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호의 가능성을 엿보다 - 제1회 세계차호경연대회 : 차와문화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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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차호의 고향인 이싱宜興에서 차호茶壺 경연 대회가 열렸다.
세계적으로 차호 예술을 두고 처음 열린 대회는 IAC(유네스코산하 국제도예학회)와 중국 이싱시
인민정부가 주최했다.
한국에서도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몇 명의 작가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이싱도자협회가 경연대회 참가 공문을 한국문화정품관에 전달한 것은 지난 7월1일,
1차 서류 접수 마감은 7월15일이었다.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작가 28명의 작품 56점이 예선전에 참가했다.
8월6일 제1회 세계호예대회 입선작 심사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1차 평가심사에 세계 각지에서 573점이 접수되었고, IAC위원으로 구성된 7인의 평가위원이 5일에 걸쳐
참가 대상 작품의 사진 자료를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0점이 10월16일 진행하는 2차 현장 평가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200점 가운데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추천한 작가 12인의 17점이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문화정품관은 본선에 진출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9월20일 이싱도자협회로 발송했다.
그리고 10월16일 본선에 진출한 작가 일부와 한국 차계茶界 인사 34인이 이싱을 방문했다.
10월16일 현장 평가가 열렸고, 10월18일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중국이싱국제도자문화예술제’ 개막식에서
이번 경연대회 결과가 발표 되었다.
김영주_불로초 문양 윗 손잡이 도자 주전자. 김태훈_송피문금박장식차호.박승일_선각진사호.
박정명_백자칠기차호. 소현미_백자3인차도구세트. 송춘호_분청사기호. 유영대_옻칠나전차호.
이자영_란. 조신현_흑백연리문호. 조영희_모란여우호. 황선회_매화호.황인성_흑청귀걸이손잡이차호.
포차泡茶의 역사와 차호의 역사
차호茶壺는 차를 우리는 그릇이다. 차를 우리는 양식의 그릇을 호壺라고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그릇이 자사차호紫砂茶壺였다.
자사차호는 ‘자사紫砂’라는 재료를 이용해 만든 차를 우리는 주전자를 말한다.
일반적인 이 정의에 이어지는 의문이 있다.
자사紫砂는 돌이다.
흙이 아닌 돌을 가지고 어떻게 그릇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차를 우리는 도자기 양식을 어떻게 구성할까?
이것이 자사차호의 실용성과 예술성을 구성하게 된다.
차호라고 한다면 차와의 관계 방정식이 있다. 차류茶類의 성질에 어울리는 호壺가 있다는 것이다.
자사차호가 등장한 시기는 명나라 중기였고, 이 시기에는 기존의 덩이차에서 산차散茶로 공납 차가
이행되면서 새로운 차류가 등장했다.
예를 들어, 우롱차와 홍차라는 차류가 등장했던 것이고, 여기에 어울리는 차도구도 새롭게 요구되었던
시기가 명나라 중기였다.
이때 이싱宜興의 꿍춘供春에 의해 자사로 만든 차를 우릴 수 있는 그릇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강남 일대 사대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그릇을 이후 공춘호供春壺라고 불렀다.
자사차호 초기 과정은 우롱차의 등장과 궤를 같이 했다.
그리고 우롱차와 홍차가 하나의 차류로 정립된 시기가 명말청초였듯이,
자사차호의 교과서적인 정립도 이 시기였다.
18세기 초 무렵은 우롱차와 홍차가 상업적으로 성행했고, 보이차도 중국 황실에 공납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차류가 문화적으로 꽃을 피우던 시기였다,
이 시기 자사차호는 차도구로서 문화적 절정의 시기를 보냈다.
공부차의 소재로 우롱차가 쓰였고, 여기에 어울리는 도구로 이싱의 붉은 맹신호孟臣壺를 꼽았던 것이다.
자사차호는 기본적으로 발효도가 높은 차를 우리는데 적합하다.
그 이유는 포차泡茶 방식에 잘 어울리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포차는 차를 고온의 물과 함께 그릇에 일정 시간 담가 두어 차를 우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차가 지닌 성질을 잘 드러나게 하는 일이 포차의 의의이다.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압축도가 비교적 높은 차는, 차를 우릴 때 높은 온도의 물을 사용해야 압축된
정도를 잘 풀어낼 수 있다.
