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271

매월당과 일본 초암차

매월당과 일본 초암차 우리나라 차 살림은 세 갈래 정신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맨 먼저 챙겨야 할 것이 풍류(風流) 정신입니다. 상고사(上古史)로 일컫는 신정(神政) 시대의 제천의식에서 비롯된 선교(仙敎) 정신이지요. 선도(仙道)를 수련하여 도달하는 선인(仙人), 신선(神仙), 신인(神人)의 경지는 우리 옛 사람들이 꿈꾸었던 이상향이었습니다. 고구려에서는 선도 수련을 선인도랑(仙人徒郞)이라 했고, 신라에서는 풍류도(風流道), 풍월도(風月道), 화랑(花郞)이라 불렀습니다. 이렇듯 제천의식을 바탕하여 성립된 선도를 수련하는 데 있어 술(酒)이 아닌 차(茶)가 중요한 수련 방법으로 쓰여졌습니다. 차의 정신사를 이루고 있는 두 번째는 선차일여(禪茶一如) 정신입니다. 흔히 말하는 북방불교를 중심 삼을 때는 중국 ..

"차" 이야기 2020.03.10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6)초의·추사 그리고 정약용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6) 초의·추사 그리고 정약용 이맘때면 생각나는 차가 있다. 바로 ‘눈물차’다.‘눈물차’에 대한 사연은 이렇다.1996년의 일이다. 별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 자우홍련사 작은 연못에 둥둥 떠내려오고 달빛은 풀벌레들의 합창에 일그러지던 날이었다. 초의스님이 ‘동다송´에서 말했듯이 깊은 밤 대자연의 품속에 빨려드는 풍광을 벗삼아 한잔의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스님 계십니까” 밤중에 절을 찾는 나그네는 드물다. 아주 친한 도반이나 절 식구만이 늦은 밤 사찰을 찾을 수 있는 법인데 연락도 없이 찾아든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해남의 신문사, 농민회 등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역활동가들이었다. 낯익은 얼굴들이었고 10여명 가까이 되는 대식구였다. ..

"차" 이야기 2020.03.10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5) 초의스님과 동다송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5) 초의스님과 동다송 입추(立秋)가 지나니 저녁과 아침 바람끝이 제법 차다. 세상의 번잡한 세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은 자기자리를 내주기 싫어 천둥번개를 치며 몸부림을 친다. 일지암(一枝庵)에도 가을이 오고 있다. 초의 스님의 숨결이 실려 있는 일지암의 작은 차밭에는 벌써 가을준비로 수런거리고 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인 것이다. 우주의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거대한 진리를 우리는 찰나지간에 느낄 뿐만 아니라 긴 인생의 전환점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잔의 차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초의 스님이 말씀하셨던 동다(東茶) 즉 우리 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큰절인 해남 대흥사에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새벽숲길 수련회’를 실..

"차" 이야기 2020.03.09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4) 한국 차의 전래와 역사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4) 한국 차의 전래와 역사 지난 초여름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일지암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마침 해남에서 농민운동을 하다 함께 차를 재배하고 제다를 하는 남천다회 식구들과 차 제다를 마친 후였다. 차를 가꾸고 차를 제다하는 차인들에게는 곡우 전부터 입하까지가 제일 바쁜 철이다. 차인들에게 차를 제다한 후의 충만함은 그 어떤 풍족함에도 비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이다. 평소 존경하는 어른스님들, 선방의 수좌들,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한통씩 보내며 푸릇한 찻물이 든 뭉툭한 손을 바라보면 그저 한없는 우주를 담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즐거움과 충만함을 ‘확’깨버리는 전화였다. 전화의 주인공은 전남 지리산 화계에서 차를 재배하며 차를 만드는 젊은 ..

"차" 이야기 2020.03.08

무애사상의 내력

무애사상의 내력 원효의 무애사상은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를 이끌어준 앞 시대 사상가들의 다양한 삶의 이력들 속에서 싹텄습니다. 원효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원광, 안함, 자장, 명랑, 의상 등은 지배층 중심의 불교를 지향했지요. 거기에 비해 혜숙, 혜공, 대안 등은 서민을 중심으로 불교를 펼쳤지요. 지배층을 중심으로 한 귀족불교를 전개한 사람들이 모두 유학파들이라면, 서민들을 중심으로 불교를 전개한 이들은 모두 국내파였던 점도 분명한 경계를 이루고 있었지요. 원효가 열정적으로 살았던 시대는 이러한 두 입장이 맞물려 있던 때였지요. 그들 모두는 치열한 문제의식을 전제하여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며 고뇌하고 깊은 사색에 잠겨 살았던 구도자들이었지요. 원효는 이같은 스승과 선배들의 진지한 수행 분위..

