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예가

가와이 칸지로 河井 寛次郎

썬필이 2018. 12. 8. 19:20

가와이 칸지로 (河井 寛次郎)
외국의 농부들은 농한기 때나 농사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소득을 올리기 위해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가장 부지런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일본의 농부들과 미국의 아미쉬들이다.
아미쉬들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 해야하기 때문에 부지런할 수 밖에 없다.
농사일이 오히려 잠깐 땀흘려 하는 것이 될 때도 있고, 농사가 아닌 일을 더 많이 한다.
일본의 농가들은 여자들은 누에를 키워 비단을 만들고, 남자들은 남는 시간에 목공일을 해서 
취미생활 겸 집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거나, 도자기를 만들어 필요한 그릇을 만든다.
이런 일을 할아버지나 부모로 부터 배워서 어려서부터 시작해서 나이가 들때까지 하고나면
전문가 이상의 실력이 된다.
사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렇게 부모로 부터 어려서 배운 기술로 공예품을 만든 것을 보면 놀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우드워커 중에도 상당한 수준의 작품을 선보이는 사람들은 보잉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은퇴 후 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컴퓨터 일을 하면서 어려서 부터 배운 취미를 
살리는 사람도 많다.
어려서 할아버지로 부터 배운 기술과 그때부터 쓰던 공구를 가지고 수십년 연습을 해서 만든 
공예품이다 보니 전시회에 출품할 정도가 된다.
상받는 사람도 많고, 또 일찍 은퇴를 하고 이런 공예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전문가가 아니라도, 제대로 하면 농가에서는 소득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지런한 일본농가는 농사수입보다 다른 부수입이 더많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농사하면서 누에치고, 도자기 만들고 하면, 동네사람들 끼리 몰려다니면서 술마시고 도박판 벌릴 
시간은 평생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무형문화재
일본에는 무형문화재(인간국보) 시스템이 잘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물론 이런저런 문제점이 표출되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의 공예가들 중에서 전통을 계승하거나 
공예발전에기여한 사람을 잘 선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무형문화재라고만 하면 일본뿐 아니고 외국에서도 인정받는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다큐멘터리로 이런 일본의 인간문화재의 기술습득 과정과 작품을 소개 
하는 데, 모두 대단한 볼거리이다.  
그래서 무형문화재로 선정되는 것은 본인에게도 대단한 영광이고, 많은 경우 이런 공예를 대를 
이어가면 하고있는 일본의 경우 정말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도자기 분야에서는 선정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도자기는 일본에서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고 또 모든 생활에 깊게 퍼져있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의 식견도 대단해서 어지간히 만들어서는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예가 가와이 칸지로 (河井 寛次郎)
그런데, 드물게 이런 인간국보로 선정되는 것을 고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본인의 작품철학과 인생철학이 이런 상받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도예가  가와이 칸지로(河井 寛次郎)이다.
도예의 시작
가와이 칸지로 (1890년8월24일-1966년11월18일)는 토쿄고등기술학교 (1914년) 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하지만 칸지로가 처음 도예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게 된 계기는 참으로 단순하다.
그가 사는 동네에는 농부들이 농사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만드는 일을 했다.
그 중 한사람이 도자기 만드는 것을 보면서 흥미를 느껴 배운 것이다.
그리고 16세에는 도자기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배경이 주변에서 토속적인 도자기 만드는 것을 보고 배우기 시작해서 전공으로 
택한 것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민을 위한 도자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전문적으로 가마를 제작해서 가마를 운영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누구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도록 스튜디오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방식을 개량하는 것에 가장 
큰 공헌을 하였다.
그래서 모든 예술가들이 도기공이 아니라도 스튜디오에서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인데,
그래서 Studio Pottery 운동이라고도 한다.

 [ 가운데가 가와이 칸지로, 오른쪽은 미술가 모리모토 키요코. 1935년 ]                        
 가와이 칸지로는 민게이운동의 주창자로서 당대의 많은 예술가들과 폭넓은
교류를 가졌고, 시,서예,조각등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민게이 운동 (민예운동,民藝運動)
간지로 카와이는 1920-30년대에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민게이운동 (민예운동, 
folk art and craft movements)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와 교류가 깊은 쇼지 하마다, 무형문화재 켄기치 토미모토, 
시코 무나카다, 무형문화재 타즈오 시마오카와 철학자겸 미학자인 소에쓰 야나기등과 
민예운동을 주도했다.
민예운동이라는 것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이 만든 소박한 주제의 작품들이 
사회로 부터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는 어려서 옆집 농부아저씨가 한가한 시간에 도자기 만드는 것을 보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것에 빠져서 도예를 전공했듯이, 멋진 스튜디오에서 유명한 작가가 고상한 주제로 
만드는 것만이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시골의 농부가 만드는 소박한 주제도 충분한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Studio Pottery movement라고도 했는 데, 커다란 가마공방을 가져야만 했던 도자기 제조방식을 
벗어나, 스튜디오에서도 도기공이 아닌 누구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19세기말-20세기 초까지 영국에서 시작된 민예운동은 독일에서는 Bauhaus였고, 일본에서는 
민게이 운동이었는 데,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즉 예술가들이 만드는 예술품 뿐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만든 공예품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기본 concept을 각 나라의 예술가들이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영어에서 Arts and Crafts라는 말이 쓰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민게이운동을 시작할 당시 영국,일본,독일의 예술가들은 거의 같은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 데, 그것은 예술의 미적인 면을 실용적이고 생활에 응용해서 모두가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벽에 고상하게 걸어놓고 감상만 하던 예술작품을 이제는 실생활에서 모두가 쓰는 생활용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즉 예술을 이용해서 삶의 질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의도를 간지로 카와이 박물관을 방문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만들려고 노력했던 모든 것이 생활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현대의 예술가들이 편하게 스튜디오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가와이 칸지로와 그 동료들이 
20세기 초에 이 운동을 열심히 전파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영국의 민예운동과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는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컨셉이 되입되어 모든 것을 
얇고 가늘게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당시에는 그런 스타일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전통적인 '불교의 
선(禪)' 과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가와이 칸지로의 다양한 재능
가와이 칸지로는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회화, 서예, 조각, 수필뿐 아니고 철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시도 잘쓰는 시인이었는 데, 그의 시는 강렬하고 매우 특이했고,
1953년 그의 시집("우리는 홀로 일하지 않는다")이 출간되기도 했다.
서예와 조각에도 상당한 재능이 있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그의 집에는 그가 조각한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성격은 매우 따뜻하고 자비를 배푸는 사람이라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주었고, 가난한 
사람들을 자신과 같이 돌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업적은 도자기 분야였다.
뛰어난 작품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않고 민게이 운동으로 일본의 예술계에 혁신을 이루었다.
그는 이렇듯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가 만든 작품은 절대로 그냥 만들어 
진 것은 아니었다.
1914년 토교 고급기술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하마다 쇼지(도자기 인간문화재)와 함께 유약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1만번 이상 했다.
그리고 실패한 후 방법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가마를 만들어 자연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이런 엄청난 인내와 끈기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와이 칸지로가 살던 가마가 딸린 집
그의 살던 집은 쿄토의 교조자카의 조용한 동네에 자리잡고 있으며 집안에 들어서면 모든
사람을 그 고요함이 모든 이들을 편안하게 한다.
1937년에 리모델되어, 현재는 손녀가 사설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고 2008년에는 내부가 
다시 리모델 되었다.
가와이칸지로 집 안내http://www.studiokotokoto.com/2014/12/30/beyond-the-object-visiting-kawai-kanjiros-house-in-kyoto/

