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투자전략

성장주: ‘기대’ 와 ‘불편함’에 대하여

썬필이 2020. 7. 22. 08:15

성장주: ‘기대’ 와 ‘불편함’에 대하여 - 메리츠증권 - 2020.07.22

지난 5월과 같은 극적인 ‘스타일(Style)’ 변화 가능성은 낮다
‘성장주’에 대한 고민 & 저항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고평가 논란은 ‘숙명’이기도
1997년, 2004년 아마존의 주주서한이 주는 시사점은? 성장주의 ‘본질’은 같다

지난 5월과 같은 스타일(Style) 변화 재연될까?

요즘 시장의 고민 중 하나는 시장 스타일(Style) 변화 여부다.

지난 5월말과 같은 성장주 정체 속 가치주의 강한 반등이 재연된다면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르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불안한 이유다. 변화의 조짐은 있을까?
지난 5월 시장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가치주의 강세는 성장주 강세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었던 반면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성장주 강세 속 가치주는 오히려 반락하고 있다.

성장주로의 쏠림도 문제이지만 가치주의 차별적 부진이 이들 간의 성과 격차를 확대시킨

직접적인 원인인 셈이다.

가치주의 부진은 COVID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회복의 지연 우려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치주와 성장주간의 격차 확대를 COVID19 때문만이라 하기도 어렵다.

낮아진 ‘금리’ 뿐만 아니라 ‘기업실적’의 온도차가 이들 간의 스타일 변화를 설명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미국 성장·가치주의 상대 성과(러셀 Top200 기준)는 이들 간의 실적 온도차로 귀결됐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실적 전망이 우위에 섰고, 성과도 가치주가 아웃퍼폼 했다.

변화는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성장주에 비해 가치주의 실적은 정체되기 시작했고 반면 성장주는 가치주와의 성과 격차를 확대했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불과 작년까지의 시장 흐름이다.

여기에 올해 COVID19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실적 부진을 더욱 깊게 만든 계기였을 뿐이다.
가치주로의 순환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실적의 온도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어야 한다.

경기민감주 입장에서는 실물 수요가 살아나고 있고,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결과는 가치주의 실적 전망의 회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경기민감주의 턴어라운드 폭이 성장주의 성장률을 압도한다면 순환매의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그 ‘신호’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은 본격적인 순환매 가능성은 낮은 듯하다.

‘성장주’에 대한 고민은 여전. 시기적으로 저항이 생길 수 있어
최근 성장·가치주의 성과 차이가 가치주의 차별적 부진에 기인한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성장주 쏠림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성장하는 산업이기에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잣대로 판단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변화를 부인하기도 어렵다.

성장주와 가치주가 순환하는 흐름이 아니라는 점도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부에게는 ‘성장주’ 중심의 시장 스타일을 강요 받는 것처럼 느낄 수 있고, 성장주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지금의 시장 흐름이 비이성적으로 보여질 수 도 있다.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불편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시기적으로 단기 쏠림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일부 글로벌 성장주의 경우 심리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통 밸류에이션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성장주 평가’에 있어 상대적으로(혹은 현실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지표는 ‘PSR(Price to Sales Ratio: 주가 매출 비율)’을 꼽을 수 있다.

당장 이익을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의 대표 플랫폼 기업 및 Data 유관 기업 등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PSR(12개월 예상)은

IT버블 당시인 20~30배 보다는 낮지만 최근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섹터별 특징은, 소프트웨어와 같이 Data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PSR 10배 이상으로 형성되고 있는 반면

플랫폼이지만 물리적인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은 10배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10배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Data 이외의 산업이 상장 초기를 제외하고 이 수준을 크게 넘어

선 적은 없었다.

시도를 한다면 현재 테슬라(Tesla)가 첫 시험대에 놓일 것 같다.
PSR 9.0배로 아마존(4.0배), 애플(5.7배), 넷플릭스(8.1배) 보다 높은 수준이니 말이다.

