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271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2> 차만들기와 다도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차만들기와 다도 세상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요란하다. 전쟁터가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다. 모든 정보가 소통되는 우리의 일상자체가 바로 전쟁인 것이다. 하루 하루 터지는 메가톤급 충격들은 사회지도부들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의 삶까지도 황폐하게 하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는 언젠가 ‘동티’가 나게 마련이다. 서로 자기 몫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계층과 계층의 갈등이 우려스러울 만큼 그 진폭이 커지고 있다. 탄탄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정보화시대라 할지라도 인간의 감성과 이성까지는 통제하기 어렵다. 극단적인 감정의 증폭은 극단적인 일탈행위를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들, 어린자식들과 함께 ..

"차" 이야기 2020.04.03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1> 차를 알 수 있는 책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차를 알 수 있는 책들 산이 오랜만에 조용히 쉬고 있다. 마치 구멍이 뚫린 듯 퍼붓던 눈발이 뚝 끊기자 세상은 어마어마한 적막속에 잠겨 있다. 길이 끊어지자 인적도 함께 끊긴 탓이다. 오랜만에 산속의 살림살이도 쉰다. 지난 가을 모아두었던 바짝 마른 장작 몇 개를 아궁이에 넣는다. 그리고 눈을 한 움큼 떠서 돌솥에 넣는다. 이른바 ‘설차’를 마시기 위함이다. 돌솥이 달아오르자 눈을 한 움큼씩 집어 넣는다. 마치 만년설이 허공으로 녹아들 듯 돌솥 속에서 녹아든다. 찻물이 끓고 하이얀 백자찻잔에 붓는다. 이른바 ‘눈백차’다. 부처님과 삼라만상에 그 첫잔을 아련한 그리움으로 바친다. 물이 끓는 소리 그리고 백차 한잔. 삶이란 아주 가끔식 나를 멈추는 행복속에서 사는 것이다. 나..

"차" 이야기 2020.04.02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0) 차와 시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0) 차와 시 첫눈이 내렸다. 하얀 차꽃을 뿌리듯 대지에 살짝 몸을 올린 눈들이 마냥 한가롭기만 하다. 천둥처럼 섞어치던 바람도 어느새 깊은 잠에 들어가고 온 산은 그냥 적막에 빠져 있다. 너무도 자비로운 평화의 침묵이다. 평화는 내면의 침묵에서부터 시작된다. 침묵은 산란한 마음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의 눈을 뜨게 된다. 자비로운 평화와 침묵은 일상의 나를 보고 그속에서 냉철한 지혜의 길이 어디에 있음을 알게 한다. 그것이 바로 차의 마음이요 차의 길이다. 얼마 전 한 차인이 일지암에 찾아왔다. 그 차인은 오랫동안 지리산 화개에서 차 살림살이를 하고 있는 차꾼이다. 한잔의 차를 마시다 말고 깊은 한숨을 쉰 그는 ..

"차" 이야기 2020.03.31

다도가 생겨난 비밀

다도가 생겨난 비밀 이제껏 살펴본대로 ‘다도(茶道)’는 12세기 이후부터 진행되어온 일본 역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창안해낸 일본인의 종교의식이었습니다. [이도차완이 등장하기 이전 농차를 마시는데 주로 이용된 천목차완.] 다도의 핵심에는 도교(道敎)와 도가사상의 특징인 현실세계에 대한 신비주의적 형이상학적 이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도교의 상징인 무위(無爲)사상을 일본 무사들의 폭력성, 잔혹성, 강압성을 누그러뜨리고 제압하기 위한 정치의 한 방법으로 여성적 유약함이나 소극성을 찬양하는 문화로 변형시켰지요. 이처럼 다도의 정신적 내면 세계는 중국의 도가사상에서 취사선택하고, 내면 세계를 담는 그릇은 조선의 불교문화와 서민행활을 응용하여 창안한 것이지요. 적어도 500년 정도 끊임없이 계속된 다도 ..

"차" 이야기 2020.03.29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섬돌을 이고 있는 뜰에는 흰 서리가 가득하게 내리고 새벽빛은 쌀쌀하다. 누군가 유천의 수곽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문을 여니 초당 평상마루에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자가 등산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먼 산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생에 대한 번뇌가 가득했다. 오직 답답하면 남도의 땅끝 산에 댓바람 새벽부터 오르겠는가. 그 중년의 남자는 마음에 병을 가득 안고 있었다. 나는 그 중년의 남자에게 한잔의 차를 권했다. 물음이 필요없었다. 차를 마시는 자우홍련사 툇마루에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낭자했다. 한잔의 차를 마신 그 중년인은 가볍게 합장을 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태산만한 삶의 무게가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차" 이야기 2020.03.29

