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271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9) 한국의 자생차와 다맥(茶脈)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9) 한국의 자생차와 다맥(茶脈) 침묵의 계절인 겨울을 뚫고 진체(眞體)를 찾으려는 운수납자들의 안거가 끝나가고 있다. 불교계의 큰 어른들께서 형형한 눈빛으로 불법의 대의를 찾으려는 납자들에게 깨달음의 당처(當處)는 안거와 해제밖에 있음을 말씀으로 전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어른인 법전 종정은 “설법은 했으나 할말은 없다.”며 풍혈연소선사의 선문답을 일깨웠다. “말을 하면 용(用)이 되고 말을 하지 않으면 체(體)가 됩니다. 어떻게 해야 체와 용으로부터 모두 벗어날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풍혈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항상 강남의 3월풍경을 생각하니 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로우리라.” 법전 종정은 선문답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침묵한다면 평등의 세계만을 ..

"차" 이야기 2020.04.17

한국 차의 병폐

한국 차의 병폐 한국 차(茶)는 몇 가지 큰 병폐를 지니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거론하여 근본 치유가 필요한 것은 아픔을 참으면서 치유하고, 보완할 것과 고쳐야 할 것들은 고쳐야 합니다. [흑도찻종. 찻잔을 엎어 놓으면 종 모양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원전 1~2세기 유물이며 경남 김해에서 출토됐다.] 모든 것은 적절함과 시간이 있듯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정도를 넘지 않도록 차인(茶人)들의 지혜를 모아야만 합니다. 첫 번째 병폐는 우리나라 차살림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보지도 않고 손쉬운 중국 차역사에 의존하며 일본 다도사(茶道史)에 흥미를 보이는 우매함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 차잎으로 만드는 차 제조법의 오랜 맥을 놓쳐버리고 덖음차 일색의 조악하고 획일적인 상품만을 생산하고 있는 것입..

"차" 이야기 2020.04.16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차를 마시는 공간인 ‘차실(茶室)’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든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차와 선(禪)에 관심있는 많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일본의 차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차실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문화적 가치로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깊고도 넓다. 요즘 들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차인들간의 국제교류다. 한국내 차인 교류가 아니라 중국·일본 차인들과의 교류가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차인들의 최근 관심사는 각 나라의 차의 역사성과 교류, 그리고 그 원류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가에..

"차" 이야기 2020.04.15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7)茶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7)茶室 붉디붉은 동백꽃이 벙그러져 하늘을 향해 얼굴을 내민다. 퍼득이는 새의 날갯짓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붉은 동백의 무리들은 마치 절망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내던져 버리는 중생들의 아픈 추락비행 같다.‘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속에 깃든 의미는 아마 희망이었던 것 같다. 추락과 날개는 상반된 감각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추락이 절망이요 포기라면 날개는 곧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로지 한 곳을 향해 집중하고 인내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넉넉한 삶의 여유다. 신년 들어 일지암에서 중생의 평안과 차인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다회를 열었다. 멀리 서울과 광주에서 ..

"차" 이야기 2020.04.14

이도다완 명칭의 배경과 실체

이도다완 명칭의 배경과 실체 일본 차인들의 지극한 존경을 받아온 이도차완을 막사발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한국의 도자기 관련자들 중 몇 사람의 과오로 인한 것입니다. [조선시대 생활잡기들의 미학을 다룬 야나기 무네요시가 창간한 잡지 \'민예\'] 물론 여기에는 일본의 저명한 도자기 및 한국 고미술품에 관한 전문비평가들의 결코 전문적이지 못한 경솔한 기록과 발언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야나기 무네요시인데, 그는 이도차완을 16세기 조선 서민들의 생활잡기, 그것도 하층민의 밥사발이라고 단언했지요. 뒤이어 하야시야 세이죠도 이 견해를 지지하면서 잡기류 중에서도 제기(祭器)의 한 종류로 추정하고 있지요. 하지만 조선 16세기 하층민은 도자기로 만든 밥그릇을 사용하지도 못했거니와 그런 그릇이..

