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투자전략

재평가 vs. 유동성 과열

썬필이 2021. 1. 28. 11:36

재평가 vs. 유동성 과열 - 메리츠증권 - 2021.01.28

우리가 결국 맞이하게 될 질문: 지금은 시장 재평가인가, 유동성 과열인가 

재평가는 ROE의 함수. 1) 수익성 좋은 산업이 많아지거나, 2) 투자 레버리지가 확대되거나 

유동성의 절대 레벨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1999년과 2007년과는 다른 점이 존재

주식시장의 두 가지 부류: ‘변화’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시장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은 가치/성장의 분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변화’가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구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질문을 해보자.

전기차 이슈가 많아진 국내 자동차 기업은 가치주인가 성장주인가?

자동차 기업은 전형적인 가치주로 분류됐지만 최근의 주가 움직임은 성장주에 가깝다.

또 금리 상승 혹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가진 기업의 주가는 왜 더 강할까. 금리,

인플레이션 모두 간과하기 어려운 중요한 변수이지만 지금 시장의 핵심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과거에 가치주였던 성장주였던 ‘성장 동력의 변화’가 관찰되는 기업이라면 시장은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남은 고민은 이제 한 가지다. 변화는 지속될 것인가이다. 이는 곧 우리 시장 난제(難題)로 귀결된다.

번번히 실패로 끝났던 ‘재평가’ 논리다. 이번은 다를까?

자료 : Bloomberg,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밸류에이션 재평가는 이제부터 시작’ 혹은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말은 주식시장의

금기어처럼 인식되곤 한다. 결과적으로 틀려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낙관의 정점 신호로도 비춰진다.

그만큼 밸류에이션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우리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변하고 있다.

수익성 대비 밸류에이션을 의미하는 ROE(Return On Equity), PBR(Price to Book Ratio) 매트릭스를 보면

한국의 위치는 2019년 말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홍콩과 일본을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2019년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낮은 ROE와

PBR을 보이는 국가였음을 본다면 큰 폭의 변화다.

참고로 ROE & PBR 매트릭스의 해석법은 수익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높은 PBR 밸류에이션을 받고

ROE가 낮을 경우 낮은 PBR을 받는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이 가장 높다.

주식시장 재평가? Dupont 분석을 통한 ROE 레벨 업 가능성 점검
관건은 최근의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 위치 변화가 지속 가능할 것인지이다.

그래야 ‘재평가’의 단어가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의 구성 요소를 분해해 보자. PBR 밸류에이션은 ROE가 높을수록 높게, 낮을수록 낮게 평가된다는

점을 본다면, 지속 가능한 ROE의 레벨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ROE 구성요소의 분해

방법론인 듀퐁(Dupont) 공식을 살펴보자.

자료: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ROE, 즉 기업의 수익성은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1) 제품 마진이 높거나, 2)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ex. 점포 혹은 단위 자산당 매출), 3) 적절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식이다.
마진 팩터(순이익률)는 경기 변수이자 산업의 구조의 변수이기도 하다. 일부 기업은 원재료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지만 Software 산업의 기업들은 높은 마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총자산회전율, 즉 자산의 효율성 팩터는 산업 측면의 영향도 있지만 각 기업 고유의 경영전략이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시장의 대표기업이라면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레버리지 팩터는 투자(Capex, 차입을 통한 설비투자)와 주주환원의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

자본(Equity)대비 자산(Asset)을 의미하기에 투자가 확대될 경우 분자의 상승을, 주주환원(ex. 자사주 소각)이

강해질 경우 분모의 감소를 통해 레버리지 비율이 상승한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섹터와 그렇지 못한 섹터의 원인은 비교해보자.

IT S/W와 에너지 섹터가 대표적이다.
2020년 말 기준 IT S/W 섹터의 ROE는 24.7%인 반면 에너지 섹터는 4%에 불과하다.

차이는 마진팩터와 레버리지 팩터에서 두드러진다.

IT S/W의 순이익률은 2020년 20.5%에 달하는 반면 에너지는 3.4%에 불과하다.

격차는 2000년대 중반부터 확대되는 중이다.

레버리지 팩터도 비슷하다. IT S/W의 레버리지 비율은 2010년 이후 빠르게 상승한 반면 에너지는

1990년 이후 줄 곧 정체되고 있다.
IT S/W는 2000년 1.45배에서 2.74배로 상승한 반면, 에너지는 같은 기간 2.23배에서 2.17배로 오히려 감소했다.

에너지보다 IT S/W 산업에서 투자 및 주주환원이 강하게 진행된 결과다.

자료: Bloomberg,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 시장의 ROE가 한 단계 레벨 업 되기 위해서는

(ROE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승), 두 가지 팩터를 체크하는 것이 현실적일 듯하다.

미국과 같은 논리로 본다면 말이다.

1) 예전과는 다른 높은 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가(산업 구조의 측면),

2) 투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거나 혹은 주주환원은 달라질 것인지이다.
결론은 ‘레벨 업의 조건은 갖췄다’이다.

첫 번째에 대한 현실적인 답은 높은 마진을 보이는 산업이 많아질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

미국의 IT S/W 산업처럼 플랫폼 비즈니스의 비중이 높아지던가 혹은 신성장 산업의 비중이 커질 경우 가능하다.