노년에 집에 딸린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드는 모습.

이 집에는 칸지로의 도자기 작품 뿐 아니라 그의 조각품과 나무조각품도 전시되어 있다.
집은 반은 일본식이고 반은 서양식으로 되어 있어서 다다미와 단수도 볼 수 있고, 
서양식 가구도 있다.
다녀간 여행객들의 평을 보면 (칸지로 기념관 안내)
"가와이 칸지로의 집은 쿄토에 가면 꼭 들려야 할 곳이다.
이곳에 가는 것은 당신이  꼭 도예가라서가 아니고 가와이의 예술과 쿄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과 고요함을 원한다면 꼭가서 즐길 곳이다."
"쿄토의 전통예술을 볼 수 있는 교요한 창문이다" 등등의 평들이 있다.

작품의 특성
가와이 칸지로는 "유약의 마법사"로 알려져 있는 데, 주로 붉은 황동계열의 유약과 짙은 갈색의 
철화유약, 
그리고 코발트와 크롬등을 사용한다.
작품은 일반적으로 비대칭적인 것이 자주 보이고, slip-trailed(slip tracing) decoration*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
(*Slip-trailed 장식기법은 현재에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금은 Trailing할 재료를 사서 선 긋기부터 연습해서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되기에, 초보자도 
쉽게 배워서 할 수 있는 도예기법이다. )
하지만 가와이 칸지로의 작품에는 어느 작가보다도 민속적이고 보편적인 멋을 가진 도자기가 
많다는 생각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철학이 그의 작품에 모두 반영이 되어 현대적이고 엘리트적인 작품보다는 
농부가 여가 시간에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더 드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잘만드는 농부는 없겠지만.
칸지로는 자신의 작품에 한 번도 서명한 적이 없는 데, 이유는
"작품 자체가 나의 최고의 서명이다"라고 했다.
간지로는 쇼지 하마다와 같이 그의 작품에 싸인을 하지 않았는 데, 그의 작품이 워낙 개성이
뚜렷해서 다른 작품과 구분이 명확한 탓도 있지만, 서민예술을 지향하는 그의 성품 
때문이라는 생각도 있다.
당시에는 유명 예술가들이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차완이나 다완을 만들고 그것에 싸인하는 것이 
유행이었는 데, 그런 엘리트의식을 갖는 시류가 싫었다는 생각이다.

가와이 칸지로의 작품
Photos courtesy from 日本民藝館 [http://www.mingeikan.or.jp/english/]

당시에는 이런 slip- trailed 장식이 거의 없었기에 개성이 넘치는 작품이다.
싸인이 필요없을만 하다.*
* 이정도 작품을 만드니 인간문화재 지정도 사양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

Photos courtesy from 日本民藝館 [http://www.mingeikan.or.jp/english/]

Photo courtesy from Japanese Pottery Gallery  http://www.kurodatouen.com

Photo courtesy from Japanese Pottery Gallery  www.kurodatou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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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인을 안해도 될 만큼의 개성이 넘치는 작품이다.
당시에는 이런 slip-trail 장식을 쓰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쓰이지 않았지만, 카와이 칸지로의 
작품 이후로는 이런 장식이 많이 유행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모든 작품이 누구에게나 친근해서 생활에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도자기이다.
당시에는 이런 slip-trail 장식을 쓰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쓰이지 않았지만, 카와이 칸지로의 
작품 이후로는 이런 장식이 많이 유행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모든 작품이 누구에게나 친근해서 생활에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도자기이다.
그의 민게이운동의 개념과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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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https://en.wikipedia.org/wiki/Kawai_Kanjir%C5%8D
                http://www.japanesepottery.com/
                The Japan Folk Crafts Museum (日本民藝館,  http://www.mingeikan.or.jp/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