현재 테슬라에 대한 ‘밸류에이션’ 기준은 통일된 것이 없다.

고평가 논란은 ‘성장주’의 숙명: 1997년 아마존, 2004년 아마존
고평가 논란은 성장주의 숙명이기도 하다.

시기를 막론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 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마존(Amazon)도 상장 초기였던 1997년 성장주 고평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이다.

상장 이후 돈을 벌기 시작하는 데까지 10년, 지금과 같은 강한 이익을 창출하는 데까지 또 10년이 걸린

기업이지만 국면 국면 시장의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1997년, 2004년 ‘주주서한’은 성장하는 기업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1997년은 매출을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성장 초입기이고,

2004년은 수년간의 투자(CAPEX) 이후 실질적인 이익을 내기 시작한 시기이다.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내용을 들여다보자.

아래는 1997년 주주서한 내용의 일부다.
“Amazon.com은 1997년에 수많은 이정표를 통과했습니다.

연말까지 15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고, 매출은 1억 4,780만 달러로 전년대비 838% 증가했습니다.

경쟁사의 위협에도 마켓 리더십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인터넷’의 첫 출발(Day 1 for the Internet)에 불과합니다.

오늘날의 온라인 상거래는 고객들로 하여금 돈과 소중한 시간을 절약 해줍니다.

미래에는 맞춤형(Personalization)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상거래는 많은 분야를 개척할 것입니다.

Amazon.com은 인터넷을 사용하여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이를 통해 기존 및 대규모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프랜차이즈를 창출하고자 합니다(중략).”

(1998년의 목표)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 상거래 및 상품화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목표는 브랜드와 고객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하는 동안 탁월한 고객 편의성, 선택 및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시스템 및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중략).

오랫동안 말했듯이, 온라인 서적 판매 및 온라인 상거래는 매우 큰 시장으로 판명될 것이며,

많은 회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해 기분이 좋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더 고무됩니다(중략).

1997년은 참으로 놀라운 해였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보편화된 온라인 사업이지만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아마존은 도전자의 위치에 있었다.
성장의 초입(ex. 적자 기업)이다 보니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마땅히 없다.

매출액, 고객 수, 재주문율 등 일부 계량화가 가능한 지표가 있을 뿐이다.

주주서한의 내용도 그렇다.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강한 ‘확신’만 있을 뿐이다.

우리라면 어떻게 판단했어야 할까? 그때나 지금이나 정량화 할 수 있는 기준은 없을 듯하다.
시간이 흘러 IT버블 이후인 2004년을 전후로 아마존은 ‘이익(+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시작한다.

2004년 주주서한에서 제프 베조스는 흥미로운 주제를 언급한다.
‘회계상의 이익(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의 차이’가 그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당 순이익(EPS), 이익 성장률(EPS Growth)에 중점을 두지만, ‘주식이 가치는 미래

수익(EPS)의 현재가치가 아닌 미래 잉여현금흐름(FCF)의 현재가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식의 가치가 높아질 때는 성장에 필요한 자본(CAPEX)보다 잉여 현금 흐름이 초과하기 시작할 때이며,

성장기에는 역설적으로 성장이 강할수록 순이익은 확대되지만 잉여현금흐름은 부족해지는

현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는 기업이 성장 초입기를 지나 중반부에 들어설 경우 특징이기도 하다.
2004년 주주서한에서 제프 베조스가 제시한 예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한 기업가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고 가정해보자
2) 이 기계는 한 대당 1억6천만 달러에 달하며, 연간 1억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고 사용연한은 4년이다

   (감가상각: 정액법)
3) 여행객 1명당 티켓 가격은 1천달러, 승객 1명당 발생 비용(에너지, 자재)은 450달러,

   인건비 및 기타 비용은 50달러이다
4) 매년 비즈니스는 두 배씩 급성장하고 있다(연간 100,000번 여행 티켓 수요).