"차" 이야기 2020.03.08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차는 어떻게 인간 곁으로 왔나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차는 어떻게 인간 곁으로 왔나 중국 천목산에는 원숭이들을 ‘희롱’해 채다(採茶)해낸 원우차(猿愚茶)라는 차가 있다. 500∼600년 된 차 나무는 그 키가 매우 크다. 원숭이들은 그 차나무에 올라가 맛있는 찻잎을 따먹고 살았다. 도저히 차를 딸 재주가 없던 사람들은 원숭이들에게 돌멩이 세례를 퍼붓고 약을 올렸다. 사람들의 돌멩이 세례에 화가 난 원숭이들은 차나무 가지 중 오래된 것을 꺾어 사람들에게 던졌다. 사람들은 또 일부러 원숭이들을 다른 나무로 옮겨가게 했다. 그래야 새로운 차나무 가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원숭이들이 꺾어 던진 차나무 가지의 찻잎을 모아 귀한 차를 만들어 팔았다. 그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명차로 손꼽히는 원우차다. 그렇다면..

"차" 이야기 2020.03.08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茶시장 지각변동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茶시장 지각변동 한국, 중국, 타이완, 일본, 홍콩등 동남아시아는 지금 차 전쟁 속으로 급속히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마치 중국과 영국이 차 매매 대금을 놓고 아편전쟁을 치른 것처럼 수천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차밭을 조성하고, 젊은층의 문화 구미에 맞는 차가게, 그리고 그에 맞는 차 음식들이 급속하게 개발·보급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먼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최근의 차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중국차의 최고봉은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대홍포라는 차다. 현재 무이산에 남아 있는 대홍포 차나무는 8그루 정도다. 그 나무에서 차의 생엽을 채취해서 만든 차가 올해 초 홍콩에서 열린 차 경매시장에 나왔다. 가격은 무려 25g에 2500만원이나 됐다. 그 차 가격에 참가한 경매자..

"차" 이야기 2020.03.07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필자와 차(茶)의 인연은 벌써 35년 가까워 진다. 참으로 비릿하고도 아련한 생의 출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초의스님과 차는 마치 벼락치듯 나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먼 생의 출구에서부터 윤회의 물결과 인연의 흔적들이 내 생(生) 내면에 깊이 잠재했었던 것 같다. 갓 출가를 한 필자는 선방수좌들이 공부하는 남해 용문사에서 공부를 했다. 초 겨울 추위가 절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원주스님을 감기에 들게 했다. 당시 남해는 남해대교가 없던 시골이어서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마땅한 약이 없어 고민을 하는 나에게 한 보살이 넌지시 ‘민간담방약’을 일러줬다. “지난 겨울 안거때 보니까 스님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후원 찬장에 있는 무슨 풀을 달여 마시고 몸이 낫는 ..

"차" 이야기 2020.03.07

초암차실 - 작은 문 안의 큰 세계

초암차실 - 작은 문 안의 큰 세계 차실의 좁은 문(높이 90㎝정도)은 심오한 미학 세계를 지녔습니다. 손님은 묵묵히 거룩한 곳에 다가간다고 믿는 것입니다. 무사는 차고 있던 칼집을 벗어 처마 밑 칼을 걸어두는 자리에다 걸어 놓고 맨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차실은 지극한 평화가 깃든 곳이기 때문이지요. 손님은 천천히 몸을 낮추어 구부리고 높이 3피트쯤 되는 입구를 지나 차실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모든 손님에게 신분의 높고 낮음, 귀하고 천함을 초월해야 한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깨닫게 하며,겸양의 미덕을 가르치기 위해서지요. 대합실과 차실을 잇는 정원인 노지(露地)의 풍경을 차실에 앉아서 그윽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매월당의 차시(茶詩)에서 확인되는 풍경과 퍽 닮았습니다. 매월당이 머물고 있는 암자..

"차" 이야기 2020.03.07

초암차실 - 작은 문

초암차실 - 작은 문 흙벽이 지닌 훌륭한 통기성(通氣性)은 초가만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서민들은 대개 자식을 많이 두었지요. 그런데도 오막살이의 방은 작게 만들었습니다. 비좁은 방안에서 식구들은 맨살을 맞대고 비비며 살지요. 목욕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고 빨래도 쉽지 않아서 비좁게 사는 방안에는 악취를 풍깁니다. 겨울철엔 식사도 방안에서 하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은 온갖 냄새로 꽉 찰 수 밖에 없지요. 거기에다 어른들은 담뱃대에다 담배를 많이 피워서 담배 연기도 대단하지요. 그런데도 방안에는 그다지 악취가 심하게 나지는 않습니다. 흙벽이 악취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이지요. 장마철에도 흙벽이 습기를 조절하기 때문에 방안은 항상 쾌적합니다. 흙벽이 지닌 이같은 특성을 차실에서 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차" 이야기 2020.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