그래서 포차의 도구는 통기성通氣性이 좋아 숨을 쉬는 그릇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보온성과 열 전도력이 좋아야 한다.
고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충분한 시간이어야 차의 압축을 푸는데 유리하고, 열 전도력이 좋아야 그릇 속의
차가 고르게 해제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포차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숨을 쉬고 보온이 잘 되어야 한다는 모순이, 모순이 아닌 조화로
작용하는 그릇이어야 했다.
동시에 차가 지닌 향미香味를 탈취하지 않아야 했다.
차호가 지닌 물리적인 구조는 이 모순 관계를 극복해야 하고, 완성된 차호의 조형은 포차 도구로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실용성을 갖추어야 했다.
자사차호가 등장한 이후 600년 동안 포차도구로서 차호에 대한 연구는 이어졌고, 실용성과 예술성에서
차호는 끊임없이 발전했다.
자사차호 조형의 역사가 예술적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차를 우린다는 과학적인 실용성에서도
경험은 전승되었다.
이른바 차호의 조형론이 정립되었고, 차류의 성질에 어울리는 차호 양식의 발전이 가능했다.
차를 풀어내기 위한 조건으로 차호 몸통 속에서 대류현상을 살피고, 통기성을 좌우하는 차호의 기공구조를
연구하기도 했다.
보온을 유지하기 위한 절수節水와 같은 실용적인 기능도 고려해서 몸통과 뚜껑의 결합 정도를
고려하기도 했다.
몸통과 부리와 손잡이의 관계도 고려했다. 이 모든 관점에 균형미를 넘어선 실용의 도리가 있었다.
한국 호예의 가능성 어디까지 인가
이번 <세계호예대회>에서 1차 선발 기준으로는 작품의 사진 자료와 설계 개념이었다.
본선에서는 현장 평가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은 조형의 미학을 주로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차호의 의의는 실용성에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차호를 제작할 때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고려해야한다.
인간과 차의 관계에서 차는 그가 지닌 일정한 성질에 따라 분류된다.
이렇게 분류된 차류茶類는 일정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성질에 어울리는 원료와 제차 공예,
그리고 보관 및 음차 방법이 있게 된다.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일정한 도구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물과 불, 그리고 자차煮茶이든 포차泡茶이든
그릇이 필요하다.
차가 분화 발전하면서 다양한 성질로 분류가 되듯, 그릇도 차에 따라 달라졌다.
특히 포차泡茶에서 그릇은 엄밀해졌다.
이 내용이 곧 600년 포차泡茶 역사를 이루었고, 차를 우리는 차호茶壺의 역사를 구성했다.
한국의 차문화라고 한다면 어떤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까?
차도 그렇고 그릇도 그렇지만, 중심은 소비자에 있다.
한국의 차 소비자들이 어떤 차를 어떻게 마시고 있는지, 생활 패턴이 곧 차문화의 기초를 이루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즐기는 차 패턴이 양적으로 쌓여야 차는 문화로 이야기될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와 무역을 통해 공급되는 모든 차가 한국 차문화를 구성한다.
여기에 어울리는 도구도 한국 차문화의 형식으로 자리잡는다.
한국 차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즐기는 음차飮茶문화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국적에 관계없이 다양한 차를 즐기고 있다.
이제는 1인 1차의 시대가 아닌,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양한 차 혹은 다양한 음료를 즐기는 1인 다차多茶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복잡해졌고, 우리의 생활과 몸이 복잡해지고 민감해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리고 소비자 주권 시대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국의 차 소비자들도 각자 개성이 있는
소비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차도 그렇고 차호에 대한 소비 패턴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열린 <세계호예대회>가 단순히 세계적으로 처음 열린 차호경연대회였기 때문에 그 의미나 중요성이
컸던 것은 아니다. 이번 경연대회는 전 세계의 작가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차호에 대한 실용성과 예술성을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에 어울리는 조형과 재료 및 소성 등 구체적인 분야에 대해서도 일이관지
一以貫之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되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작가의 작품전이 11월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시와 토론의 마당을 열어 한국 호예壺藝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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