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276

건창차와 습창차의 본질 - 입창차란 무엇인가

건창차와 습창차의 본질 - 입창차란 무엇인가 보이차를 발효시키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맞춘 창고에서 일정기간 보관한 차를 입창차라고 한다. 1990년을 전후하여 홍콩에서는 오랜 세월 보관되었던 보이차가 집중적으로 유통되면서 보관 상태에 따라 이름들이 만들어 졌다. 보이차 병면에 매변이나 백상이 생긴 차는 습창차로, 반면 병면이 깨끗한 차는 건창차로 소개되었다. 또한 습창차는 안좋은 보이차로 건창차는 좋은 보이차로 인식되기도 했다. 검증된 자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같은 인식은 2000년 중반부터 보이차의 열풍과 함께 보이차 시장의 흐름을 끌고 갔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법에 따르면 인위적인 습창차라고 하면 그 구체적인 장소인 습창 창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

"차" 이야기 2020.03.28

매월당의 차법

매월당의 차법 준초(俊超)라는 이름 위로 준식(俊識), 준혜(俊慧), 준관(俊寬)이 나오는데, 준씨 승문의 대통을 잇는 계보라고 해석 됩니다. [무라타 슈코가 사용한 일명 슈코 청자차완의 뒷 모습(높이 5~6㎝, 입넓이 13㎝).] 준씨는 11세기 초부터 등장합니다. 일본 역사에서 11세기는 매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극소수의 승려들이 송나라로 유학을 가서 중국의 선불교를 배우고 돌아와 일본에다 중국 차(茶)문화를 처음 소개한 시기였습니다. 중국과의 교류는 무엇보다 먼 거리 때문에 빈번하기 어려웠지요. 그 대신 중국과 진배없는 조선의 불교와 차 문화를 배우는 것이 훨씬 쉽고 부담도 적어서 일본 승려들의 조선 여행이 잦았던 것이지요.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승려들이 조선의 불교와 차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갔지..

"차" 이야기 2020.03.27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8) 일본의 차 문화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8) 일본의 차 문화 늦가을과 초겨울 하늘은 참으로 투명하고 맑다. 마치 가을걷이를 위해 풍성하게 들어차 있던 들판이 텅비어 버린 것 같이 아름답고 맑아서 눈이 아프도록 시리다. 코발트빛 밤 하늘은 또 얼마나 깊고 청순한지 모른다. 너무 높아서 까치발을 들고 손을 눈썹위 이마에 얹고 쳐다봐야 하는 밤하늘은 마치 술이 술술 익어가는 시골의 마을처럼 우리의 애잔한 삶을 살포시 위로하는 길손같이 정겹기만 하다. 하늘에 떠있는 별은 또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천목(天目) 즉 하늘의 눈 같은 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 중생들에게 혜안(慧眼)의 살림살이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가로등 같은 것이다. 산에 뜨는 달 또한 마찬가지다..

"차" 이야기 2020.03.26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7)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7)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일지암 뒤란은 지금 매우 풍성하다. 두륜산 곳곳에 버려진 고사목을 지게에 지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놨기 때문이다. 일지암 초당도 마찬가지다. 일지암 초당은 매년 한 차례씩 삭발을 하듯 지붕을 초가로 이어야 한다. 인근 동네 사람들이며 남천다회 식구들과 함께 작업할 튼실하고 예쁜 볏짚단을 잔뜩 쌓아놨기 때문이다. 하얀 차꽃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설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풍성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차를 가꾸며 일상을 노동으로 가꾸는 그런 삶속에는 세속의 거친 욕망이 숨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도가 예로부터 선(禪) 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것처럼..

"차" 이야기 2020.03.25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6) 차와 건강

찬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 산사에도 인적이 드문 드문 해진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낸 퇴비들을 차나무들에 뿌려준다. 이른바 겨울을 튼튼하게 날 수 있는 방한복 같은 것이다. 생명을 가꾸는 행위는 매우 어렵고 순수한 일이다. 과학적인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그 튼실한 알맹이를 안으로 키워내고 과일나무는 주인의 흥얼거리는 즐거운 콧노래를 들으며 맛있는 과즙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생명을 가꾸는 일은 헌신과 자비를 통한 완벽한 동화(同化)를 이룰 때 가능하다. 나를 버리고 이해요구를 버린 따스한 손길은 그 생명을 완전한 아름다움으로 자라게 하는 최고의 비약이다. 차나무도 마찬가지다. 차농사꾼들의 헌신적인 손길을 통해 그 파릇 파릇한 연두색 찻잎들과 우주..

