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상감어문 병 粉靑沙器象嵌魚文甁 15세기전반 높이 28cm :
2009년6월29일 서울옥션 제114회 Lot No.149 4,500만원 낙찰
고려후기 들어 문양에 보이는 또 변화의 하나는 인화문(印花文)의 등장입니다.
이 역시 상감기법의 하나입니다.
반복되는 상감 문양에 주로 사용합니다.
예컨대 나무 조각에 문양을 새겨서 이를 연속으로 찍은 뒤 백토나 자토를 넣어 문양을 나타낸 것입니다.
고려 후기의 상감 청자에는 여백이 점점 줄어듭니다. 대신 문양이 늘어납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원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문양에 대해, 일본식 표현을 쓰자면 성력화(省力化) 방안을 고안해낸 것입니다.
인화문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국화문입니다.
반복되는 국화 문양을 아예 도장에 새겨 찍은 것입니다.
이 국화인화문은 화려한 상감청자의 전성기 때 대거 출현합니다.
그리고 분청사기 시대가 되면 이 인화문은 추상적인 형태로 축소됩니다.
국화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점이나 동그라미 정도로 축소됩니다.
동그라미 바깥쪽에 돌기 같은 것을 달아 꽃을 상징한 정도입니다.
이 병에도 목과 어깨 언저리는 모두 인화문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그대로 손으로 작업했습니다.
반복인가도 여겨지는 파도 문양와 물고기 비늘은 수작업입니다.
일렁이는 물결은 흰 선 하나로만 그친 것이 아닙니다. 흰 선 아래에 검은 선 하나를 살짝 넣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물결이 눈앞에서만 찰랑이는 것이 아니라 멀리 퍼져나가는 느낌을 줍니다.
이는 고대부터 써온 수법이기도 합니다. 멀리 고구려 무용총벽화에도 이런 것이 있습니다.
사냥 장면 중에 황색과 검정색을 반복해 칠해 산의 입체감을 시도했습니다.
여기에서는 흰색과 검은색만 가지고 뒤로 물러가는 파도치는 수면을 솜씨 좋게 그려냈습니다.
파도 표현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물고기입니다.
고려청자에 물고기가 주문양으로 그려진 사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청 시대가 되면 물고기가 메인으로 등장합니다. 아주 큰 물고기가 그려집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정설은 없습니다.
고려말 원(元)의 자기에 물고기가 자주 보이는데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정도입니다.
아무튼 이 병의 물고기에는 색다른 운치가 있습니다. 단순한 옆모습이 아닙니다.
머리를 쳐들고 있지만 허리는 한번 비틀었습니다.
이렇게 비틂으로서 반복되는 문양 속에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도공의 재치 있는 솜씨가 돋보이는 한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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