   늘어난 여행 수요를 맞추기 위해 2~4년차에 매년 기계를 추가하기로 했다(1년차: +1대, 2년차: +1대,

   3년차: +2대, 4년차: +4대/ 4년차에는 총 8대 보유)
사업의 첫 4년간의 손익 계산서는 다음과 같다.

손익계산서 상으로 보면 이 기업은 매년 100%에 달하는 매출 성장과 4년간 총 1억 5천만 달러의 누적 순이익

(1년차 +1천만 달러, 2년차 +2천만 달러, 3년차 +4천만 달러, 4년차 +8천만 달러)을 달성했으니

매우 인상적인 성과다.
하지만 현금흐름을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회계상 이익을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여행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계를 구매함으로

인해 (ex. 설비투자). 잉여현금흐름은 4년간 총 -5억5천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기업의 잣대는 PER도 EBITDA도 아니다

잉여현금흐름이 충분치 않은 기업이라면 고성장 기업일지라도 회계상의 이익과 현금흐름과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고, 역설적으로 고성장이 기업 비지니즈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가 측면에서 본다면 전통적 평가법인 PER이나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순이익)와 같은

밸류에이션의 한계점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기업입장에서 본다면 성장률이 가파른 것보다는 안정적인 것이 현금흐름 관점에서는 더 긍정적일 수 있다.

성장률을 조정하면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년차의 성장률을 다르게 적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4년간 1대의 기계만 운영할 경우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4천만 달러를 기록할 수 있지만, 매년 두 배씩 기계를

늘여야 하는 경우 회계상 이익은 1억5천만 달러이지만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5억3천만 달러에 달한다.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현실적으로 성장률 제어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기업 가치 측면에서도 미래 현금흐름이

개선될 수 있는 기업이 높이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장 초입에서는 외형의 확대가 중요할 수 있지만(Proxy: ex. 매출성장), 성장이 진행되고 난 이후에는 

성장의 지속성 (Proxy: ex. 잉여현금흐름) 또한 주요한 지표로 인식됨을 의미하는 듯하다. 

성장주의 성격은 시대마다 다르지만 해당 기업의 성장 경로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논란 많은 ‘성장주’, 하지만 ‘본질’은 같다
성장주마다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성장의 ‘본질’은 같다고 본다.

성장의 방법이 다를 뿐 1)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매출 고도 성장기), 2) 잉여현금흐름

(FCF: Free Cash Flow)을 창출하기 시작하며(자금 회수기),

3) 강한 시장 지배력으로 높은 마진을 유지하는 수순을 밟아가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에 많은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핵심인 셈이다.
주가의 반응도 해당 국면별 변곡점에서 반응해 왔다. 아마존과 테슬라 그리고 넷플릭스도 다르지 않았다.

초기 주가 반등은 매출 성장에 반등하지만, 주가의 또 다른 레벨 업은 FCF의 개선 및 확장 시점과 연동해왔다.

지금의 아마존은 순이익보다 잉여현금흐름을 더 많이 창출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성장의 2단계에서

3단계로, 테슬라는 잉여현금흐름과 순이익 모두 변곡점에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1단계에서 2단계로

진입하는 듯하다.

넷플릭스는 잉여현금흐름 측면에서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와 유사하나 회계상의

순이익은 이미 (+) 전환됐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앞의 예시 (아마존 2004년 주주서한)로 설명한 ‘고성장’ 여행기업 사례와 유사한 면이 많다.
이 역시 성장의 2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성장주는 어떤 상황일까? NAVER, 카카오는 이미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고,2차 전지 관련 기업인 LG화학, 삼성SDI는 대규모 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은 아직 (-)

이지만 향후 변곡점의 출현 여부가 중요해 질 수 있을 듯하다.

시기마다 국가마다 성장주의 성격을 다르지만 패턴은 유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