"차" 이야기 2020.03.24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5)한국의 다법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5)한국의 다법 “스님네가 찾아와서 조주 문을 두드리니/차 이름(茶松)이 부끄러워하며 뒤뜰로 모시네/해남 초의선사 동다송을 진작 읽고/당나라 육우의 다경도 보았네/정성을 다하여 경뢰소를 우려내/손님께 따르니 피어나는 차의 향기/ 질화로 위동병 속에 찻물이 익고 나면/한 잔의 금설은 제호보다 낫다네” 다송자 보정 스님의 차시다. 다송자 보정 스님은 전남 순천 송광사로 출가해 80여 수의 차시를 남긴, 근대를 대표하는 차인이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평상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선이다. 차 역시 마찬가지다. 한 잔의 차에는 우주를 그대로 담은 평상심이 깃들어 있고 그 차는 곧 선일 수 있는 것이다. 초의 스님은 자신이 주석하던 큰절 대흥사를 떠나 두륜산 중턱에 작은 암..

"차" 이야기 2020.03.22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4)조선찻사발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4)조선찻사발 “눈 뜨고 바라보니/꽃은 보이지 않고/물오른 이파리도 없구나/바닷가 모래밭에 자리잡은/고즈넉한 초가 한 채/ 가을 밤 몽롱한/불빛 아래 있구나” 모든 것이 일탈해버린 가을바다는 고즈넉하다 못해 추사의 세한도처럼 담백하기도 하며 쓸쓸하기까지 하다. 달도 별도 잠든 가을밤 바닷가 한 귀퉁이를 틀어쥐고 사는 열평 남짓한 초가집에서 홀로 차를 마시는 것은 완전한 자유인의 경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청복(淸福)이다. 일본의 다성(茶聖)은 센리휴다. 그가 이른바 ‘와비즈키’ 다도의 완성인 초암의 아름다운 정경을 한편의 광막한 시로 읊고 있다. ‘와비즈키’의 정체성은 평범한 다도를 추구하는 데 있다. 평범, 불균형, 자연, 탈속, 정적인 것이 바로 와비즈키 정신이 추구..

"차" 이야기 2020.03.21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새벽달빛이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풀벌레소리는 어느새 수곽의 물소리에 젖어들고 있다. 새벽예불을 위해 가만히 문을 열면 사방은 바로 고요해진다. 인간의 소음에 모든 삼라만상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분별과 자만으로 인해 자연과 소통하지 못한다.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인류최악의 강진도 제일 먼저 동물들이 그 반응을 보인 것은 그 같은 자연과학적인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문을 열고 나와 발우를 부여잡고 청수(淸水)를 공양하기 위해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나선다. 오렌지처럼 푸른 달빛이 축축한 대지에 차가운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내 영혼을 먼저 깨운다. 초의스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샘물인..

"차" 이야기 2020.03.21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2)차의 보관과 선별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2)차의 보관과 선별 찬 서리가 새벽 산봉우리 구름에 걸리더니 어느새 빨간 화염(火焰)들이 두륜산을 하나 둘씩 점령해나가고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설악대청을 넘어 이곳 두륜산에 도착한 것이다. 그 하얀 무서리 위로 하얀 차꽃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그 차꽃사이로 노란 꽃술을 잔뜩 묻힌 벌들이 윙윙거리며 바쁘게 꿀을 모으고 있다. 온갖 만물이 풍성하고 바쁜 계절들을 뒤로하고 서서히 생을 마감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금쯤 차인들은 자신의 차 곳간이 비어가고 있음에 벌써 초조해진다. 이때부터 차인들의 ‘차 인심’은 각박해진다. 봄은 아직 멀리있기 때문이다. 보관하고 있는 차 역시 마찬가지다. 장마가 지나고 가을이 오면 햇차맛은 사라지고 묵은 차 밭이 시작될 시..

"차" 이야기 2020.03.19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1)일본 차의 유래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1)일본 차의 유래 우리나라 가을이 마치 새빨간 화로에서 불꽃이 일 듯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이라면, 일본의 4월은 폭죽처럼 화려하게 터져버리는 벚꽃의 계절이다. 매년 4월이 되면 필자는 일지암 초의차문화연구원들과 함께 일본의 사스마야키를 방문해 차회를 연다. 사스마야키에는 14대 심수관가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그곳에 매년 초대되어 매화꽃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남중국해를 보며 차회를 연다. 일본과의 차회는 단순한 차회가 아니다.7년 왜란 속에서 치욕의 한을 안고 일본에 건너온 조선인 도공들의 혼과 넋을 달래는 것이다. 벚꽃이 휘날리는 화려한 생의 찬미와 그 이면에 깃든 우리 조선 도공들의 400년 아픈 넋을 눈물로 받아 차 한잔을 올리고 아득한 회한을 풀어내는 것이다. ..

"차" 이야기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