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돈·알라딘…부자 꿈꾸는 당신, 지니를 기다리나요 -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영화 ‘기생충’은 한 가족의 희비극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많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불편한 감정이 오래가는 영화입니다.
이 불편한 감정은 영화 ‘돈’에 나오는 한 청년의 모습, ‘알라딘’이라는 아주 오래된 영화와 연결되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혀 연관성 없는 세 영화를 보면서 현실에서 우리의 삶은 어떤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왼쪽부터 영화 '기생충 '돈' '알라딘'의 포스터. 각 포스터에 쓰여있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준다,
평범하게 벌어서 부자 되겠느냐,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문구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진 네이버 영화]
‘기생충’과 ‘설국열차’ 속 부자와 빈자
‘기생충’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와 여러 가지로 비교됩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 격차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설국열차는 가난한 사람이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을 먹는 꼬리 칸과 선택받은 자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머리 칸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꼬리 칸의 지도자 커티스는 빈부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등을 일으키고 난관을 뚫고
머리 칸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런데 ‘기생충’은 숙주로 묘사되는 부자와 기생충으로 표현되는 가난한 사람의 이야기라
더 적나라하고 불편합니다.
어쩌면 이제 싸우지 말고 제대로 기생하면서 살아야 오래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듯해 기분이 더 나빠집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 가족은 대만 카스텔라 체인점 사업이 실패하는
바람에 모두 백수가 됩니다.
아빠는 집에서 놀고, 장남 기우(최우식)는 가정 형편상 대학진학을 포기한 상태고,
동생 기정(박소담)은 미대 입시 준비생이었고, 엄마는 일이 없는 주부입니다.
가난하고 수입은 없지만 가족끼리는 좋은 사이입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이 반지하 방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모습. 영화는
비가 오면 방에 물이 가득 차고, 노상방뇨가 일상인 반지하 살이와 고급스럽고 기품 있는
부잣집 대저택 살이를 극적으로 대조합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장남 기우(최우식)가 친구의 소개로 성공한 CEO 박사장(이선균)의 집에 고액 과외 자리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가족은 고정 수입의 희망을 갖게 됩니다.
기우가 미술 교사로 동생 기정을 소개하고, 기정이 운전사를 쫓아내고 아빠 기택을 불러들이고,
기택은 아내 충숙을 가정부로 들어오게 하면서 전혀 다른 두 가족이 한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이들의 관계를 봉준호 감독은 숙주와 기생충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객은 자신을 숙주보다는 기생충과 연결하면서 불편하고 불쾌해집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해 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기생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생충’의 기택 가족처럼 반지하에 사는 사람은 아주 소수이고, 물난리가 나 체육관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대만 카스텔라 체인점을 하다가 실패할 수 있습니다.
박사장의 저택처럼 넓고 화려한 집에서 살지 않고, 기사가 딸린 외제 차를 몰지 않기에 우리는 좀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충숙(장혜진)이 던지는 대사 ‘돈이 다리미라고.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줘’처럼 돈으로 우리 삶에 생긴
주름을 쫘악 펴고 싶어집니다.
“개미처럼 살고 싶으세요? 베짱이처럼 살고 싶으세요?”
강의하면서 이런 질문을 했을 때, “개미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성실하게 ‘땀을 흘려 미래를 대비하는 개미의 모습’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입니다.
기생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미를 선택하기보다는 영화 ‘돈’에 나오는 대박 인생, 영화 ‘알라딘’에서
알라딘의 삶을 바꿔주는 지니를 꿈꿉니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표현이 영화 ‘돈’을 이끌어가는 주제입니다.
‘나는 기생충이 아니라 숙주가 되고 싶었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겠지요.
이런 꿈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어떻게 그 꿈을 이루어가는가가 중요합니다.
‘돈’의 주인공 조일현은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안고 증권사에 취업하지만 주식 브로커의 삶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매수 주문 실수로 힘들어할 때 주식작전 설계자인 ‘번호표’를 소개받아 그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큰돈을 법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면서 불안감도 점점 커지지만 돈맛도 점점 강렬해집니다.
돈이 없을 때 먹지 못했던 것을 먹고, 살지 못했던 곳에서 살고, 즐기지 못했던 것을 즐깁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여기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비정상이 지속합니다.
규모가 커져 결국 감독기관의 감시망에 걸려듭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위기를 겨우 벗어나지만 많은 사람은 돈의 유혹에 빠지고 난 후 나오지 못합니다.
그리곤 가끔 이런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차라리 기생충으로서의 삶이 나았다.”
우리 주위엔 이런 유혹이 참 많습니다.
눈 질끈 감고 한 번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딱 한 번만 하자는 생각으로 유혹에 한 발을 담그기 시작합니다.
돈 때문에 문제를 만드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마약에 빠지면 더 강력한 효과를 찾는 중독자처럼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아닌데’ 싶을 때 그만두어야 하지만 그리 쉽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어 숙주가 되고 싶은 마음, 기생충으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렇게 실패하곤 합니다.
기생충을 벗어나고 싶은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알라딘’을 돕는 램프의 요정
‘지니’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주는 존재, 내가 가진 문제가 어떤 계기로 해결되는 것, 생각하지 못한 행운이
나를 구원해주는 것을 기대하고 기다립니다.그래서 복권이 그리 많이 팔리는 것 같습니다.
흥부와 놀부에서 흥부는 일이 아니라 제비가 가져다준 박씨로 부자가 되고,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혹시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까요?
그렇다면 참 좋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하늘이, 지니가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숙주·기생충 프레임 벗어나 공생 찾아야
영화 ‘기생충’의 끝은 부자가 되겠다는 기우의 결심으로 끝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기우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기생충으로 만족하면서 살 수도 없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부자가 되기 힘들어서 선택하는 길이
무모하고 위험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가 정답을 찾아드릴 수는 없지만 독자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답을 정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답을 정할 때, 숙주와 기생충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생’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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