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백차 白茶

썬필이 2017. 9. 29. 10:49

백차(白茶)는 솜털이 덮인 차의 어린 싹을 닦거나 비비지 않고, 그대로 건조시켜 만든 차이다. 
이렇게 시든 차를 약간 발효시켜서 만든다.
어린 싹은 백색의 솜털이 덮여 있어서 차에서 은색의 광택이 나며, 향기가 맑고, 맛이 산뜻하다.

<산화인 듯 아닌 듯>
백차(white tea)는 다소 어려운 차다. 
우러난 색상도 여느 종류의 차와 달리 거의 물과 같은 색이며,
맛도 뭐라고 말할 수 없이 밋밋하다.
그래서 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마시면 실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보면 수색은 꿀물 같기도 하고 연한 노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맛은 아주 미묘하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바디감과 함께 살짝 달콤한 느낌도 주는 듯하다.
백차의 이런 특징은 100퍼센트 싹으로만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여느 차와 달리 가공 
과정이 매우 단순해 인위적인 개입이 적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말은 이렇게 간단히 해도 생산하기는 가장 어려운 차가 백차다.

백호은침  
이것은 푸젠 성에서 생산되는 진짜 백차인 백호은침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이처럼 어렵기도 하고 생산량도 적은 백호은침 외에 백모단, 공미, 수미 같은 
변형된 형태의 백차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백차라는 명칭은 중국차 역사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되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백호은침은 19세기 중후반부터 푸젠 성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일반 차나무의 싹으로 백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백호은침을 생산하는 차나무는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품종 중 선택된 정허(政和, 정화) 지역의 정화대백종, 푸딩(福鼎, 복정) 지역의 
복정대백종이라고 하는 하얀 솜털로 덮인 크고 살이 도톰한 싹을 가진 차나무 품종이다.
이른 봄의 새싹은 차나무가 겨울 동안 뿌리에 저장해놓았던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풍부한 맛을 지닌다.
게다가 아직 어린 싹을 보호하기 위해 하얀 솜털이 이 싹들을 감싸고 있다.
이 큼직한 싹을 채엽하여 위조와 건조라는 단순하면서도 모방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즉 녹차처럼 살청과 유념 과정도 없고, 홍차처럼 산화 과정도 없다.
물론 위조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자연 산화는 일어난다.
중국차에서 지역에 따른 가공 과정의 차이가 일반적인 것처럼, 백호은침도 위조와 건조 
과정에서 생산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렇게 건조되는 동안 싹들은 가벼운 녹색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진주같이 
은색 혹은 녹회색으로 바뀌는데,이는 싹 안에 있는 미성숙한 엽록소가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완성된 백호은침은 통통하면서도 길쭉하게 원래 싹의 모습을 유지하며 하얀 솜털로 감싸져 있다.
이 섬세한 차는 70~80도의 낮은 온도에서 다소 길게 6~8분쯤 우려야 하는데, 
이는 유념을 하지 않은 온전한 상태이므로 내포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릴 때 유리 티포트에 물을 붓고 그 위에 찻잎을 흩뿌린 뒤 잠시 있다가 티포트를 한번 
흔들어주면 표면에 떠 있던 찻잎 중 일부가 물속으로 향해 수직으로 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보일 듯 말듯한 연노란, 연푸른 수색으로 변해가고, 우린 뒤 엽저는 
연녹색 혹은 연한 쑥색이 된다.
백호은침의 매력은 순수한 단순함에 있다.
엷은 색조의 수색과는 달리 입안을 가득 채우는 듯한 바디감, 그리고 달콤하면서도 미묘한 
과일 향 같기도 하고 꽃향기 같기도 하며,한편으로는 덖음 녹차의 구수한 맛과는 다른 
고소한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딱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안정적이며 귀족적인 차임을 알 수 있다.
이 백차가 음용자들의 인기를 끌자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안후이 성을 비롯한 여러 지방에서 그리고 인도의 닐기리, 다르질링, 아삼, 나아가 
스리랑카와 심지어 케냐에서까지도~~~
중국 외의 지역에서 백차의 생산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는 백차가 
훌륭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홍차를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 백차 생산은 아직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차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테루아를 극복하고 앞으로 푸젠 성의 백호은침과 같이 훌륭한 백차를 
생산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즐거우리라.
일단 가격이 합리적이고, 구입 또한 용이한 큰 장점이 있으니 자못 기대가 된다.
스리랑카의 실론 실버 팁은 외관상 위에서 설명한 백호은침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훌륭한 차다.
맛은 백차 자체가 워낙 섬세한 성질을 지녀 뚜렷하지는 않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필자의 취향이나 편견일 수 있어 쉽게 판단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구입해서 마실 수 있는 백차로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푸젠 성에서 생산한 정통 백호은침, 둘째는 백호은침과 같은 정통 방법으로 생산했지만 
실론 실버 팁같이 푸젠 성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한 것,
셋째는 푸젠 성에서 변형된 형태로 생산되는 백모단, 공미, 수미라는 이름의 현대식 백차가 있다.

