 얼마나 좋아보였겠습니까. 
당연히 잎 세 개(參文)를 삼문(蔘文)이란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길상의 의미를 더한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애교이고 한 바탕 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이것이 전해지면서 무비판적인 습관으로 굳어졌습니다.
인삼에 달려 있는 잎은 결코 세 잎이 아닙니다. 다섯 잎입니다.

이 다섯 잎도 오각형의 별 모양에 가까울 정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근래 이와 같은 세 이파리의 문양을 초문 혹은 초엽문이라고 바꿔부르기도 합니다. - 스마트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