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현로鳥道玄路’
밤새 비가 창문을 두드리고 바람이 건물사이를 흉폭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비가 마르지 않는 땅 위로 만개한 백목련 꽃들이 흰 눈송이처럼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대지를 일깨우는 비가 내리면 바람결에 꽃을 피웠던 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대지로 돌아간다.
자고 일어나면 꽃은 피어있고 자고 일어나면 꽃은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고 없다.
자연은 이렇듯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몸을 바꾼다. 자연의 변화는 세상
그 어느것도 해치지 않는 조화로움을 담고 있다.
순응과 역응의 절묘한 지혜를 지닌 것이 바로 자연이다.
‘조도현로鳥道玄路’. 현묘한 이치를 깨달았지만 그 이치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을 품고 있다.
여기서 현묘한 이치란 지혜로운 선택을 말한다.
그러나 그 지혜로운 선택에 오랫동안 머문다면 시시각각각 변화는 우리의 삶에서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그것은 곧 모든 지혜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운 변화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작은 깨달음이 곧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담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를 하기도 한다. 그런 고정관념이 번뇌를 낳고
다툼을 낳고 분열을 낳는다.
봄 비가 내린뒤 흩어진 꽃잎들의 쇠락은 태어나자 마자 죽음으로 달려가는 인간의
숙명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서예가 윤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