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한국 차의 병폐

썬필이 2020. 4. 16. 00:20

한국 차의 병폐

한국 차(茶)는 몇 가지 큰 병폐를 지니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거론하여 근본 치유가 필요한 것은 아픔을 참으면서 치유하고, 보완할 것과 고쳐야 할 것들은

고쳐야 합니다.
[흑도찻종. 찻잔을 엎어 놓으면 종 모양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원전 1~2세기 유물이며 경남 김해에서 출토됐다.]
모든 것은 적절함과 시간이 있듯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정도를 넘지 않도록 차인(茶人)들의 지혜를

모아야만 합니다.
첫 번째 병폐는 우리나라 차살림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보지도 않고 손쉬운 중국 차역사에 의존하며

일본 다도사(茶道史)에 흥미를 보이는 우매함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 차잎으로 만드는 차 제조법의 오랜 맥을 놓쳐버리고 덖음차 일색의 조악하고 획일적인

상품만을 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차살림하는데 부자의 위세와 권력 가진자의 권위주의를 너무 앞세우고 있는 점입니다.

가난한 민중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것으로 왜곡시키는 오늘날 한국의 차살림은 큰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

근심거리입니다.
네 번째는 중국과 일본 차의 범람을 한국 차인들이 자초해 놓고 한국 차의 위기 앞에서는 차농사 짓는 이들과

정부의 농산물 정책을 비난하는 식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태도입니다.
다섯 번째는 차그릇 만드는 이들의 태도입니다.

좋은 차그릇 만드는 일에 몰두하지 않고 명망있는 차인들이나 영향력이 큰 사회 인사들과의 적절치 못한

인간관계를 이용하여 차그릇의 품격과 가격을 매겨 유통시키는 일입니다.
여섯 번째는 차인들이 정녕 차를 모르는 점입니다.

기기묘묘한 손놀림과 화려한 옷차림새, 근거없는 해괴한 차법 이름과 공허하고 애매한 이론, 패거리식 위세의

과시로 보일 수 있는 차모임도 큰 걱정거리지요.
일곱 번째는 차인이면서도 차그릇의 아름다움을 읽어내지 못하는 미학적 문맹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오직 차선생이나 지도자가 좋은 차그릇이라고 말하면 그대로 좋은줄 알아버리는 주입식 미학 교육은 마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입시 교육이 지닌 비극과 너무 닮았습니다.
여덟 번째는 크고 화려한 차실 문화의 유행을 들 수 있습니다.

14~16세기 일본을 위기로 몰아 넣었던 일본 서원차(書院茶)의 병폐를 그대로 닮은 문화가 한국 차인들에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는 차와 관련된 상인들의 농간이 극에 닿아 있는 점입니다.
특정 국가의 차 제품을 이용한 지나친 농간과 협잡은 사법당국에 의해 처벌되고 국세청 조사를 통하여 적절한

제재가 가해져 문란해진 외국차 상품의 유통질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열 번째는 이상의 아홉가지 병폐가 특정 종교단체나 그 종교에 속해 있는 성직자들의 행동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같은 열 가지 한국 차살림의 병폐를 하나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적절한 개선 방법과 개선된

사례를 들어 보임으로써 한국 차살림이 한국인의 생활에 좋은 길동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우리나라 차살림의 바른 역사를 짚어 보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한국 차살림의 기원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차례(茶禮)’라는 말입니다.
천지신명과 조상의 제례 때 차를 올렸다는 불후의 증거지요. 차례를 올린 사례들이 한국 고대사와 민속

곳곳에 그대로 남아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