다행히 현재 국내시장을 들여다 보면 높은 신성장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IT, 커뮤니케이션, 헬스케어 비중이높고,

각 산업부문별로 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항목에 대한 답은 ‘투자’에 있다. 주주환원도 중요하지만 투자의 활성화(?)가 국내 기업의 레버리지

팩터를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시장의 설비투자(Capex)를 보면, 좁게는 2017년 이후 연간 150조원 수준에서 정체,넓게는 2011년 이후

정체(2011년 이후 120조원 전후)다. Capex의 주도하는 업종도 제한적이었다.

2019년 기준 전체 Capex 중 반도체가 25.8%를 차지했고 IT업종으로 확대하면 54%에 육박한다.

투자의 절반은 IT이고, 나머지 산업이 정기보수 등의 명목으로 투자를 구성하는 식이다.

주: 12월 말 기준 자료: MSCI,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주: 국가별 수출 산업 상위 10개 기업 시가총액 가중평균 자료: Refinitiv, 메리츠증권
자료: TrendForce, SNE Research, 각사 사업보고서,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자료: WiseFn,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투자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단 반도체 중심의 Capex 사이클에서 탈피를 해야 한다.

아직 투자 데이터가 집계되지는 않지만 다행히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주요 시장 대표기업들의 투자(+M&A)

이슈가 많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호의적이기도 하다. 지주회사가 단적인 예이다.

과거에는 지분가치 중심의 기업가치 평가가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고

있기에 주가 재평가 흐름이 빠르다. 앞서 언급한 ‘변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동성에 따른 착시효과? 개인 유동성의 레벨은 과도한가?
이제는 반대 논리에서 시장을 들여다 보자. 재평가가 아닌 시장 밸류에이션 팽창이 유동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핵심은 유동성의 규모가 지속 가능한 수준인가이다.

유동성에 정답은 없지만 현재의 개인 중심의 주식시장 유동성이 이례적인 수준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

답이 될 듯하다. 그래야 현재의 유동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
필자의 결론은 주식시장으로의 단기 유동성 유입은 매우 강했지만, 주식시장으로의 절대 유동성 레벨은 과한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과거 주식시장 유동성 쏠림시기라 표현됐던 1999년, 2007년에 비하면 말이다.
단기 유동성 유입이 강했다는 것은 ‘숫자’를 보면 이해가 쉽다.

개인 중심의 유동성 유입은 작년 3월(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화됐는데, 3월 말 주식계좌 수는

총 3,076만 개, 고객예탁금은 43조원으로 지난달 대비 주식계좌 수는 86만 개가 늘었고, 고객예탁금 역시

11.9조원이 급증했다.
이러한 흐름이 또 한번 가속화된 것은 올해 1월이다. 아직 1월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주식계좌 수는 한 달 만에

105만 개가 개설됐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현재(1월 22일 기준) 주식계좌 수는 총 2,935만 개에서

3,645만 개로 718만 개가 증가했고, 고객예탁금은 28조원에서 68조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1년여간의 변화다.

자료 : 금융투자협회 , KRX,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문제는 유동성의 레벨이다.

우리가 흔히 과열, 쏠림이라 이야기 했던 1999년과 2007년의 주식투자 열풍과 비교할 때 지금은 어떤

수준인가를 판단해 보자.
시중에 풀린 유동성(부동자금, MZM: Money with Zero Maturity) 대비 주식시장 유동성 규모를 비교해 보면

1) 직접투자의 강도는 1999년과 유사하나, 2) 총 개인 자금(예탁금, 간접투자, 순매수)의 규모를 유동성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1999년, 2007년과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1999년, 2007년은 지금과는 달리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펀드 열풍이 중심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을 판단할 때 고객예탁금뿐만 아니라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규모를 같이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고객예탁금의 규모를 살펴보자. 1999년말 고객예탁금은 9.6조원, 2007년말은 9.7조원으로 부동자금

대비 각각 5.2%, 2.4% 수준이었다.

현재(2020년 말)는 고객예탁금은 65.6조원으고 절대 금액은 크게 증가했지만 부동자금 대비 

비중은 5.1% 수준이다. 부동자금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물론 시중 유동성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직접투자 자체 규모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눈 여겨 볼 점은 간접투자 규모다. 1999년은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 2007년은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대변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순자산 기준)도 1999년은 74.2조원, 2007년은 61.7조원까지 급증했다.

부동자금 대비 펀드 규모는 각각 40%, 15.5%에 이른다.

반면 현재는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는 22조원으로 부동자금 대비 1.7%에 불과하다.

직접투자는 과거 과열과 유사하지만 간접투자는 크게 급감한 셈이다.
이제는 직접투자 자금(고객예탁금 + 개인순매수)과 간접투자(주식형 펀드) 자금을 합한 전체 개인자금을

추산해보자. 1999년말 83조원, 2007년말 78조원, 2020년말 135조원이 총 개인자금으로 판단된다.

이는 부동자금의 44.8%, 19.6%, 10.6%에 해당되는 레벨이다.

자료: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KRX,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자료: WiseFn, 한국은행,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지금은 유동성의 유입 속도만 본다면 걱정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반대로 주식시장 개인 유동성의 규모가 비정상 

수준으로 높거나, 유동성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일시적으로 오버슈팅 했다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1999년, 2007년에는 지금보다 유동성의 유입 강도가 더 강했지만 주가 재평가는 현실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동성의 적정레벨이란 없지만 과함의 기준을 정하고 바라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