건창차와 습창차의 본질 - 입창차란 무엇인가

건창차와 습창차의 본질 - 입창차란 무엇인가 보이차를 발효시키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맞춘 창고에서 일정기간 보관한 차를 입창차라고 한다. 1990년을 전후하여 홍콩에서는 오랜 세월 보관되었던 보이차가 집중적으로 유통되면서 보관 상태에 따라 이름들이 만들어 졌다. 보이차 병면에 매변이나 백상이 생긴 차는 습창차로, 반면 병면이 깨끗한 차는 건창차로 소개되었다. 또한 습창차는 안좋은 보이차로 건창차는 좋은 보이차로 인식되기도 했다. 검증된 자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같은 인식은 2000년 중반부터 보이차의 열풍과 함께 보이차 시장의 흐름을 끌고 갔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법에 따르면 인위적인 습창차라고 하면 그 구체적인 장소인 습창 창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

"차" 이야기 2020.03.28

매월당의 차법

매월당의 차법 준초(俊超)라는 이름 위로 준식(俊識), 준혜(俊慧), 준관(俊寬)이 나오는데, 준씨 승문의 대통을 잇는 계보라고 해석 됩니다. [무라타 슈코가 사용한 일명 슈코 청자차완의 뒷 모습(높이 5~6㎝, 입넓이 13㎝).] 준씨는 11세기 초부터 등장합니다. 일본 역사에서 11세기는 매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극소수의 승려들이 송나라로 유학을 가서 중국의 선불교를 배우고 돌아와 일본에다 중국 차(茶)문화를 처음 소개한 시기였습니다. 중국과의 교류는 무엇보다 먼 거리 때문에 빈번하기 어려웠지요. 그 대신 중국과 진배없는 조선의 불교와 차 문화를 배우는 것이 훨씬 쉽고 부담도 적어서 일본 승려들의 조선 여행이 잦았던 것이지요.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승려들이 조선의 불교와 차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갔지..

"차" 이야기 2020.03.27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8) 일본의 차 문화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8) 일본의 차 문화 늦가을과 초겨울 하늘은 참으로 투명하고 맑다. 마치 가을걷이를 위해 풍성하게 들어차 있던 들판이 텅비어 버린 것 같이 아름답고 맑아서 눈이 아프도록 시리다. 코발트빛 밤 하늘은 또 얼마나 깊고 청순한지 모른다. 너무 높아서 까치발을 들고 손을 눈썹위 이마에 얹고 쳐다봐야 하는 밤하늘은 마치 술이 술술 익어가는 시골의 마을처럼 우리의 애잔한 삶을 살포시 위로하는 길손같이 정겹기만 하다. 하늘에 떠있는 별은 또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천목(天目) 즉 하늘의 눈 같은 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 중생들에게 혜안(慧眼)의 살림살이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가로등 같은 것이다. 산에 뜨는 달 또한 마찬가지다..

"차" 이야기 2020.03.26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7)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7)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일지암 뒤란은 지금 매우 풍성하다. 두륜산 곳곳에 버려진 고사목을 지게에 지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놨기 때문이다. 일지암 초당도 마찬가지다. 일지암 초당은 매년 한 차례씩 삭발을 하듯 지붕을 초가로 이어야 한다. 인근 동네 사람들이며 남천다회 식구들과 함께 작업할 튼실하고 예쁜 볏짚단을 잔뜩 쌓아놨기 때문이다. 하얀 차꽃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설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풍성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차를 가꾸며 일상을 노동으로 가꾸는 그런 삶속에는 세속의 거친 욕망이 숨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도가 예로부터 선(禪) 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것처럼..

"차" 이야기 2020.03.25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6) 차와 건강

찬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 산사에도 인적이 드문 드문 해진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낸 퇴비들을 차나무들에 뿌려준다. 이른바 겨울을 튼튼하게 날 수 있는 방한복 같은 것이다. 생명을 가꾸는 행위는 매우 어렵고 순수한 일이다. 과학적인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그 튼실한 알맹이를 안으로 키워내고 과일나무는 주인의 흥얼거리는 즐거운 콧노래를 들으며 맛있는 과즙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생명을 가꾸는 일은 헌신과 자비를 통한 완벽한 동화(同化)를 이룰 때 가능하다. 나를 버리고 이해요구를 버린 따스한 손길은 그 생명을 완전한 아름다움으로 자라게 하는 최고의 비약이다. 차나무도 마찬가지다. 차농사꾼들의 헌신적인 손길을 통해 그 파릇 파릇한 연두색 찻잎들과 우주..

"차" 이야기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