"차" 이야기 2020.04.10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6)세계의 음다풍습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6)세계의 음다풍습 새해다. 아직도 앞산인 달마산은 눈을 모자삼아 구름을 목도리 삼아 유유자적 하늘과 세월을 떠받치고 있다. 새해들어 눈 덮인 골짜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인사를 하러 온 차인들도 많지만 일반 등산객들의 발길도 늘어가고 있다. 하얀 입김을 푸우 푸우 내뿜으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해남의 명산인 두륜산에는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두륜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큰절인 대흥사를 지나 일지암을 지나는 코스와 진불암을 지나는 코스가 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일지암을 찾는 등산객들은 매우 드물었다. 마치 사시사철 선방처럼 한적한 곳이 바로 일지암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큰 절의 수련생들뿐만 ..

"차" 이야기 2020.04.09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눈 덮인 일지암에 새해들어 반가운 손님이 왔다. 자우홍련사 툇마루 앞에 흰 눈 속을 뚫고 홍매화 한 송이가 핀 것이다. 순백의 눈 위로 피어난 홍매화 한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천리향을 품고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답다.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따라,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풍경을 따라 홍매화향은 천리 만리를 가며 고통스러운 삶에 부대끼는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쉬게 한다. 부글부글 끓는 찻물을 하얀 백찻잔에 따라 다시 찾아온 홍매화에 헌다한다. 다시 이곳을 찾아와 생명의 거룩함을 알리는 그 홍매화는 늘 나를 일깨운다. 생명을 피워내기 위한 거룩한 고행이 모든 삶의 첫 출발이라고. 그런 점에서 홍매화는 긴 겨울 안거를 지내며 내 삶의 영혼을 ..

"차" 이야기 2020.04.06

日人들의 이도차완 사랑

日人들의 이도차완 사랑 이도차완은 일본의 정치적 고뇌와 시대적 소망을 한꺼번에 해결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조선 승려들의 흙발우였습니다. 1530년 이전에는 그런 그릇이 존재했는지 일본 차인들로서는 누구도 몰랐던 뜻밖의 출현으로 일본 차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그릇은 일본 통일에 일정한 역할을 해냈고, 그때부터 차인들이 경쟁적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또 다른 목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중단되었던 일본과 조선의 국교가 다시 열린 1607년부터 일본 차인들은 조선에다 차그릇을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통일되자 안정과 평화의 시대가 열렸지요. 차인들의 다도는 더욱 자유분방해지고 조선 차그릇을 향한 그들의 욕구는 억누를 수 없이 팽창했습니다. 차그릇의 주문은 부산지방으로 집중되었지요. ..

"차" 이야기 2020.04.05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4) 차와 다식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4) 차와 다식 싸늘한 바람이 매몰차게 흐르는 일지암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랫마을에서 아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 키위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한 할머니로부터였다. “시님 암자는 눈 피해 없능교. 우리는 올해 농사 다 망쳐부렀소. 이참에 열심히 허믄 농협 빛좀 갚을줄 알았는디. 하늘이 무심허게도 비닐하우스가 무너져부러갖고 키위가 다 얼어죽어부렀소.” 오로지 키위농사밖에 모르는 할머니다. 그 할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7시까지 비닐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한다. 비닐하우스는 그 할머니에게 희망이요 부처였던 것이다. 그런 비닐하우스가 엄청난 폭설로 인해 폭삭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깊은 산속은 아직 눈이 지천으로 쌓여 있다. 인적은 끊어지고 바위틈에 훈기를 내뿜으며 졸졸 ..

"차" 이야기 2020.04.05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눈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에는 아스라한 차 향기처럼 포근한 향기가 넘쳐난다. 허공을 타고 내려오는 눈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한줌의 눈속에도 생멸이 있다. 멀리서 뚝뚝 끊어지는 설해목의 비명소리가 마치 눈속에 꺾여 비닐하우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하는 농심(農心)소리 같다. 무너지는 눈의 산(山)이 마치 무너지는 농심 같다. 그래서 아프다. 자연은 늘 인간의 삶속에 고통을 주기도하고, 때로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삶이란, 차의 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실의 삶속에서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스리고 위안하고 친구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속에는 희망도 있고 절망도 있고 고통스러운 아픔도 있다. 차는 희로..

"차" 이야기 2020.04.04