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의 한국 청자의 흐름] 제3기. 평면 조형, 상감청자의 시대(12세기 중기~13세기 중기)
1) 상감 기법의 재발견
상감기법과 철화기법은 9~10세기 무렵 초기 청자시대에 서리(西里)의 중덕요와 방산대요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특히 서리 가마의 상감은 질 좋은 백자 바탕에 예리한 흑색 상감을 새긴 양호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가마의 전반적인 생산 품질이 낮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11세기에 새로 등장한 해남 진산리(珍山里) 가마와 함평 양재리(良才里) 가마가 이 기법들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흑색의 상감과 철화의 재료는 철분 10% 정도를 함유한 석간주(石間硃)라고 부르는 자색(赭色) 점토로서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다.
이것을 물에 묽게 풀어 바르면 철화가 되고 점토 상태로 감입하면 흑색 상감이 된다.
붓으로 쉽게 그릴 수 있는 철화와 달리 칼로 새기고 긁어내는 상감의 경우에는 정선된 재료와 섬세하고 숙련된
기술 등 제작 조건이 까다롭다는 차이가 있다.
상번의 주변 가마인 진산리와 양재리에서 철화를 선호하고 이후에 갑번의 중심인 강진(康津) 가마에서 상감을
선택하게 된 것도 재료와 기술 수준 차이에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강진 가마가 상감기술을 완성한 시기는 흑백 점토와 청자 태토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화학적, 물리적 이질감을
완전히 통제할 능력을 갖추고 유약과 조형 전반에 걸쳐 최상의 상태에 도달한 이후였다.
첫 단계는 최상품 청자의 음・양각 주변에 부분적 백상감으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상감의 비중을 넓히다가
문공유(文公裕 1088-1159)의 묘에서 출토된 <상감국화문 완>과 같이 여러 소재로 구성한 문양을 조직적으로
꽉 채우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부분 상감과 전면 상감 사이에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부분의 경우는 유층이 완전히 투명하지 않고 다소 실투성을 띠면서 균열이 드물고 어린아이 송곳니 모양의
작은 차돌 조각으로 굽 자리를 받치는 반면(그림 1-1 참조)
전면 상감은 유층이 맑고 투명하며 수지상(樹枝狀) 균열이 있고 팥알 만큼 큰 차돌 조각으로 굽을 받친다.
(그림 2, 2-1 참조)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면 상감문양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차돌의 크기도 따라서
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색시대의 소문과 음・양각 청자에도 약간 실투성의 유약과 작은 차돌이 받쳐지는 현상에서 보면 차돌 크기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문공유묘 출토의 상감완(1159년 이전) 이후 22년이 지나 등장하는 보물1382호 <상감‘신축(辛丑, 1181년)
벼루>는 용융 온도가 높아 흑상감이 약간 번진 상태이다.
하지만 유층은 맑고 투명하며 두께 진 부분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어서 문공유묘 출토의 청자에 이어 녹색
농도가 다소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층의 녹색은 명종(1202년歿)의 지릉 출토품에서 더 투명하고 녹색이 짙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 가운데 <상감여지문 발>의 경우는 유약 용융이 미진하여 다소 실투성을 띠지만, 함께 출토된 팔각접시는
비교적 짙은 녹색을 띠는 투명유로서 수지상 균열이 있어서 구분이 가능하다.
음식기 12점 가운데 상감 4점, 순청자 8점으로 상감의 비율이 1/3 정도인데, 이렇게 낮은 점유율은 후에
‘간지(干支)’명 상감청자가 전면 상감인 것과 대조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상감청자의 유태색은 무색 투명유에서 점점 녹색을 짙어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아마 이러한 청자를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녹(자)배’(綠(磁)盃)’, ‘녹(자)연적자’(綠(磁)硯滴子),
‘녹(자)침’(綠(磁)枕)이라고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그가 청자 색을 녹색이라고 했던 것은 1212년을 전후하여 본 청자가 관념적 의미에서 ‘청색’이나 은유적인
의미의 ‘비색(翡色)’이 아니라 실제 현실세계의 색인 ‘녹색’이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 스마트K
정양모 「청자상감 발생의 측면적 고찰」『한국의 도자기』(문예출판사, 1991), pp. 22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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