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선에서 나온 6.7cm 높이 청자 용도는 무엇일까 - 이명옥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
"주전자 아닌 연적·꽃병" : 연합뉴스 - 2020.01.25 https://news.v.daum.net/v/20200125080139804
신안선 발견은 한국 수중발굴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1323년 중국을 떠나 일본으로 가다 한반도 남서쪽 해안에서 침몰한 신안선에서는 유물 2만4천여 점이 나왔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재가 중국 도자기다.
저장성을 비롯해 장시성, 푸젠성, 허베이성 등지에서 제작한 도자기 2만여 점이 발굴됐다.
수량이 워낙 많다 보니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다.
신안선 출토품 중에 '청자 과형(瓜形) 소주자(小注子)'라고 부르는 자기가 있다.
과는 오이·참외·모과 열매를 뜻하는 한자이고, 소주자는 작은 주전자를 의미한다.
높이가 6.7㎝인데, 짧은 주둥이가 달렸다.
이 청자는 정말 주전자일까.
이명옥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 학술지 '문화재'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청자 과형 소주자'는 주전자가 아닌 연적 혹은 꽃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청자 과형 소주자는 손잡이가 작고 주둥이가 직선에 가까워 술이나 차를 따르는 데는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송나라 때는 황주를 데워서 마시다가 원나라에 이르면 증류주를 차갑게 즐겼는데, 증류주를 담기에는
쉽게 휘발되지 않도록 주둥이를 뚜껑으로 완전히 덮는 용기가 좋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연구사는 청자 과형 소주자를 연적으로 볼 근거로 중국 문헌과 회화를 제시했다.
그는 송대에 문방구에 대한 애호 풍조가 확대됐고, 명대 그림인 '송인십팔학사도'(宋人十八學士圖)를 보면
붓을 보관하는 필가(筆架) 옆에 붉은색을 띠는 주전자 형태 기물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가마쿠라(鎌倉)와 후쿠오카(福岡)에서 발굴조사를 통해 주전자 형태 연적이 발견되기도 했다면서
"과형 소주자는 송대 문방용구 애호에 따라 사용된 연적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이 연구사는 소형 주전자에 작은 꽃가지를 꽂은 모습을 묘사한 일본 회화를 언급하면서 청자 과형
소주자를 꽃병으로 사용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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