백모단
백호은침과 변형된 형태의 백차들은 외관부터 확연히 달라 결코 혼동되지 않는다. 
백모단의 가장 큰 특징에는 싹뿐만 아니라 잎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백호은침과 같은 대백종 차나무의 싹과 잎으로 만들어지며, 찻잎에 대한 싹의 비율이 
백모단의 등급을 결정한다.
싹이 많을수록 좋은 품질로 여겨진다.
가공 방법도 백호은침과 동일하게 위조와 건조 과정만을 거치기 때문에 부피가 꽤 있으며 
싹과 잎이 야생적으로 조화된 듯한 느낌을 준다.
수색도 약간 진해 짙은 황색을 띠며, 맛 역시 백호은침보다는 농축된 느낌이다.
백모단은 20세기 초반 푸젠의 차 생산자들이 영국으로 수출할 목적으로 싹에 잎을 포함시켜 
다소 강한 맛의 백차를 만든 것이다.
백모단이 특히 해외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소량 생산에 매우 비싼 백호은침과는 달리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맛도 백호은침의 달콤함과 미묘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좀더 강해 어렵지 않게 
백차를 즐길 수 있고, 잎에서 오는 약간 부드러운 풋풋함이 녹차의 느낌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 마리아주 프레르의 백모단 >
- 백모단의 외형은 옛날 예비군복 같은 색의 배합을 보여준다.
이렇게 보이는 것은 녹색 톤이 약간 있는 흰색의 마르고 긴 싹과 건조된 잎의 다양한 색상, 
그리고 짙은 회색의 비쩍 마른 줄기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엽저는 전체적으로 색상이 밝아지는데, 줄기도 푸른색으로 돌아오고 잎과 싹도 연녹색의 
파스텔 톤으로 보인다.
우린 잎이 여리다는 느낌이다. 
이 백모단은 건조한 잎에서 달고 풋풋한 향이 나는데, 우린 차에서는 그 향에
물을 적신 것같이, 우리기 전의 향과 우린 뒤의 향이 일관성을 가진다.
약간 더 고소해졌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정통 백차의 맛과 향이 그대로 있으나 훨씬 더 뚜렷하다.
정통 백차의 희미한 맛과 향이 아니라 농도를 훨씬 더 올린 느낌이다.
다만, 다소 거친 느낌이 드는데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수미
공미와 수미는 백모단에 다시 한번 변화가 가해진 것으로 기본적으로 싹은 포함되지 않고 
잎으로만 만든다.
백호은침과 백모단의 생산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 잎이 점점 더 자라난 늦은 봄에 
공미와 수미를 생산한다.
현재 공미는 유명무실해지고 주로 수미만 남아 있다.
수미는 홍콩의 식당이나 찻집에서 인기가 높고, 이런 곳에서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가볍게 
유념하고 산화시켜 맛을 강하게 해서 좀더 값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1960년대부터 생산해왔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백차는 티백이나 가향차 생산에 쓰이며 녹차, 우롱차, 
홍차 등과 블렌딩도 된다.
여러 홍차 브랜드에서 화이트티(white tea)라고 명명된 차들이 이런 유의 차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백차에서도 깊게 들어가면 여러 분류가 있다.
내가 마시는 백차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맛과 향에 대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푸젠 성에서 생산된 그 귀한 백호은침이 과연 내 손에까지 올 수 있을지, 혹 구한다 해도 
그 미묘한 맛을 알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미각을 충분히 훈련시켜 언젠가 진짜 백호은침을 맛보고 싶다.
딜마와 트와이닝의 실론 실버 팁은 일단 정통 방법으로 만든 백차이며, 품질 역시 훌륭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로네펠트의 백모단도 아주 맛있고, 최근에 구입한 마리아주 프레르의 백모단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기회가 된다면 등급이 다양한 백모단을 비교해가면서 맛보고 싶다.
싱가포르 TWG 매장에서 구입한 은침은 아껴서 마실 정도로 훌륭하다.
생산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었던 것 같다.
인전(은침)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푸젠 성에서 생산한 백호은침일 수도 있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 출처:홍차 수업 | 저자문기영 | cp명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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